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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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아직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이다. 그녀의 산뜻한 문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무겁지 않게 처리(?)하는 그녀의 깔끔함. 그녀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참 신선하다..라는 느낌을 가졌었다. 이런 세계도 있었군. 그리고 그녀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약간은 두근대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

<하드보일드 하드럭>은 두 편의 짧은 소설이다. 그리고 그 두 편의 소설은 서로 죽음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정은 다르지만 두 소설 속의 [나]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다. 예기치 못하게..또는 서서히.

약간의 동성애와 오컬트적 분위기..여전하다. 언젠가부터 그녀는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소설 속의 화자가 같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것 자체가 그녀의 매력일 수도 있겠지만..이제는 약간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제까지나 젊은 작가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책 자체는 무척이나 예쁘다. 요시토모 나라의 독특한 일러스트가 곳곳에 진주처럼 숨어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책날개에 실려 있는 그녀의 사진은 좀 바꿔주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바꿀 때도 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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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대전기 1
이정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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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정애 씨의 작품에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분명히 이정애 씨는 한국 만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며, 개인적으로 그녀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애 씨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불편한 심기가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것 중에 하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표현되는가는 작품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하지만 이정애 씨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모두 남성들이다. 여성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별 영향력이 없는 주변인에 머물 뿐이다. <열왕대전기>도 마찬가지이다. 이 만화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대부분이 남성들이며, 그들은 곧 인간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남성=인간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리고 <열왕대전기> 속에서 여성은 단지 애정의 대상조차도 되지 못한다. 만약 그녀가 고리타분한 이성애에 대한 반기로서 동성애를 선택한 것이라면, 기존의 보수적인 관념에 대한 항의로서 동성애를 선택한 것이라면, 그녀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남성들만의 동성애에 일말의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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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1 - 동터오는 모험시대
오다 에이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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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는 재미있다. 너무도 재미있다. 하지만 재미만 있지는 않다. 그랬다면 명랑함으로 똘똘 뭉친 다른 챔프류 만화들과 별 차이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원피스>에는 예상치 못했던 감동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것도 너무 유쾌해서 씨익 웃게 만드는 감동이. 처음에 이 만화를 읽었던 이유는 인기가 많아서였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보나 하는 궁금함이 일었던 것이다. 한 두권만 읽고 관두려고 했다. 그러나..곧 다음 권이 언제 나오나 하고 기다리는 사람 중에 하나가 되고 말았다.

나는 사실 챔프류의 만화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원피스>로 인해 그 고정관념이 약간(많이는 아니다) 깨어지게 되었다.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주는 만화는 흔하지 않다. 그리고 <원피스>는 그 흔하지 않은 만화 중에 하나이다. 만화를 시간을 때우기 위해 보는 사람이든지, 아니면 그 이상을 얻어내려 하는 사람이든지 즐겁게 볼 수 있는 만화라고 생각한다. <원피스>에서는 소제목이 바뀔 때마다 한 컷 만화가 나오는데, 그것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만화에서 사라(?)진 등장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가 있다. SBS도 재미있다. 독자들에 질문에 능청 맞게 슬슬 피해버리는 작가의 유쾌한 대답. 모두 놓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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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23 - 홍천녀 4
미우치 스즈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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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화책 보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 엄마..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만화책을 붙잡고 있느냐며 온갖 구박(?)을 하신다. 그런 우리 엄마가 며칠 밤을 울며 지샌 만화가 있으니..그것이 바로 <유리가면>이다. 솔직히 이 만화의 그림체는 세련된 그림체를 선호하는 요즘의 추세와는 동떨어져 있다. 80년대 초의 만화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일단 만화를 읽게 되면 어느덧 처음의 거부감은 사라진 채 만화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통속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유리가면>에는 분명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유리가면>의 중심을 이루는 연극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보너스로 예전 순정만화의 전매특허(?)와도 같았던 공포의 눈알 비우기, 우아한 척 뛰어가기, 꽃 백만송이 피우기 등 주옥 같은 명장면들도 실컷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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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트 1
형민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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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다. 정말 강렬하다. 그리고 처절하다. 이 만화에는 무거움만이 가득하다. 왠만한 만화에서 보여지는 간간한 웃음은 이 만화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일단 책을 펼치게 되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살점이 사방으로 튀고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그리고 세상의 고뇌를 다 짊어진 듯한 이반의 얼굴. 그는 과거에는 신부였으며, 어둠의 힘으로 다시 태어난 자이다. 증오가 그의 힘의 원천이며, 어둠의 힘으로 어둠을 응징한다. <프리스트>는 결코 가벼운 만화가 아니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흡인력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런 만화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또한 형민우님의 파격적인 변신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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