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대전기 1
이정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굳이 이정애 씨의 작품에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분명히 이정애 씨는 한국 만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며, 개인적으로 그녀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애 씨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불편한 심기가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것 중에 하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표현되는가는 작품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하지만 이정애 씨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모두 남성들이다. 여성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별 영향력이 없는 주변인에 머물 뿐이다. <열왕대전기>도 마찬가지이다. 이 만화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대부분이 남성들이며, 그들은 곧 인간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남성=인간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리고 <열왕대전기> 속에서 여성은 단지 애정의 대상조차도 되지 못한다. 만약 그녀가 고리타분한 이성애에 대한 반기로서 동성애를 선택한 것이라면, 기존의 보수적인 관념에 대한 항의로서 동성애를 선택한 것이라면, 그녀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남성들만의 동성애에 일말의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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