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에 햇살 냄새 난 책읽기가 좋아
유은실 지음, 이현주 그림 / 비룡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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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니?

 

내 머리에 햇살냄새」유은실 글, 이현주 그림, 비룡소 출판사

 

  책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사랑스러움'이었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여자 아이가 빨랫줄에 매달려 있는 표지그림이 귀여워서 책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이 책의 삽화는 이처럼 책의 내용을 잘 나타내면서 따뜻하고 귀엽다.

  책에는 4편의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쓰인 글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활과 비슷한 이야기에 공감하고, 같은 어려움을 느낀다면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와 같은 어른들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아이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는 '백일떡'과 '기도하는 시간'이었다. '백일떡'의 주인공인 지민이에게는 이제 태어난 지 백일이 된 동생이 있다. 늦둥이 동생을 보고 아빠는 그 끊기 힘들던 담배를 끊고 엄마는 볼에 뽀뽀를 해대며 예뻐하는데 그런 모습이 지민이는 싫고 질투가 난다. 그러나 동생이 백일날 아파 병원에 가자 '미움을 받으면 아프다'는 친구 엄마의 말에 자기 때문에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며 미안해하게 된다. 백일떡을 백 명이 먹어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산다던 엄마의 말을 기억하고 동생을 위해 떡을 돌리기 위한 지민이의 노력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노는 언니들' '폐지 줍는 할아버지'와 같은 사회의 이면도 아이의 시선에서 그려지고, 낯가림과 동생에 대한 질투라는 자신의 문제를 극복해 가며 성장하는 지민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기도하는 시간'은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깔깔깔 웃음이 터졌던 글이다.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전도사님이 기도하러 와주셨는데 기도는 길어지고 앞에 놓은 아이스크림은 녹고……기도가 빨리 끝나 아이스크림을 먹기를 바라며 아이가 속으로 생각하는 것들과 그 긴장감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의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작가인 듯하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아이들의 입을 빌려 나오는 이야기들은 귀엽기도 하고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뜨끔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 내가 몰랐던 아이들의 마음이 이런 거구나, 아이들은 이럴 때 속상했겠구나.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도록 좀 더 노력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 책은 글자의 크기, 글밥의 양으로 보아 책읽기가 자유로워진 초등 1학년부터 초등 3학년까지가 적당할 듯싶고, 어른들이 읽기에도 동심을 이해하기에 좋을 듯하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께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예쁜 삽화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아이들과 함께 소리 내어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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