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산 정약용이 남긴 많은 글들 중에서 아들과 제자, 그리고 형님인 정약전과 나눈 편지글을 묶은 책.

편지가 개인의 기록인 까닭에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지만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아버지 정약용이 아들에게 전하는  삶의 지침들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심지 곧은 선비가 될 것을 부탁하는 말에서부터 글을 읽고 깨우침을 얻는 데 소홀하지 않기를 당부하는

선학(先學)으로서의 면모 또한 엿볼 수 있다.

 

너희들은 집에 책이 없느냐? 몸에 재주가 없느냐? 눈이나 귀에 총명이 없느냐?

어째서 스스로 포기하려 하느냐. 영원히 폐족으로 지낼 작정이냐?

너희 처지가 비록 벼슬길은 막혔어도 성인(聖人)이 되는 일이야 꺼릴 것이 없지 않느냐. 본문 66.

 

부친의 유배로 인해 출사길이 막힌 아들들이 공부 게을지 하지 않고 올곧은 자세로 살 것을

한결같이 충고하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와닿는다.

 

사대부의 마음가짐이란 마땅히 광풍제월(光風霽月)과 같아 털끝만큼도 가린 곳이 없어야 한다.

무릇 하늘이나 사람에게 부끄러운 짓을 아예 저지르지 않는다면

자연히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안정되어 호연지기가 절로 나온다.

만약 포목 몇 자, 동전 몇 닢 정도의 사소한 것들에 잠깐만이라도 양심을 저버린 일이 있다면

이것이 기상을 쭈그러들게 하여 정신적으로 위축을 받게 되니, 너희는 정말로 주의하여라. 본문 156.

 

형님인 정약전과 나눈 편지에서는 학문적인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다.

편지글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으나

세상살이에 허무함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묵상용으로 선택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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