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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여왕님 ㅣ 작은 곰자리 26
다비드 칼리 지음, 루시드 폴 (Lucid Fall) 옮김, 마르코 소마 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9월
평점 :
‘어쩌다 여왕님’책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의 느낌은 그림의 색감이 참 독특하다는 것이었다. 세밀화처럼 섬세하기도 하면서 원색적이지 않고 조금은 몽환적인 느낌도 주는 독특한 분위기의 그림. 그림 속의 개구리들은 사람처럼 옷을 입고 서서 다니기도 하는데 그림체의 영향인지 정말 그런 세계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세계 어딘가에는 말이다. 좋아하는 가수 ‘루시드 폴’이 번역하였다고 하여 더 반가웠던 책인데 이 책은 그림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다.
평범하던 사람에게 권력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평등과 민주주의를 주장하던 사람일지라도 권력을 잡게 되면 그것을 지켜낼 수 있을까? 우리는 그 사람의 자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대표자로 뽑아주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다른 사람들을 누르고 핍박하지 않을까? 개구리 세상 속에서 우연히 여왕님이 탄생하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읽으며 들었던 생각들이다. 이처럼 이 책은 사람들의 세상을 투영해주는 우화이다.
여왕님이 생긴 후 벌어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지켜본 한 개구리가 권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어쩌다 당신이 여왕님이 된 거죠?’ 하지만 왕관을 찾아냈다는 이유만으로 여왕님으로 추대한 개구리들에게도 잘못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질문도 다른 개구리에 의해 묻히고, 개구리들은 여왕님을 위해 파리를 잡아 바치고 여왕님이 좋아하는 다이빙을 선보인다.
개구리 여왕님이 여왕이 된 것도 우연하고 갑작스러웠지만 그 권력을 잃는 것도 한 순간이었다. 왕관을 잃어버린 여왕에게 개구리들은 ‘네가 뭔데 우리한테 명령을 하느냐’고 물으며 진흙을 던진다. 짧은 이야기이고 동물들의 세상이지만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닮아 있다. 권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허상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결국 여왕님은 왕관을 잃어버려 여왕자리에서 물러나고 개구리들은 다시 예전처럼 평화롭게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반지의 주인이었을 남자가 연못에서 반지를 건져 사랑하는 연인에게 끼워주는 것으로 끝난다. 이처럼 이 책은 여러 가지 주제의식을 찾아 생각해 보게 한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있어야 할 그 자리, 자신의 위치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말이다. 반지는 사랑하는 여인의 손에, 개구리들은 자신의 삶의 방식대로 스스로 파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면서 말이다.
이 책은 아이의 연령에 따라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 아직 어린 저학년 아이들에겐 그냥 책의 내용 그대로 읽어줄 수 있고,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책 속에 담긴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글 밥도 비교적 많고 주제의 깊이가 있어 고학년도 함께 볼 수 있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