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분 씨네 채소 가게 - 채소 장수 일과 사람 13
정지혜 지음 / 사계절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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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로교육보다는 막연히, 워낙 채소를 싫어하는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급식에 나오는 채소반찬을 더 많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신청한 책이었다. 첵표지에 나오는 채소장수 아줌마의 얼굴이 푸근하면서도 힘차보여서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친근함으로 채소를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들 책은 삽화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여 유심히 보는 편인데 이 책의 삽화들 또한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는, 귀엽고 다정하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글보다는 삽화에 먼저 눈길이 갔다. 여러 가게들과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시장의 모습과 순분씨네 채소가게의 모습들이 섬세하면서도 정겹게 그려져 있다. 삽화를 보면서 아이들은 순분씨네 채소가게를 실제로 있는 가게처럼 친근하고 구체적으로 느끼며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삽화와 함께 이야기의 서술방식 또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동이라는 채소가게 아이를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감자알을 캐어내듯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순분씨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이의 할머니 이름인데, 엄마아빠는 할머니의 가게를 물려받아 열심히 가게를 꾸려나간다. 동이는 열심히 살아가는 엄마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책은 우리 엄마랑 아빠는 날마다 새벽같이 일어나.’ 라는 말로 시작하여 채소장수로 살아가는 동이 부모님의 하루 일상을 담고 있다. 새벽에 도매시장에서 신선한 채소를 사와서 채소를 가게에 정리하고 장사준비를 시작한다. ‘입에 들어갈 거니까 깨끗하고 좋은 걸로 팔아야지라는 할머니의 말에서도 느껴지듯이 순분씨네 채소가게사람들은 자기의 일에 대해 자부심이 있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한다. 동이가 엄마가 채소를 팔며 일하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절로 웃음이 난다. ‘엄마는 귀에 쏙쏙 들리게, 장단에 맞추어 노래하듯이 소리쳐’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도 엄마는 어떤 손님이 먼저 왔는지 다 알아. 머릿속에 계산기라도 든 것처럼 값도 척척 계산해...우리 엄마 굉장하지?’

    언제부터인가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자신보다 더 잘살기를 바라며 의사나 판검사, 공무원과 같이 안정적이고 돈을 많이 버는 직업, 사무실에서 편히 앉아 일하는 직업을 갖기를 바라며 수입의 대부분을 사교육에 투자해서라도 아이가 공부를 잘해 성공하기를 바라게 되었다. 우리는 은연중에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보다 사무실에서 앉아 일하는 사람이 더 성공한 사람이고 잘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편견을 깨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며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이 직업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다양한 직업에 대해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긍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림 속 순분씨네 채소가게가족들은 참 행복하고 활기가 넘쳐 보인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직업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어떤 일이든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진로교육으로써 채소장수라는 하나의 직업에 대해 보여줄 뿐만 아니라 채소를 파는 가격을 정할 때 어떻게 정하는지를 통해 경제교육을 할 수 있고, 계절에 따라 나는 여러 가지 나물과 채소를 보여주며 생태교육을 병행할 수도 있다. 또한 부록에는 채소가 어디에서 와서 어떤 과정으로 팔리는지, 시장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다양한 시장의 모습에 대해 자세히 보여주고 있어 다방면으로 활용도가 높은 책이다. 수업의 목적에 따라 이 책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다른 일과 사람 시리즈의 책도 보고 싶어졌다. 중국집 주방장, 우편 집배원, 어부, 목장 농부, 환경운동가등의 직업이 소개되고 버스 운전사, 특수학교 선생님의 책이 출간예정이라니 판에 박힌 직업이 아니라서 더 흥미가 가고 우리 아이들이 직업에 대해 생각을 넓히는데 더 도움을 줄 것 같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섬세하고 정겨운 삽화가 어우러져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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