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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 요술 텃밭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32
김바다 지음, 이영림 그림 / 사계절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 그림이 참 귀여운 동시집이다. 책을 읽기 전 이 책의 표지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제목도 정말 딱이다. 텃밭은 정말 수리수리 마~수리 요술을 부린 것처럼 싹이 쑥쑥 돋고 열매를 맺어 우리의 입과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니까.
사실 이 책의 서평을 신청할 때엔 텃밭가꾸기와 관련된 동화책인줄 알았다. 새학년에 아이들과 텃밭가꾸기를 할 때 이 책을 사용해야지, 그렇게 신나하며 신청했었다. 받아보고 살짝 당황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히는 동시집이다. 글쓴이는 봄이 되면 옥상 텃밭에 농사지을 계획을 세우고 어린이농부들과 텃밭 농사를 지으며 행복해 한다고 하는데 확실히 농사를 지은 경험과 느낌이 동시에 잘 담겨 있다. ‘도시에서는 돈이나 신용카드를 들고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채소, 과일, 곡식을 아무 때나 살 수 있어 씨앗이 싹을 트고 자라는데 많은 시간과 노동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라는 시인의 책머리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우리 아이들이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을 키우는 활동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씨앗이 싹을 트고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기다림, 땀 흘리는 기쁨,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책 속 동시에는 자연과 살아있는 것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가득하다. 꽁꽁 언 옥상텃밭에 함박눈이 쌓인 걸 보고 겨울동안 쉬라고 덮어준 이불로 생각한다든지(시-겨우내 토닥토닥) 쏟아지는 빗물을 아까워하며 커다란 빗물 받을 물통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시-빗물 받을 그릇이 모자라!) 오이가 탐스럽게 열린 것을 보고 오이 엄마가 자식을 잘 키워 자랑스럽게 내민다는 것(시-내 자식 어때요?) 등 많은 시에서 따뜻한 글쓴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암꽃의 지혜’라는 시처럼 몇 몇 시에서는 텃밭활동에 경험이 많은 시인으로부터 새로운 사실들을 배울 수 있었다. 또 ‘선비잡이콩’에서는 주모가 해주는 밤콩밥이 너무 맛있어 과거시험 보러 가는 것도 잊은 선비가 있다며 나도 그 콩밥 해먹고 학교 시험 안 보러 갈 거라는 내용에서 웃음이 나왔다. 아이의 눈높이와 마음을 헤아리며 쓴 재미있는 시다.
여러 번 읽다보면 노랫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같은 말이 반복되는 시가 많아 리듬감 있게 읽힌다. 텃밭 활동을 하면서, 또는 국어시간이나 아침자습 시간에 아이들에게 야곰 야곰 과자 꺼내 먹듯이 한 편씩 골라 읽고 싶은 동시집이다. 책 속 삽화도 시의 내용과 잘 어우러지고 귀엽고 정겨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