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공부 파업 큰곰자리 30
토미 그린월드 지음, 허현경 그림, 정성민 옮김 / 책읽는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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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공부파업제목이 이 책을 한마디로 잘 말해주고 있다. 책 표지의 그림 또한 그렇다. 주인공 잭 스트롱은 첼로, 축구교실, 중국어, 대학입시과외, 가라테 교실 등 여러 가지 과외활동을 한다. 그중에는 잭이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원하지 않는데도 받는 것들도 있다. 부모님의 뜻에 잘 따라 생활하던 잭은 과외활동을 한번 빠지고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초대한 파티에 가고 싶었지만 아빠의 반대에 부딪힌다. 잭은 싫어하는 중국어교실, 테니스교실 등의 활동도 아빠의 강요로 억지로 하고 있는데 피곤해서 하루 빠지길 원하는 축구교실조차 가야하는 상황에 놓이자 소파에서 내려가지 않고 하루 종일 생활하겠다며 파업을 선언한다.

    

   꽤 두꺼운 편이라 바쁜 나날 속에서 선뜻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한번 손에 들자 단숨에 읽어 버렸다. 난 아이들 책은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재미없는 책이면 아무리 권해도 잘 읽지 않는데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외국작가의 글은 우리나라 아이들의 상황과 다르기도 하고 완전하게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는데 잭의 상황이 사교육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상황과 많이 비슷해서인지 공감이 갔다.

 

   나나할머니는 잭이 원하는 일을 할 권리가 있기에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잭의 파업을 지지하는데 책의 끝부분에 나오는 말, “우리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요.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 둔 우리 모두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을 믿어야 해요. 우리도 아이였을 때 믿음을 얻고 싶어 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길을 가도록 가만 두어야 해요. 우리가 아이에게 갈 길을 정해 주어선 안돼요.” 라는 말이 큰 울림을 주었다.

 

   부모가 짜 놓은 스케줄대로 움직이면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얻어 행복한 삶을 살 거라고 말하는 부모들이 있다. 취업하기 어렵고 경제적으로 힘든 나라 상황을 보며 많은 스펙을 쌓고 남보다 뛰어나야 더 행복할 거라고 강요하는 부모들이 많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 지를 찾을 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사회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초등학생 아이들조차 방과후 학원을 순례하고 저녁조차 밖에서 가볍게 때우며 밤늦게 집에 들어가는 현실, 그 아이들에게 때론 빈둥거릴 시간을,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낄낄대고 웃을 자유를, 때론 엉뚱하고 기발한 일을 벌일 여유를 줄 수는 없을까?

 

   이 책은 부모의 강요로 사교육의 굴레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좀 더 용기를 내어서 잭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또 이 책의 좋은 점은 잭의 입장뿐만 아니라 여러 과외활동을 강요하는 아버지의 입장도 충분히 공감이 가게 그려놓았다는 점이다. 책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의 성격과 특징이 잘 그려져 있고 그들의 입장이 각각 잘 이해되어서 더 재미있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의 아이들과 부모님,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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