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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네 텃밭 가꾸기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4
박소정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상우네 텃밭 가꾸기」 박소정 글•그림, 길벗어린이 출판사

 

 

 

  어린 시절, 방학을 하면 섬진강가 외할머니 댁에 가서 한참을 지내다 오곤 했다. 섬진강에서 지치도록 물놀이 하던 일, 엄마랑 이모가 물놀이 하는 우리 옆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쉬엄쉬엄 다슬기와 조개를 잡던 기억. 물놀이를 마치고 나면 잡힌 조개가 한광주리 가득이었다. 할머니네 밭엔 토마토도 있고 옥수수도 있었지만 난 그중에서 딸기가 제일 좋았다. 언니 오빠랑 신나게 놀다가 딸기를 따 먹으며 배를 채우던 그 기억이 어찌나 풍요롭고 좋은지! (지금은 딸기로 배를 채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근처 자연물을 이용해 소꿉놀이를 하고 마른 지푸라기만 먹는 소가 불쌍해 보여 근처에 풀을 뜯어다 주었던 기억도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았을 때 그때가 가장 풍요롭고 따스하게 기억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 또한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두 아이의 엄마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가끔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자연을 체험하고 직접 느끼며 자랄 여유도 없고 그럴 환경도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높은 아파트촌에 갇혀 학원을 오가고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에 열광하며 흙은 더러운 것으로 치부해 잘 만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된 것에는 어른들의 책임도 있지 않을까?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텃밭을 가꾸어 보고 싶은 욕심은 늘 있었다. 주말농장에 대한 욕심은 있으나 도저히 감당이 안 될 듯하여 아파트 베란다에 커다란 화분을 사놓고 딸기와 방울토마토, 상추 등을 심었지만 일조량이 부족한지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그런 내게 책 속 상우네가 정말 부러웠고「상우네 텃밭 가꾸기」책을 읽는 내내 자연의 넉넉함이 주는 따스함에 미소 지을 수 있었다.

  흡사 수채화를 보는 듯한 맑고 세밀한 그림이 낯익다 싶었는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박소정 작가는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민물고기 도감'을 그린 이다. 참외 줄기 하나 이파리 하나가 사진을 보는 것처럼 세밀하고 생동감이 있다. 동글동글한 아이들의 얼굴과 텃밭을 꾸려 나가는 상우네 생활모습이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져 글과 잘 어우러진다.

  마트에서 파는 참외나 방울토마토, 옥수수를 사 먹는 도시 아이들에게 이 책은 우리가 먹는 채소와 과일들이 어떻게 자라나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책을 읽으며, 몇 년 전 1학년 아이들을 가르쳤을 때, 계절에 따른 과일, 채소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들이 쌀이나 딸기가 나무에 열매처럼 달려 자라는 걸로 아는 아이들이 많음에 놀랐었던 기억이 났다. 깨끗하게 손질된 노란 옥수수만 먹어본 아이들은 긴 초록색 잎과 옥수수 수염으로 둘러싸인 옥수수 나무를 보고 놀랄 수 있겠다. 그림책을 가득 채운 텃밭 그림에서 참외뿐만 아니라 가지, 파, 상추, 오이의 자라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참외가 덩굴식물이라는 것, 토마토는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지대가 필요하다는 것, 씨앗을 뿌릴 때에는 바람에 날리지 않게 낮은 데서 뿌려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식물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땅 속의 징그러운 지렁이가 사실은 흙을 일구어주어 식물이 잘 자라나도록 도와준다는 것, 상추를 먹는 달팽이 이야기를 통해 작은 생물에 대한 친근감을 기를 수 있다. 상우의 동생 지우가 흙속 지렁이를 겁 없이 만지는 모습은 요즘 아이들에게서 찾기 힘든 모습이라 부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이것이 다 자연을 가까이하며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부모님과 함께 책을 읽는 유아부터 초등 중학년까지의 아이들이 보기에 적당할 듯싶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아침 독서시간에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읽어주어도 좋을 책이고 교과지도와 관련하여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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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에 햇살 냄새 난 책읽기가 좋아
유은실 지음, 이현주 그림 / 비룡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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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니?

 

내 머리에 햇살냄새」유은실 글, 이현주 그림, 비룡소 출판사

 

  책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사랑스러움'이었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여자 아이가 빨랫줄에 매달려 있는 표지그림이 귀여워서 책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이 책의 삽화는 이처럼 책의 내용을 잘 나타내면서 따뜻하고 귀엽다.

  책에는 4편의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쓰인 글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활과 비슷한 이야기에 공감하고, 같은 어려움을 느낀다면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와 같은 어른들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아이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는 '백일떡'과 '기도하는 시간'이었다. '백일떡'의 주인공인 지민이에게는 이제 태어난 지 백일이 된 동생이 있다. 늦둥이 동생을 보고 아빠는 그 끊기 힘들던 담배를 끊고 엄마는 볼에 뽀뽀를 해대며 예뻐하는데 그런 모습이 지민이는 싫고 질투가 난다. 그러나 동생이 백일날 아파 병원에 가자 '미움을 받으면 아프다'는 친구 엄마의 말에 자기 때문에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며 미안해하게 된다. 백일떡을 백 명이 먹어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산다던 엄마의 말을 기억하고 동생을 위해 떡을 돌리기 위한 지민이의 노력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노는 언니들' '폐지 줍는 할아버지'와 같은 사회의 이면도 아이의 시선에서 그려지고, 낯가림과 동생에 대한 질투라는 자신의 문제를 극복해 가며 성장하는 지민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기도하는 시간'은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깔깔깔 웃음이 터졌던 글이다.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전도사님이 기도하러 와주셨는데 기도는 길어지고 앞에 놓은 아이스크림은 녹고……기도가 빨리 끝나 아이스크림을 먹기를 바라며 아이가 속으로 생각하는 것들과 그 긴장감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의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작가인 듯하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아이들의 입을 빌려 나오는 이야기들은 귀엽기도 하고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뜨끔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 내가 몰랐던 아이들의 마음이 이런 거구나, 아이들은 이럴 때 속상했겠구나.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도록 좀 더 노력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 책은 글자의 크기, 글밥의 양으로 보아 책읽기가 자유로워진 초등 1학년부터 초등 3학년까지가 적당할 듯싶고, 어른들이 읽기에도 동심을 이해하기에 좋을 듯하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께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예쁜 삽화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아이들과 함께 소리 내어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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