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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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착용하며 지낸 지 3년이 되어가는 요즘, 좀 느슨해지긴 했지만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 내가 슈퍼전파자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두려워하던 때가 있었음을. 그 두려움은 극도로 타인을 멀리하게 했고 외식이나 여행과 같은 일상의 즐거움을 모두 차단하게 했었다.

 

  이 소설도 거기서 출발한 듯싶다. 물론 바이러스의 이름은 다르지만. 아이를 맡아주고 언니라고 부르며 서로 친하게 지내던 두 가정이 있었다. 한 가정의 엄마가 슈퍼전파자가 되면서 지역사회에서 매장당하고, 언니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내던 가정의 엄마를 감염시킨다.


  이 소설은 시안과 해원의 시점으로 교차 서술되며 진행되는데 그런 점에서 시안과 해원의 입장과 마음을 다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해원을 미워하고 원망하면서도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해원이 그립고 좋은 시안의 마음도, 그 사건으로 지방으로 전학을 가야만 했지만 자신은 일상을 회복한 것을 시안에게 미안해하는 해원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됐다. 굳이 청소년 소설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인물의 입장을 각각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이 소설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시안과 해원뿐만 아니라, 시안의 아빠와 해원의 엄마 또한 이해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또 이 소설의 좋은 점은 책을 읽은 후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가족 간병의 문제는 가족만의 것일까? 가족 구성원의 일상을 와해시키면서까지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를 간병하는 것이 옳은 걸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더라도 한 가정을 파탄 냈다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국어 수업 시간에 온책 읽기 활동으로 토론 수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청소년 소설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좀 유치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오랜만에 백온유 작가님의 페퍼민트작품을 재미있게 읽었고(단숨에 읽었다!) 책을 다 읽은 후 소설이 던지는 여러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도 좋았다. 책 읽기보다 더 재밌는 것이 많아서 책을 안 읽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슬며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입시 공부에 찌들어 있는 아이들이 오랜만에 재미있게 몰두해 읽을 책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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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111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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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 전, 표지를 들여다보았다. 물에 잠겨있는 거대한 빌딩 숲과 어두운 밤을 밝히는 노란 보름달. 책을 다 읽고 나니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표지의 그림이 책의 내용을 이미지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2057년이라는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과 환상적인 부분이 이질적이지 않게 결합하여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상기후로 인해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동남아시아처럼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는 현재를 살고 있어서인지 언젠가는 해수면이 점점 더 높아져서 육지가 잠겨버릴 수도 있다는 소설 속 설정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소설 속 배경이, 높은 빌딩이나 높은 산만 물에 잠기지 않아서 다이빙하여 필요한 물건을 건져내며 살아가는 2057년 서울의 이야기가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노고산에 사는 선율이 남산 물꾼인 우찬과 시비가 붙어서 물속에서 좀 더 멋진 걸 찾아오는 사람이 이기는 내기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기계 인간 수호. 암이 재발에 재발을 거듭해 결국 딸이 죽을 걸 슬퍼한 수호의 부모는 수호의 기억을 간직한 기계 인간을 만들게 됐는데 수호는 서울이 물에 잠기게 된 시점까지의 빈 공백 4년을 찾고 싶어 한다.

 

  이 책은 기계 인간 수호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윤리의 문제를 제기한다. 딸을 사랑했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딸이 존재하기를 원했던 수호의 부모님, 기계 인간이 된 수호와 수호의 부모가 겪는 갈등은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은 주체적인 인물들이다. 각기 다른 슬픔과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그 상처를 직시할 줄 알고,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내릴지 스스로 결정한다. 소설 속 인물의 모습을 보며 이 책을 읽을 청소년들도 자신의 현실에서 어떤 선택과 결정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선율과 삼촌이 기계 인간인 수호를 대하는 태도는 꼭 미래의 기계 인간뿐만 아니라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수호를 깨어나게 한 것을 두고 삼촌이 누군가를 죽이는 건 나쁜 일이지만 반대로 억지로 살려서도 안 된단 말이야. 그 사람이 아니라 널 위해서 한 일이라면 더더욱.....멋대로 배터리를 넣은 시점에서 이미 이기적으로 군 거야.’라고 말한 점이나, 선율이 수호의 기억파일을 열어보기 전에 그것을 열어봐도 될지 고민하는 모습을 통해 기계 인간으로 대변되지만 한 인간을 대할 때의 우리의 자세와 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게 하는 것도 좋았다.


