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재판 -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2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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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희 둘 사이에는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시체 한 구가 있었습니다."

1961년도 작품인데도 이렇게 생생하게 읽히다니. 그저 놀랄 따름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재판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 여느 추리소설과 비교하면 막판이 무지 싱겁게 느껴진다. 언제나 그렇듯 법정물이란 마지막엔 반드시 사건을 뒤집는 충격적인 반전이 나오길 기대하서일까? 기대하지 않아도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파계 재판>은 추리를 위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쉽게 말하면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다들 알면서도 일부로 외면하는, 사회의 암적인 문제점을 들춰 추리소설과 연결한다. 그 부분을 얘기하면 스포가 될 위험성이 있기에 일단 빼고 얘기한다.

내용을 얘기하자면, 무명 연극배우 무라타라는 남자가 내연녀와 함께 남편을 살해하고 곧 내연녀까지 죽인다. 또한 두 건의 살인을 감추기 위해 사체까지 훼손한 극악무도한 남자. 도대체 무라타는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이 혐의를 바탕으로 재판을 시작한다. 이 재판의 처음부터 끝까지 변호사와 증인들, 검사와 피해자 무라타까지 정말 법정에서 듣는 듯한 생생함이 담겨 있다. 혐의는 어디까지 혐의일 뿐, 피해자 무라타는 단 한 건만 제외하고 모두 부인했다. 인정한 그 한 건은 죽은 내연녀의 남편을 자신의 차로 사체 유기를 도운 것뿐이다.

▣검사측의 주장: 무라타와 내연녀의 관계가 틀통나자 내연녀 남편을 죽이고 사체를 유기. 그런데도 불안한 나머지 내연녀 마저 죽이고 사체를 유기했다.

무라타의 주장: 어느 날 밤, 갑자기 내연녀의 급박한 전화 한 통. 죽은 그녀의 남편 사체를 유기했다. 나머지는 자신과 관계가 없으며 전후 사정도 모른다.

 

정확한 사실 증거는 없지만 정황은 있는 상태다. 무라타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누가 보더라도 무라타는 범인이었다. 그 이유는 그의 살아온 발자취 때문이다. '발자취'란 그가 이제까지 살아온 과정이다. 살아온 과정을 바탕으로 그 인물이 살인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근거가 있을까, 생각하지만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A라는 남자가 잘못해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하자. 몇 달 뒤 교통사고로 A와 B가 다투고 있는데 경찰이 와서 '어..전에 A씨는 교통사고 조사를 받았었네?'라는 한마디로 A가 잘못했다는 '듯'한 분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발생한다.

 

편견이라는 게 참 미묘하다. 부정적인 생각이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다. 난 분명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머리는 '편견이라는 굴레'가 존재한다. 그 사람의 행동, 외모, 입은 옷, 스펙 등 이런 것들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상을 만들고 더 나아가 그 사람을 완성시킨다.

 

<파계 재판>은 재밌는 법정 서스펜션 스릴러다. 짜릿한 반전은 없지만 탄탄한 사건 구성으로 읽는 재미와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생각보다 이 책에 대해 만족하며 읽었지만 마지막 이상한(?) 챕터가 끼어 드는 바람에 만족감을 절반이나 깎아 먹었다..+_+

도대체 그 부분은 왜 넣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긴 힘들다..하지만, 다카기 아키미쓰란 작가의 다른 책도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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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2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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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신간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고 있다. 사서 읽는 것도 아닌데 무작정 사고 본다. 가격이 저렴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만화책치고는 제법 정이 간다. 주로 자기 전에 읽는 편인데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나도 언젠가 이런 소설을 써보고 싶다.'. 술집이지만 술도 있고 밥도 있고, 낯선 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나누는 훈훈한 분위기.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나는 만화책이다.

스토리는 정형화 됐지만 질리지 않고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마음에 든다. 흔히 보는 저렴한 재료가 훌륭한 음식이 되는 것처럼,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달빛 아래에 앉아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 것만 같다.

<심야식당>을 보면 언제나 엉뚱한 상상을 하곤한다. 실제 이런 곳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상상. 그래서 맨날 맛난 음식을 안주로 삼고 마스터나 낯선 누군가에게 내 인생 얘기나 고민을 털어놓고 싶다. 부담없이, 솔직하게 모두 털털 털어놓고 싶다. 해결하거나 도움이 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 얘기를 누군가 잘 들어주기만 하면 좋을 것 같다. 술잔처럼 이야기도 주거니 받거니.

