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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쇼펜하우어 지음, 김재혁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참 어려운 책이다. 무려 일주일을 꼬박 이 책을 붙잡고 있었다. 정말 적은 분량의 책인데 왜 이리도 진도가 나가지 않던지 읽다가 중간에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다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참고 읽었는데 이렇게 다 읽기는 읽게 되는군. 하지만 아직 그 내용은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논리학이나 토론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며 이렇게 어려운 책을 집어들었으니 실수를 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토론을 하는 방법, 더 정확하게는 책 제목에 있는 것처럼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논리학과 토론술은 구분되어야 하며 토론술은 오로지 명제의 옳고 그름을 떠나 논쟁에서 이기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가장 큰 기쁨을 얻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논쟁에서 지는 것을 싫어하며 논쟁을 하며 설사 자신이 주장한 명제가 틀린 것이라는 것이 분명하더라도 그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토론술이다. 명제의 옳고 그름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논리학이라면 그것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주장한 명제를 가지고 다른 사람과 토론할 때는 감정적으로 접근하게 된다고 한다.
즉 토론술은 두 이성적인 존재가 하나의 문제를 놓고 함께 생각할 때 개성의 차이로 인해 순수한 사고가 겪게 되는 장애들과, 각자 개인적인 사고르르 나름대로 순수하고 객관적인 것으로서 상대방에게 관철시키기 위해서 쌍방이 사용하는 수단들에 대한 경험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왜냐하면 한 가지 문제에 대해서 함께 사고할 때, 즉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할 때 A가, 동일한 대상에 대한 B의 생각이 자신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내는 순간 A는 잘못이 어디에 있는가 찾아내기 위해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지 않고 그 잘못이 상대방의 사고에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항상 자신의 견해가 옳다고 주장하는 속성을 천성적으로 타고났다.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쇼펜하우어 지음, 김재혁 옮김, 고려대학교 출판부, 2003년 7월, 95쪽.
이런 천성 때문에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론이 필요하고 쇼펜하우어는 이 방법론을 "논쟁적 토론술"이라고 부르고 있다.
논쟁적 토론술은 논쟁을 할 때 사용하는 기술로서 정당한 수단을 쓰든 정당치 못한 수단을 쓰든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주장이 사안 자체에 있어서 객관적인 정당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심지어 때로는 우리 자신의 눈에도 옳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나의 증거를 반박하고 이것이 마치 나의 주장 자체를 무효화시킨 것으로 간주될 때, 이건은 물론 상황이 상대방을 위해 유리하게 뒤바뀐 경우이다. 즉 그는 객관적인 부당성에도 불구하고 정당성의 외관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명제의 객관적인 진실성과, 논쟁자들 및 청중들의 승인을 통한 그 명제의 타당성은 두 가지의 별개의 것이다. (토론술은 물론 후자의 것을 지향한다.)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쇼펜하우어 지음, 김재혁 옮김, 고려대학교 출판부, 2003년 7월, 97쪽.
잔인하게 들리지만 이건 현실이다. 우리는 주장하는 바가 누가 보기에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되기에도 그것이 옳은 주장이라고 절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아마 누구라도 어떤 경우에는 이런 행동을 할 것이다. 이럴 때 내 주장이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어떻게 하면 내 주장이 옳다고 상대방이 생각하도록 혹은 인정하도록 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논쟁적 토론술"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쇼펜하우어는 이 책에서 이에 대해 38개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서로 비슷한 내용도 있고 한데 이걸 다 이해하고 실천에 옮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이것들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우선 연습이 필요할 듯 싶다. 뻔뻔해져야 하고 목소리가 커야 한다. 자신의 주장을 상대가 받아들이도록 만들기 위해 거짓 주장을 옳은 것처럼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상대를 윽박지를 수도 있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것은 진리인가 보다.
- 상대의 주장을 확대해석하여 과장시켜라. 보편적인 주장일수록 공격하기 쉽다.
- 동음동형이의어를 사용하여 논의 중인 사항과 상관없는 쪽으로 확대하여 반박하라.
- 상대적으로 제시된 주장을 단순하고 절대적으로 제시된 주장인 것처럼 만들어라.
- 자신의 결론을 상대방이 미리 예측하지 못하게 하라.
- 거짓된 전제들을 사용하라.
- 은폐된 순환 논증을 사용하라.
- 많은 질문을 하고 상대방의 입에서 나온 말을 통해 주장의 진실성을 이끌어내라.
-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어라.
- 상대에게 중구난방식의 질문을 던져라.
- 상대방이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라 예상되면 필요한 명제의 반대 내용을 물어보라.
- 개별적인 사실들에 대한 상대방의 시인을 보편적인 진리에 대한 시인으로 간주하라.
- 자신의 주장을 펴는 데 유리한 비유를 재빨리 선택하라.
- 상반되는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물어보라. 단 반대되는 명제를 더 강조하여 말하라.
- 뻔뻔스런 태도를 취하라.
- 안개 작전을 사용하라.
- 논쟁 상대와 관련된 논증 혹은 상대가 시인한 것에 근거하여 공격하라.
- 미묘한 차이를 이용하여 방어하라.
- 논쟁의 진행을 방해하고 논의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라.
- 논쟁의 사안을 일반화하여 그 부분을 공격하라.
- 아 직 부족한 경우에도 상대의 대답에 근거해서 서둘러 결론을 이끌어 내라.
- 상대방의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서라.
- 상 대가 시인하라고 요구할 경우 상대가 아직 증명되지 않은 명제를 통해 결론을 내려한다고 주장하고 거절한다.
- 말싸움을 유도하여 상대방을 자극하고 주장을 과장하게 만들어라.
- 거짓 추론과 왜곡을 통해 억지 결론을 끌어내라.
- 반증 사례를 찾아서 단칼에 끝내라.
- 상대방의 논거를 이용하여 공격하라.
- 상대가 화를 내면 바로 거기에 약점이 있는 것이다.
- 상대방이 아니라 청중을 설득하라.
- 상대방에게 질 것 같으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라.
- 근거 대신 상대방의 지식 수준에 따라 자신이 갖고 있는 권위를 이용하라.
- 미묘한 반어법을 써서 자신의 능력이 모자란다고 선언하라. "당신이 말한 내용은 내 형편없는 이해력을 넘어서는군요!"
- 상대방 의 주장을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범주 속에 넣어라.
- 그것은 이론상으로는 옳지만 실제로는 거짓이다.
- 한 번 걸려들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 동기를 통해 상대방의 의지에 호소하라.
- 의미 없는 말들을 폭포수처럼 쏟아 내라.
- 상대가 스스로 불리한 증거를 대면 그쪽을 공격하라.
- 상대가 너무나 우월하면 인신공격과 모독, 무례한 방법을 사용하라.
이 내용들을 보면 쇼펜하우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명백해진다. "논쟁적 토론술"은 오로지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론이다. 나 자신이 이런 방법들을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논쟁에서 상대에게 당하기 싫다면 이런 방법들은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이 방법들 중에서 대놓고 쓰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토론회 등을 보면 이런 방법들을 쓰는 사람들은 종종 있다. 그 사람들에게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방법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논리학과 토론술에 대해 책을 몇 권 더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