  이 책은 2057년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떠올리게 한다. ‘사고는 예전에 났어도 사람 마음에서는 끝이 안 난다니까.’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는 우리 사회에 일어난 크고 작은 사고들을 연상하며 잠시 문장 안에 멈춰 있었다. 소설 속 인물이 회피하지 않고 자신을 똑바로 마주한 후 과거를 지나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 것처럼,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와 슬픔을 딛고 꿈꾸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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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봄 식물도감 특별한 계절 식물도감
한정영 지음, 김윤정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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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있는 식물도감이라는 말 때문에 지금껏 보아온 식물도감을 생각했는데 책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 좀 당황했다. 식물의 형태와 생태를 정리하고 설명을 덧붙였다는 점에서 이 책도 식물도감이지만 구성과 내용 면에서 다른 식물도감과는 다른 점이 많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은 독립된 단편 동화가 먼저 나오고 동화에 등장한 인물의 이름을 따서 래규의 식물도감’, 동화와 관련된 내용의 맛있는 식물도감처럼, 봄 식물과 관련해 자세한 설명이 그림과 함께 제시되어 있다.


각 장의 동화도 봄 식물과 관련 있으면서도 무리하거나 억지스럽지 않게, 아이들의 생활과 관련된 동화라는 점이 좋았고 재미있었다. 봄 식물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동화와 함께 식물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주는 지면이 있어서 형식면에서도 새롭고 좋았다. 그림은 수채화로 맑고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표현되어있는데 봄의 느낌과도 잘 어울리고, 수채화 특유의 느낌이 참 좋았다.


혹시나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 봐 조심스럽게 덧붙이자면, ‘식물도감을 찾는 목적을 생각해서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아이들이 봄에 피는 식물에 대해 입문용으로, 부담 없이 접하기에 좋은 책이다. 부모님과 함께 보지 않아도 혼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책이고, 주변에 피는 봄 식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보도록 돕는 책이다. 하지만 나처럼 아이들이 세밀화를 그리는데 참고하기 위해, 또는 식물 사전으로 선택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봄기운처럼 따뜻하고 맑은 느낌의 책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아이들이 읽기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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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아이, 루치뇰로 도마뱀 그림책 3
로사리오 에스포지토 라 로싸 지음, 빈첸조 델 베키오 그림, 황지영 옮김 / 작은코도마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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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나쁜 아이, 루치뇰로라고 지칭하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루치뇰로를 단순히 나쁜 아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루치놀료가 나쁜 아이가 되는 동안 어른들은, 사회는 무엇을 했는가?


이 책은 루치뇰로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피노키오이야기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이야기는 다르게 진행된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왜 루치뇰로가 아버지의 직업을 다양하게 이야기하며 순간을 모면했는지, 왜 친구를 때리고 간식을 빼앗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루치놀료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안타깝고 화가 나는데, 이 책을 덮을 때에는 단순히 그런 감정으로만 끝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결말은 루치놀료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을 상상하고 우리 주변의 루치놀료에게 어떤 도움과 지지를 보낼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이야기도 생각에 잠기게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림의 색감이 다채롭고 환상적이어서 오래 그림에 머물렀다.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모두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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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밤의 고양이 - 2023 ARKO 문학나눔 그림이야기 1
주애령 지음, 김유진 그림 / 노란상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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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지만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보다는 3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글밥도 일반적인 그림책과 비교해 양이 많은 편이고 내용에 대한 이해도 저학년 아이들은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수채화 느낌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글의 내용을 잘 드러내면서도 더 확장해서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가 사기를 당해서 집을 잃고 월세방으로 이사를 오게 된 아연이. 어린아이가 겪는 불안과 슬픔, 어쩌지 못하는 상황과 마음을 그림책에 의지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런 점에서 어린 시절 책으로 도피한 적이 있는 어른 독자라면 마음 아프게 공감하며 읽을 그림책이다. 한편 이야기의 어떤 부분들은 아이들의 입장보다는 어른들의 시각에서 쓰이지 않았나, 싶어 아쉬웠다. 사소하게는 아연이가 편의점에서 배 채울 거리로 요구르트를 사는 것도, 도서관에 뜨거운 물을 챙겨가는 것도 실제 아이로서는 하지 않을, 어른스러운 설정이 아닐까. 환상적으로 처리한 결말은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고 어른 독자들에게 더 의미 있게 다가갈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꼭 독자를 어린이로만 한정하지 않고 어른 독자들이 읽어도 좋을 그림책으로 넓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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