이 시대 샐러리맨들은 항상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을까?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는.....

사람들은 왜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려 하는걸까? 위로받고 싶은걸까?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정말, 내 얘기를 마음껏 나누고 싶은 날이. 누구라도 좋다. 그냥, 잠시 내 옆에서 내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괜찮다면 상대방 얘기도 듣고 싶다. 설령 우리의 이야기가 밤새 이어진다고 해도 말이다.

 

난 이렇게 여기에 글을 적고 있다. 내 블로그 이웃분들에게 <심야식당> 12권 얘기를 하며 내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하고 있다.

알맹이는 별로 없지만......<심야식당>을 보시면 내 말을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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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오브 로라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창작노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윤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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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 이양반 또 나왔구려....반갑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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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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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작가의 책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감히 김중혁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의 상상력에, 그의 장난꾸러기 같은 천진난만함에 끌렸고 정제되지 않은 글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제목과 표지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당신. 그림자. 월요일. 어쩌면 뜬금없고, 또 어쩌면 요상하다. 이 모든 게 작가 김중혁의 매력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마치 여러 개의 달걀을 품은 암탉처럼.

돌같이 우직하고 얼음 같은 냉철한 판단력, 여우같은 지혜를 가진 구동치 탐정. 전직 형사이며 현직 탐정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탐정과는 조금 다르다. 의뢰인이 지우고 싶은 흔적이나 물건을 알려주면 그대로 지우는 게 탐정이 하는 일이다. 보이는 물건이든 보이지 않는 파일이든 의뢰만 하면 지우고 삭제하고 사라지게 만든다. 구탐정은 ‘딜리터deleter’ 라고 불린다. 원하는 건 뭐든 지워준다는 것일까? 그것만으로 눈에 호기심이 팍팍 생긴다.

의뢰인 K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의 컴퓨터 하드를 지워달라고 의뢰한다. 그렇게 계약을 하고 얼마 후 K가 죽게 된다면 구탐정은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 하드를 통째로 빼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린다. 그의 일이란 이렇듯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여기서 보면 범죄이고 저기서 보면 범죄가 아닌 일이다. 경계가 어째 묘해진다. 컴퓨터 주인이 자신의 하드를 삭제하라고 시켜서 실행에 옮긴 건 적법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겨야만 하는 불법 침입과 절도는 엄연히 범죄라 할 수 있다. 범죄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이 아이러니한 경계를 구동치 탐정은 모두 흔적 없이, 퍼펙트하게 처리한다. 그만큼 구탐정의 실력은 뛰어나다. 어떻게 안 걸리고 잘하는 거야? 라고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사 한두 번 하냐?'

자신의 의뢰인 A가 살해당한다. 의뢰인 A가 죽자 구탐정은 그가 의뢰한 물건(태블릿 pc)을 딜리팅하려 한다. 그런데 그 사건에 의뢰인 B가 연루되어 있다. 태블릿 pc가 B에게 있으며, 요상하게 A와 B가 C라는 대기업과 연루되어 있었다. C기업과 구탐정 모두 태블릿 pc를 찾고 있었다. 의문의 죽음과 딜리팅할 물건을 찾아야 하는 구탐정, 그리고 꼭 찾아야만 하는 C기업까지. 얽히고설킨 이 사건의 숨겨진 내막은 무엇일까?

의문에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점점 미궁에 빠져나간다. 의문이 풀리기까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긴장하게끔 만들었다. 추리소설 같았다. 김중혁 작가스러운 대화체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핑퐁게임처럼 한명이 말을 하면 자연스럽게 톡탁톡탁 하며 흘러간다. 마치 내가 친한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허구처럼 읽히지 않고 재밌었다.

읽다 아직까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 한 가지. 재밌고 유머러스한 대화체에 ‘하루키’ 냄새가 났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떻게 하루키와 닮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대화하는 도중 내용과 동떨어진 묘사 부분(c기업 사장과 구동치와의 대화)에서 하루키 문장 냄새가 났다. 눈에 거슬리는 것도 나쁜 것도 없이 냄새가 스쳐지나갔다, 정도?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소설도 재밌었지만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이 소설은 재밌게 읽었다. 그리고 다음 작품이 기대될 만큼의 기대감까지. 출퇴근 지옥철에서 날 즐겁게 해준 이 책에 감사한다. 히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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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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