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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ㅣ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2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평점 :
박현숙 작가님의 '구미호 식당' 은 청소년도서로 사랑받는 베스트셀러인데 이번 2020년 여름에 성인 독자를 위해 내용을 보강하여 '성인용 특별판'이 출간되었다.
“어차피 다시 살아난다는 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와도 같은 확률이지. 거기에 매달리는 대신 나에게 그 확률을 판다면 훨씬 이익이 될 거야. 확실하게 사십구일 동안의 시간을 보장하거든. 그 시간 동안 이승에 머무를 수 있어. 대가는 오직 뜨거운 피 한 모금이야. 판단은 알아서 하고 결정도 오로지 너희들 몫이야. 예상치 못한 이별 때문에 마음 아프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지? 사십구일의 시간을 버는 거, 그거 쉬운 일 아니다. 나를 만난 것은 행운 중에 행운이야.” 9p
망각의 강을 건너러 가는 길 민석(40대 남자어른)과 도영(15살 소년)은 불사조를 꿈꾸는 구미호 서호로 부터 뜨거운 피 한 모금과 49일이라는 시간을 교환 제안을 받는다. 민석은 마음속에 만나야 할 사람을 품고 있었기에 바로 수락한다. 도영은 지나온 삶에 아무런 미련도 없을만큼 멸시만 받는 불행한 삶을 살아왔지만 민석에게 설득당해 함께 중간계에서 식당을 운영하게 된다. 둘은 식당에서 본인의 얼굴이 아닌 다른 이의 얼굴을 빌려 살면서 식당을 벗어나면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민석은 만나고 싶은 이를 식당으로 오게 유도하기 위해 사연이 있는 메뉴 '크림말랑'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연히도 가게 홍보 아르바이트로 도영의 철천지 원수였던 도영의 형이 일하게 된다.
"스쿠터가 부서지면 내가 아빠한테 맞을까봐 걱정을 했던거 같아. 분명 그랬을 거야. 그러지 않아도 되었는데. 그깟 스쿠터는 다시 사면 되는 건데. 나는 도영이가 스쿠터보다 더 소중했는데."
수찬이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내 귀에쏟아져 내리는 수찬이의 목소리는 다른 어느 목소리보다도 컸다. ‘도영이가 스쿠터보다 더 소중했는데‘ 누구에게도 이런 고백을 들어본 적 없었다. 아니 그런 말을 듣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p134
혼자라고만 생각했던 도영이는 친구 수찬의 이야기에 살아있을땐 잘 알지 못했던 한줄기 우정을 알게 된다. 죽기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도영이와 스쿠터의 진실이야기를 읽을땐 동심으로 돌아가 눈물이 핑돈다.
민석에게도 기다리던 이가 찾아오게 되는데...
민석의 사랑은 자꾸 떠나려고만 합니다.
민석과 도영이 살아 있을땐 잘 알지 못했던 사랑을 독자는 함께 들여다보며 죽기전 알았다면 좋았을 안타까움을 안고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다.
죽음앞에선 죽은사람이나 남은 사람이나 후회하지는 않는가? 그렇기에 우리들 대부분은 삶의 마지막에 서호 같은 존재가 필요한 지도 모른다.
죽음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때에 오지 않기에 나에게도 갑자기 그런시간이 온다면 하는 마음으로 독자도 누군가 떠오르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 가족, 우정, 사랑 등을 떠올리며 후회되는 과거는 없는지 마음 한구석 한구석 되돌아 보는 시간을 주는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처럼 이미 잘못된 뒤에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다. 작가의 말처럼 중간계가 결코 필요치 않는 삶을 살기를...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와 내가 후회가 없이 살아가기를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