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여행 토토의 그림책
제니 베이커 글.그림, 김목영 옮김 / 토토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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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일생동안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보다 더 멀리 비행한다는 도요새에 관한 이야기이다. 액자구조처럼, 이야기의 처음과 끝은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의 모습으로 시작되고 끝난다. 침대 옆에 휠체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이의 거동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는 , 나도 날고 싶다.’라고 말하는데 아이의 옆에는 도요새에 관한 책이 펼쳐져 있다.

 

   읽는 사람들은 이 아이가 되어 도요새의 움직임을 함께 한다. 도요새는 갯벌과 모래가 펼쳐진 바닷가에서 날아올라 북쪽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 ‘엿새 밤낮을 쉬지 않고날고, 갯벌을 겨우 발견해 먹이를 먹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주 오래된,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도요새의 날개짓이 본능적이면서도 그 날개짓을 멈출 수 없는 숙명이 느껴져 숙연해졌다. 흰점박이 도요새가 땅을 파고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지만 배고픈 여우가 새끼를 잡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것도 말이다.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그런 것쯤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도요새의 일생에서 또한 사람의 일생을 읽게 된다. 삶이 고단하고 힘들지라도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말이다. 도요새는 다시 날아오르고, 무리를 만나 아주 오래된,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다시 남쪽으로 가는 긴 여정을 떠난다.

 

    이 책은 또한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이 오염되고 갯벌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도요새가 한참을 둘러보고 겨우 찾은 갯벌은 하늘을 까맣게 덮은 도요새떼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아 보인다. 책의 맨 뒤에 있는 작가의 말을 통해 도요새가 북쪽 서식지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우리나라 황해 주변 습지에 머무른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무분별한 간척개발로 황해 주변 습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처음 책을 읽을 때, 흰점박이 도요새가 썰물이 진 갯벌에서 먹이를 온종일 먹는다는 내용이 나오는 삽화가 우리나라 모습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작가의 말을 읽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도요새가 갑자기 가깝게 느껴진다. 도요새들이 아주 오래된,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긴 여정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아간다면 좋겠다.

 

    그림책이지만 책장을 천천히 넘기게 되었던 것, 다 읽고 난 후 왠지 모를 경외감이 마음에 가득 차올랐던 것은 책의 내용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용을 잘 살린 책 속 작품의 힘이 아닐까 싶다. ‘깃털과 모래, 합성수지와 왁스, 방부 처리된 채소와 물감, 찰흙 등 여러 가지 자연재료와 인공재료를 함께 사용하는 콜라주 기법으로 책 속 작품을 완성하였다고 하는데 그림의 질감이 독특하고 생동감이 있으며 굉장히 섬세하다. 이건 어떤 재료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였다.

 

    도요새의 일생에 대한 과학 수업,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환경수업,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배울 문학 수업 등 목표에 따라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는 책이다. 꼭 수업과 관련짓지 않더라도 아이들을 앞에 앉혀두고 그림을 천천히 보여주며 읽어도 좋겠다. 아이들이 각자 받아들이고 느끼는 대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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