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음식문화 조선사회사 총서 25
김상보 지음 / 가람기획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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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음식문화라는 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한 책. 부제목은 음식문화를 통해 보는 조선시대, 조선사람이었다. 음식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의 사람살이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 첫 장을 여는 순간부터 부서졌다. 음식을 통해 사람과 시대를 두루 엮어 다루겠다는 것이 본래의 의도였을 것이나,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못하고 각각의 항목으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에 걸맞는 글이 되려면 음식을 만든 사람들과 그들의 삶, 그리고 각각의 계급에 따른 식생활이나 상차림의 차이로부터 연유한 문화현상을 엮는 것이 필요했을 듯하다. 그러나 음식을 만든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혼례음식과 제사음식, 외식문화, 밥상차림 문화 등으로 세분화하여 나누었기 때문에 읽는 동안 조선시대의 음식문화를 짜임새있게 살폈다는 느낌보다는, 무엇인가 많이 나열된 자료들을 따라 서성이다 돌아온 것 같은 아쉬움을 갖게 된다.

각 장의 구성 또한 애매해서 조선시대의 음식문화를 도대체 어떤 계급을 중심으로, 혹은 어떤 음식이나 상차림에 주목해서 살펴보겠다는 것인지 쉽게 파악할 수 없다. 양반가의 밥상 차림, 그들의 '음식'을 이야기하다가 서민들의 사례로 장터의 국밥을 다루고  왕실의 '정통' 상차림을 다루는 등 빈번히 오가는 가운데서 두드러지는 것은 참고 문헌을 정리해서 만든 표와 도식화된 상차림 그림이다. 물론 이러한 자료들이 전반적인 모습을 주도면밀하게 살펴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음식문화'를 살피는 것과 '음식'의 종류, 재료,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는 것은 판이하게 다른 문제다. 적어도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고른 독자들은 무언가 문화적인 맥락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 조선시대의 조리서에 나오는 음식의 이름들을 한번 살펴보겠다거나 그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주목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문화 혹은 생활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행위의 중심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다루어야 한다. 또 문화적, 사회적 맥락에서의 연관성이나 서로 다른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계급에 따라 상차림에 차이가 있었다면, 그저 이러이러하게 다르다는 데서 논의를 마칠 것이 아니라 각각의 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상차림을 구성해 나갔는지, 혹은 상류층에서 사용하는 재료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드러냄으로써 '식생활'을 재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2부인 찬품각론은 그야말로 조리서를 방불케 한다. 각 장마다 음식의 이름을 나열하고, 참고문헌의 원문을 그대로 인용해서 담는 등, 저자 자신의 해석이나 그 자료들을 통한 2차 해석과 검증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초반에 너무 열심히 뛰어 후반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듯,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문화와 사람은 빠지고 음식만 남으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음식 관련 자료를 볼 수 있고, 때로 그러한 기록을 담은 원문이 공개되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이 책 역시 그와 같은 작업에 결코 게으르지는 않다.  다만 음식을 통해 문화와 사람을 보여주겠다는 저자와 편집진의 의도가 독자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음식'에만 몰입한 눈을 돌려 '사람'과 '시대'를 함께 읽으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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