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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ㅣ 난 책읽기가 좋아
최은옥 글,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5년 4월
평점 :
친한 친구사이였던 ‘세박자’ 박기웅, 박동훈, 박민수가 ‘그 일’로 인해 멀어졌다가 어느 날 아침 청소도중 칠판에 손바닥이 붙어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선생님, 부모님을 비롯해 119구조대, 만능박사님 등 여러 사람들이 아이들을 칠판에서 떼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처음엔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선생님의 모습과 말하는 방식이 꽤 거북했다. 아이들을 존중하지 않는 옛날 방식의 교사의 모습으로 그려져서이다. 교장 선생님 또한 ‘자로 잰 듯’을 모토로 모든 것이 반듯하고 정확하게 진행되기를 요구하는 사람인데, 가끔 동화를 읽으면서 작가가, 요즘의 학교가 아닌 자신이 다니던 시절의 학교의 모습에 대해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인지 불편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뒤이어 나오는 여러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작가의 의도를 짐작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부모님을 비롯해 119 구조대, 만능박사님, 경찰아저씨 등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조차 자신의 이야기만 할 뿐, 남과 소통하거나 남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들으며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작가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들, 전문가일수록 자신의 생각과 주관만을 믿으며 남의 의견을 듣지 않는 모습을 그리려 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이런 어른들과 달리 세 박자 세 친구는 결국 자신들의 진심과 힘든 점을 서로에게 털어놓으며, 자신들을 멀어지게 했던 ‘그 일’도 오해에서 벌어진 것임을 깨닫는다. 직접 말하고 확인하였다면 별 일 아니었을 텐데 자기 기준으로만 판단하여 오해하고 상처받았던 세 박자 친구들의 모습은 꼭 어린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대화가 단절되어 가고 있는 요즘, 소통과 대화가 너무나 절실하게 느껴진다.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더 많이 살았고 더 많이 안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의 모습이 희망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자기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나누려고 하는 아이들의 모습 말이다. 손이 붙어버린 친구를 위해 각자의 해결책을 들고 모인 아이들이 결국은 놀이로 변해 신나게 노는 모습을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친구를 위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좀 더 아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