촐라체
박범신 지음 / 푸른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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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진짜 소설이다, 라고 나는 몇번이고 중얼거렸다. 책을 보는 내내. 내가 소설을 좋아했던 건 바로 이런 소설들 때문이었다. 한동안 이런저런 소설 아닌 소설들, 치열함도 도전도 극복의지도 없는 소설들에 치여서 어떤 것이 소설인지 잊고 나 혼자 회의하고 우울해했었다.

예전엔 너무 마초같아 싫어했던 황석영의 소설도 더 좋아져서 돌아왔고 흰소를 찾으러 다니며 감동을 주던 박범신의 소설도 이렇게 멋있게 돌아왔고 <깊고 푸른 밤>에서 정말 멋진 단편, 멋진 문체를 보여주었던 최인호까지 울트라 캡숑 나이스 그레이트한 소설을 들고 돌아와준다면 지금보다 한결 더 많이 행복할 것 같다. 오늘은, 물론 다른 것도 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대체로, 70퍼센트 이상, <촐라체>덕분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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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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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사다 지로가 좋다. 전에도 아사다 지로의 책을 읽었는데, 참 좋았다. 아사다 지로는 그러니까, 내가 자꾸 따지는 게 우습기도 한데, 아무튼 글쎄, 나오미 상을 받았으니까 우리 식으로 말하면 본격문학, 순수문학, 이런 거랑은 좀 거리가 있는 듯하다. 아, 그리고 한 번 생각을 해보라, 우리 문단에서 활동하는 작가 가운데 아사다 지로처럼 맨날 화해하고 용서하고 쉽게쉽게 감동받고 흔히 희생하는 작품을 쓴 작가가 있는가 말이다. 오늘 문학동네를 보니 신경숙이 그런 쪽으로 "쓰고 싶은 모양이지만, 아사다 지로와는 글쎄, 많이 다르다고 느낀다. 신경숙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딱 정해져 있고 나는 그 무리에 절대 낄 수 없다, 는게 신경숙의 글을 읽고 난 내 느낌이니까.

좀더 편하게 말하면 아사다 지로는 못배운 사람의 소설을 쓰는 것이리라. 그래서 이론적으로나 비판적으로나 세상을 이모저모 자르고 재고 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마음에 흡족한 것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아사다 지로는 그저 좋고 그런 류의 일이나 감정이 얼마나 사람들속에서 우스워보일지 알면서도 자꾸 놓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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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나의 인생
레이다르 옌손 / 오늘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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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영화로 나왔을 때, 그때 '개같은'이라는 수식어는 물론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누군가는 나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그 '개같은'이 아니라 다정하고 포근하고 즐거웠던, 그러니까 여름날 햇빛아래 잔디밭을 굴러다니는 개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개같은'이라고 말해주었더랬다. '개같은'이라는 말은 참으로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영화 포스터 속의 꼬마애는 몹시 귀여워서 그 영화를 보고 싶기도 했지만 늘 그랬듯 글쎄, 뭐 보게 되지는 않았다.

작품은 1958년과 59년, 두 해에 걸쳐 잉그마르라는 소년에게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엄마가 바람피다 병들고 그 바람에 이리저리 맡겨지며 휩쓸려 다니고 엄마가 죽고 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소년의 이야기.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태어난 우리는 아무 힘도 없으니 말이다. 우리는 아무 힘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부모가 있어서 우리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게 되는데 완벽한 부모란 세상에 없게 마련이며, 물론 부모가 없다는 것은 더 안 좋은 상황이겠지만, 그래서 우리는 결국 자신의 인생에 만족할 때 부모에게 감사하나, 스스로가 인생의 실패자라고 느낄 때는 그 실패자의 자리에 오기까지 굴러왔던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좀더 나아질 수 있었던 때 어떻게 부모가 잘못된 길로 이끌고 때로 잘못된 길로 갈 수 밖에 없도록 강요했는가 돌아보게도 되는 것이다. 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나는 그렇다는 것이다.

잉그마르의 이야기에서 너무 멀리 왔나보다. 책은 재미있었다. 참으로 잉그마르네 식으로나 우리 식으로나 개같은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잉그마르는 불쌍하고 그 세세한 이야기들은 재미있었다. 게다가 그, 잉그마르는 아직 한창 성장기이지 않은가. 불행 속에서도 자라나는 새싹의 향기랄까 재미랄까 하는 것이 있는 법. 그래서 어린 화자, 어린 주인공은 대개 매력있는 법이다.

그나저나, 절대 나쁘지 않은 책인데 왜 재출간되지 않는 걸까? '자기만의 생'이나 '파이이야기'처럼 어린 화자가 등장하는 인생의 슬픔과 기쁨이 짬뽕된 괜찮은 소설인 것을. 완벽한 소설이나 최고의 소설은 아니겠지만. 결국 사람이나 책이나 모두 어떤 운이라거나 때라거나 하는 것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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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분위기가 90% - 인간관계를 키워주는 분위기 심리학
다케우치 이치로 지음, 한명희 옮김 / 수희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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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목차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소소하게 쓸 수 있는 상식들이 꽤 많습니다.

 남들 앞에서 말을 하거나 이런저런 글을 쓰셔야 하는 분들이라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메모해 두었다 사용하셔도 퍽 유용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실용서가 그렇듯 밀도가 높지는 않으니, 정독할 생각으로 보니까 좀 질리더군요.

 다들, 지금도 그러시겠지만, 즐겁고 멋진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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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 전21권 세트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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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가는 한두 권의 책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누구나가 말하듯 박경리는 훌륭한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경솔한 나를 반성하는 말이다. 예전에 박경리의 장편들을 몇 권보고 나는 박경리라는 작가를 그저 한때 대가 세달까 팔자가 세달까 한 여자들을 그려서 먹고 산 작가라고까지 평가한 적이 있었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 인간인가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자주 그렇듯, 또 어느 집에 갔더니 <토지> 전질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집 아버님은 너무 흥분하셔서 <청소년 토지>까지 전질로 갖추어 놓으셨다. 그집의 깜찍한 고3 딸래미는 청소년 토지가 재미있다고 그걸 보라고 권해줬다.^^ (인서울 대학 수시 붙어서 지금 옷 사러 다닌다) 몇 권 빌려보다가 나 역시 너무 흥분해서 근방의 (사실은 요새 다시 강렬하게 애용하는) 송파도서관에 매일 가서 매일 세권을 빌려서 하루에 세권씩 해서 다 보았다.

토지와 같은 시대를 다룬, 이제는 교과서에서만 이름을 대하게 되는 작가들, 그러니까 이기영이니 염상섭이니 채만식 등등의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것과는 또 사뭇 달라서, 옛날 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고도 재미있게 읽혔다. 그리고 그런 옛날 작가들(그냥 편하게 말합니다)의 작품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더 핍진하고 진실해 보이는 당대를 읽을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공간을 그린 여타의 작품들은 시대적 소명 내지는 사상에 충실했던 모양으로, 주로 서민 이하 빈민의 입장, 혹은 이데올로기의 구현체로서의 인간을 중심으로 했다고 본다면, 토지는 자존심이 뼛속까지 서린 양반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론 워낙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이 잘 살아난 작품이라 독립 운동의 사정이랄지 역사의 회오리 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죽거나 살아남거나 나쁘게 되거나 잘 살아내는 민중의 이야기도 잘 드러난다. 다만 살아남은 양반들이 어떻게 살았겠는가, 하는 것을 이렇게 실감나게 읽은 것은 내 일천한 독서의 역사 속에서 아마도 최초가 아니겠는가 싶은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거나, 한국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혹은 요구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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