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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 ㅣ 큰곰자리 9
살라흐 나우라 지음, 이상희 옮김, 정은혜 그림 / 책읽는곰 / 2013년 7월
평점 :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란 무엇일까? 책의 문장이 전체적으로 짧고 대화체가 많아 쉽게 빨리 읽힌다. 그런데 가볍게 읽기 시작했던 마음이 책을 읽으면서 마티의 마음처럼 무거워졌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거짓말부터 자신의 허세를 드러내기 위해, 열등감을 가리기 위해 하는 거짓말까지 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어른일수록 그 거짓말의 심각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거나 자기 위안을 할 뿐이다.
이 책의 ‘나’인 마티는 부모님의 거짓말을 보며 우주가 흔들리는 것처럼 느낀다. 부모님의 말씀이 진짜라고 믿고 있던 마티에게 부모님의 거짓말들은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가 흔들리는 듯한 놀라움과 충격일 뿐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여러 거짓말들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거나 해명하지 않고 어쩔 수 없었던 일이거나 그걸 믿은 마티가 바보라는 식으로 치부하고 만다. 마티의 부모님 모습을 보며 문득 마음이 뜨끔했다.
책을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던 이유는 마티가 아빠의 거짓말을 덮기 위해 마티 또한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티의 엄마는 ‘아빠를 탓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야.’라고 잘못을 마티에게 돌리는데 마티는 ‘엄마 말은 엉터리’라고 생각하며 부모님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이 책에서 마티를 바로잡아주는 바른 어른의 모습으로 외삼촌이 나온다. 외삼촌은 자꾸 거짓말하는 마티에게 솔직하게 말할 것을 조언하며 ‘거짓말이라는 건 대나무처럼 빨리 자란다. 너무나 빨라서 어디로 뻗어갈지 알 수 없다.’고 충고한다. 갈등이 증폭되고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단숨에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린아이인 마티의 시선에서 쓰여져,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잘 담고 있다. 또한 필란드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자라면서 아버지의 나라를 동경하고 언어의 갈등을 겪는 다문화가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공감과 자기 위안을 줄 수 있다면 어른들에게는 잘못된 어른들의 모습에 반성하고 한번쯤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아이들과, 쉽게 거짓말을 내뱉곤 하는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한 가지 사소한 의문, 주인공 마티는 여자아이 인걸까, 남자아이 인걸까? 삽화는 여자아이처럼 그려져 있는데 동생인 사미는 ‘형’이라고 호칭한다. 책 속 화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서도 글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점은 좀 분명하게 바로잡아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