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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나의 인생
레이다르 옌손 / 오늘 / 1997년 1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이 영화로 나왔을 때, 그때 '개같은'이라는 수식어는 물론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누군가는 나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그 '개같은'이 아니라 다정하고 포근하고 즐거웠던, 그러니까 여름날 햇빛아래 잔디밭을 굴러다니는 개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개같은'이라고 말해주었더랬다. '개같은'이라는 말은 참으로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영화 포스터 속의 꼬마애는 몹시 귀여워서 그 영화를 보고 싶기도 했지만 늘 그랬듯 글쎄, 뭐 보게 되지는 않았다.
작품은 1958년과 59년, 두 해에 걸쳐 잉그마르라는 소년에게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엄마가 바람피다 병들고 그 바람에 이리저리 맡겨지며 휩쓸려 다니고 엄마가 죽고 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소년의 이야기.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태어난 우리는 아무 힘도 없으니 말이다. 우리는 아무 힘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부모가 있어서 우리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게 되는데 완벽한 부모란 세상에 없게 마련이며, 물론 부모가 없다는 것은 더 안 좋은 상황이겠지만, 그래서 우리는 결국 자신의 인생에 만족할 때 부모에게 감사하나, 스스로가 인생의 실패자라고 느낄 때는 그 실패자의 자리에 오기까지 굴러왔던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좀더 나아질 수 있었던 때 어떻게 부모가 잘못된 길로 이끌고 때로 잘못된 길로 갈 수 밖에 없도록 강요했는가 돌아보게도 되는 것이다. 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나는 그렇다는 것이다.
잉그마르의 이야기에서 너무 멀리 왔나보다. 책은 재미있었다. 참으로 잉그마르네 식으로나 우리 식으로나 개같은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잉그마르는 불쌍하고 그 세세한 이야기들은 재미있었다. 게다가 그, 잉그마르는 아직 한창 성장기이지 않은가. 불행 속에서도 자라나는 새싹의 향기랄까 재미랄까 하는 것이 있는 법. 그래서 어린 화자, 어린 주인공은 대개 매력있는 법이다.
그나저나, 절대 나쁘지 않은 책인데 왜 재출간되지 않는 걸까? '자기만의 생'이나 '파이이야기'처럼 어린 화자가 등장하는 인생의 슬픔과 기쁨이 짬뽕된 괜찮은 소설인 것을. 완벽한 소설이나 최고의 소설은 아니겠지만. 결국 사람이나 책이나 모두 어떤 운이라거나 때라거나 하는 것이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