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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cm 예술
김점선 지음, 그림 / 마음산책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재미있는 책이다. 김점선의 말하기법은 아주 유머러스하다. 물론 일부러 웃기려고 꾸며썼기 때문이 아니다. 너무 솔직하고, 진심어리기 때문에, 전혀 에둘러가는 법 없이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기 때문에 읽다보면 저절로 웃음짓게 된다. 글쓴이의 마음은 깨끗하고 눈은 편견이 없고 삶은 변함없이 열정적이다. 이 글을 읽고 그림을 보면 이런 생각이 그냥 든다. 그런 삶의 모습이 글들에서 배어난다.

무서운 책이다. 머리말 첫장을 읽으면서부터 충격을 받는다. 열정의 삶,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자폐적인 삶" 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기때문에. 다시 말하면 그렇게 나태하게, 세상의 가치들로만 눈가림하며 살아도 '진짜로' 괜찮겠느냐고 급작스런 질문을 받는 것만 같기 때문에. 읽다보면 흡사 혼나거나 반성하는 자세로 읽게 된다. 

삶의 목표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땀흘리며 살아라, 라고 말하는 자기계발서와 처세서는 오늘도 서점에서 넘쳐나고 있지만, 그 모든 책들이 결여하고 있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삶의  진짜 견본이 바로 이 책에 있다. 스퍼트를 발휘하면 인간은 이만큼까지도 살수 있다, 라는 감탄과 반성을 주는 책.  슬프고 좌절스러운 분들, 이 책의 무시무시한 글과 살아있는 그림을 통해 기를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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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꿈 그리고 사상 - C.G. Jung의
집문당 / 198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딱딱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매우 흥미진진하다. 마치 문학작품을 읽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읽는 속도가 붙는다. 일단은 융이라는 개인의 역사가 일반인이 보기에 워낙 특이한 체험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렇다, 적어도 나에겐.

하지만 그보다도 그 체험들이 융의 사상에 얼마나 오롯이 녹아들었는가를 발견하는 묘미 때문에 읽을수록 빠져든다. 논문이나 전공서적을 통해서 융을 접했다면 그 사상들이 어떠한 개인적 토대를 바탕으로 탄생한 것인가 확인하는 기회가 되겠다 싶다. “자서전은 내가 학문적으로 노력해서 얻은 것이라는 관점에서 나의 생입니다. 이 양자는 하나입니다. (...) 내가 어떻게 존재하느냐와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바로 융의 학문과 삶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는 점이었다. 학문과 완전히 하나가 된 삶에서 나오는 에너지, 진실성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런 기가 느껴진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학자로서 융이 갖고 있는 경험주의적 태도다. 흔히 융은 신비주의자로 알려져 있거나, 비과학적이어서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좀 특이한 학문을 한다고 비춰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차라리 그 반대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사상은 철저하게 그의 개인적, 구체적, 실제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일 뿐 아니라,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연구된 것이기도 하다. (물론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진실성 하나만으로 진리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그만큼 충분히 체계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하겠다.) 각설하고, 요는 이 책을 통해 굉장히 경험주의적인 그의 학문적 태도, 그리고 삶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더불어 학자로서, 동시에 경험주의자로서 평생 비합리적인 주제로 작업해야 했던 그의‘고독함’도 마음에 남는다. 그가 고독함과 싸우며 평생을 들여 남겨놓은 학문적 궤적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그래서 더욱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의 학문적 진실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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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융
에드워드 암스트롱 베넷 지음, 김형섭 옮김 / 푸른숲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특징들.

첫째, 융의 개념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꽤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이는 글쓴이의 관점과 연관이 있다고 보인다. 글쓴이인 에드워드 암스트롱 베넷은 융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는데, 이 점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읽기 시작했음에도 첫 장부터 화자와 융의 거리가 매우 밀접하게 글이 서술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학교 때 소설의 관점에 대해 배운 식으로 말하자면, 3인칭 관찰자 시점보다는 1인칭 주인공 시점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러한 '화자의 관점'은 일장일단이 있다. 앞서 말했듯 융의 여러 개념들이 탄생한 배경에 대해 퍽 세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장점인 반면, 융 관점에 대한 비판이나 대안 등을 전혀 들을 수 없는 점은 단점이다.

둘째, 이러한 관점 탓인지 호흡이 차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책은 크게 7장으로 나뉘고, 각 장이 다시 6~8개의 절로 나뉘는데, 각 절이 3~4쪽 정도 된다. 매우 짤막짤막하게 나누어 쓴 것은 책을 천천히 읽으라는 배려로 보인다. 집중해 읽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셋째, 융의 핵심 개념에 대해 주제별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보통 연대순으로, 즉 초기작업부터 후기작업 순으로 훑어 가는 것과는 달라 특이했다. 하지만 후반에 가서는 설명이 다소 중복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체 평을 하자면 융의 기본 개념들에 대해 일면이 있는 독자에겐 그 개념들의 맥락을 훑어보며 읽는 재미가 괜찮겠다 싶다.
(참, 원제가 What Jung really said인데, 마치 '융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라는 식의, 글쓴이의 야심이 담겨있는 듯해 그 또한 재미있다. 이 책이 얼마나 융의 '진실'에 접근했는지는 입문자인 나로선 아직 알 길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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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 로고스 총서 13 시공 로고스 총서 13
앤터니 스토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좋은 입문서다.

첫째, 분량이 부담 없다. 170여 쪽에 글자크기도 큼직한 편이다.

둘째, 설명이 쉽다. 입문서라고 해서 설명이 피상적일 때는 사실 이해하기가 더욱 어렵고,조금 전문적이 되면 난해해져 더 이상 입문서가 아닌 것인데,그 중간을 잘 유지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한번쯤 들어보았던 융의 핵심개념- 집단무의식, 원형, 신화의 재발견, 내향과 외향의 성격 유형, 정신의 보상기능, 자기와 자기실현 등- 을 빠짐없이 소개 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이 개념들을 어렵지 않은 정도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더 관심이 있는 독자를 위해서는 해당 주제에 대한 논문을 각각 권해주고 있다. 매우 친절하고 편리한 기능이다.

셋째, 융 뿐 아니라 다른 관점을 비교해놓아 이해를 돕는다. 프로이트, 아들러 등 융과 함께 쟁점이 된, 혹은 융이 관심가졌던 정신분석학의 견해를 동시에 소개하고 있다. 이들과 어떤 점에서 뜻이 맞았는지, 또 어떤 점에서 의견을 달리하는지 비교해 보여주니 융 초심자가 융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곳곳에서는 현대심리학이 융에게 물려 받은 유산을 비롯하여, 융에 대한 저자 자신의 평가, 때로는 비판점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받은 인상은 그렇다. 저자가 융을 단순히 반복하기보다는, 자기 말로 풀어내고자 했다는 것. 이는 융 사상에 자신의 관점을 덧입혔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그 반대의 노력을 기울였으리라고 보인다. 저자가 심리학 내 다양한 관점, 자신의 비평을 함께 제시한 것은 독자에게 융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지. 그리하여 독자는 융을 스스로 한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얻는다. 이 정도라면 입문서의 기능에 충실한 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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