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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 시공 로고스 총서 13 ㅣ 시공 로고스 총서 13
앤터니 스토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좋은 입문서다.
첫째, 분량이 부담 없다. 170여 쪽에 글자크기도 큼직한 편이다.
둘째, 설명이 쉽다. 입문서라고 해서 설명이 피상적일 때는 사실 이해하기가 더욱 어렵고,조금 전문적이 되면 난해해져 더 이상 입문서가 아닌 것인데,그 중간을 잘 유지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한번쯤 들어보았던 융의 핵심개념- 집단무의식, 원형, 신화의 재발견, 내향과 외향의 성격 유형, 정신의 보상기능, 자기와 자기실현 등- 을 빠짐없이 소개 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이 개념들을 어렵지 않은 정도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더 관심이 있는 독자를 위해서는 해당 주제에 대한 논문을 각각 권해주고 있다. 매우 친절하고 편리한 기능이다.
셋째, 융 뿐 아니라 다른 관점을 비교해놓아 이해를 돕는다. 프로이트, 아들러 등 융과 함께 쟁점이 된, 혹은 융이 관심가졌던 정신분석학의 견해를 동시에 소개하고 있다. 이들과 어떤 점에서 뜻이 맞았는지, 또 어떤 점에서 의견을 달리하는지 비교해 보여주니 융 초심자가 융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곳곳에서는 현대심리학이 융에게 물려 받은 유산을 비롯하여, 융에 대한 저자 자신의 평가, 때로는 비판점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받은 인상은 그렇다. 저자가 융을 단순히 반복하기보다는, 자기 말로 풀어내고자 했다는 것. 이는 융 사상에 자신의 관점을 덧입혔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그 반대의 노력을 기울였으리라고 보인다. 저자가 심리학 내 다양한 관점, 자신의 비평을 함께 제시한 것은 독자에게 융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지. 그리하여 독자는 융을 스스로 한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얻는다. 이 정도라면 입문서의 기능에 충실한 책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