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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소녀 ㅣ 생각하는 숲 14
잭 샌닥 글, 모리스 샌닥 그림,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접한 모리스 샌닥의 책이라기에 망설임 없이 신청한 책이다.
주인공 플로라는 서커스단에서 나고 자라 한번도 바깥세상을 접한 적이 없다. 그런 플로라는 밤에 바깥사람들이 모두 같은 얼굴을 갖고 있다는 악몽을 꾸면서 바깥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직접 바깥세상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해 보기로 한다.
플로라가 서커스 단원들에게 바깥세상 사람들에 대해 물어 보았을 때 단원들의 대답이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하루 종일 머리를 땅에 대고 빙빙 돈다든지, 공연을 보고 나가자마자 보랏빛 연기가 된다든지, 사람들이 거미처럼 생겼다는 이상한 대답들. 플로라가 직접 용기를 갖고 탐험해 보기를 바라는 단원들의 깜찍한 거짓말이었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들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나 다른 사람에 대해 우리는 사실과 전혀 다르게 알고 있거나 오해하니까 말이다. 플로라는 처음에는 직접 사람들과 부딪히지 못하고 나무 위 높은 곳에 묶어 놓은 줄 위를 걸으며 사람들을 관찰하는데, 직접 부딪히지 못하고 관찰한 모습들은 사람들을 이해하기엔 부족할 뿐이었다.
아이들은 낯선 환경,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되면 불편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바깥 세상에 대한 플로라의 두려움을 보며 전학을 하고 이사를 하게 된 아이들은 자기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는 위안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플로라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감하게 바깥세상을 확인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결국 바깥세상 사람들도 자기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웃으며 돌아온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 두려움을 샌닥 형제는 환상적인 분위기와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두 형제의 어린 시절은 대공황이 가시기 전 유태인 대학살이 자행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폴란드계 유태인 부모 밑에서 자라난 형제들, 특히 어리고 병약한 모리스 샌닥에게 형은 웃음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샌닥 형제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나 낯선 상황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용기를 내어 다가가 보라고 나직하게 들려주고 있는 듯하다.
책이 얇고 글이 짧기는 하지만 내용으로 보아 초등학교 중, 고학년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접하게 되는 더 큰 세상에 대해 두려움과 불안을 느낄 때 플로라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안과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