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고 싶은 동네 - 늙고 혼자여도 괜찮은 돌봄의 관계망 만들기
유여원.추혜인 지음 / 반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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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여원, 추혜인 <나이 들고 싶은 동네>



‘나이 들고 싶은 동네’ , ‘늙고 혼자여도 괜찬은 돌봄의 관계망 만들기’. 비혼주의인 나에게 꿈과도 같은 그곳이 서울 은평구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표지만큼이나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이 책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줄여서 ‘살림’을 만들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한 글이다.


누구 하나 차별하지 않고 배려있게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기꺼이 타인을 돕는 사람들. 부담없이 돌보고, 돌봄 받는, 1인 가구로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살고 싶을만한 동네였다.


따뜻하고 미소 지어지는 에피소드들도 많았지만 그 안에서 항상 웃음꽃이 피어나고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살림’을 운영하면서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아마 책에는 쓰지 못했을 어려움도 많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특히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옳지 않은 건 옳지 않다고 때로는 단호하고 직접적으로, 때로는 당사자가 느낄 수 있게끔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부분에서 살림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이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사람 곁에 또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그렇게 나이 들고 싶은 동네가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누구 한 사람 덕분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여러 마음으로 온기가 유지된다.


나이 들고 싶은 동네가 점점 많아져 언젠가는 나이 들고 싶은 나라가 되고 모두가 내일이 기다려지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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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들
저스틴 토레스 지음, 송섬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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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토레스 <암전들>


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그 아래 묻혀있는 수많은 과거의 사실들을 파헤치고 불러오는 글.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호한 경계선에서 줄타기하는 것만 같다.


‘네네’라는 애칭으로 불린 젊은이와 삶보다는 죽음에 가까운 노인 ‘후안’이 나누는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흐른다. 책 중간중간 삽입된 어떤 사실적인 자료들과 함께 검은 마카로 지워진 얼굴과 활자들. 추상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의미에서 시(詩)의 세계와 닮아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편하고 쉽게 술술 읽히는 글은 아니었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개별적으로 흘러 내가 지금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 헷갈리기도 했다. 어떤 부분은 영화 극본 형식으로 표현되었으며, 과거에서 현재로 흐르는 파트 등등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장면이 전환되는 연출이 인상 깊었다. 책을 영화로 비유하자면 상업보다 독립예술영화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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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가라앉은 뒤 - 재난 복구 전문가가 전하는 삶과 희망
루시 이스트호프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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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이스트호프 <먼지가 가라앉은 뒤>



예기치 못하게 일어나는 재난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사고를 겪은 이들이 불운한 것이 아니라,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어제와 같은 일상을 지속할 수 있는

내가 운이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재난. 그 혼란의 중심에서 빠르게 대처하고 이후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일까지. 그 모든 과정에 그녀가 있다. 그녀가 하는 일들은 재난을 수습하기 위해, 또 다시 그런 재난이 일어나더라도 이전보다 더 빠르고 나은 방법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하는 것. 


재난 복구 전문가가 수많은 재난을 겪고 쓴 에세이는 재난의 단편만 바라보던 내게 다른 시각을 보여주었다. 겪어본 적 없는 내가 어림짐작만 하던 상황과 감정, 트라우마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끔찍했고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건 피해자, 유가족 뿐만 아니라 그들의 곁에서 도왔던 재난 업계 종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재난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감각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겨우 잊고 살다가도 현장에서 보았던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이 트리거가 되어 언제든 그날의 감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살아남은 이들은 언제 또 그와 같은 사고를 겪을지 몰라 마음 한 구석에 불안감을 품고 살아야 한다는 것. 단 한 번의 재난이 살아남은 이들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불안이 줄어들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안락한 집을 잃은 좌절 속에서도, 나와 가장 가까운 이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그들은 앞을 향해 나아갔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나만의 속도로 희망을 품고 나아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과 상실이 만연한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고 복구 작업 중일 분들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일상이 하루 속히 평안해지기를 마음으로나마 응원하고 싶다.




#재난 #복구 #먼지가가라앉은뒤 #루시이스트호프 #창비 #에세이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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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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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오직 그녀의 것>


아무것도 모르던 스무 살부터 지나간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중년의 나이까지. 어렴풋한 사랑의 불씨가 오직 그녀만의 인생이 되기까지. 책 한 권에 일을 사랑한 한 편집자의 일생이 담겨있다.


출판사 안에서, 또 편집자로서 겪는 예상치 못한 사건과 사고들. 그 안팎에서 부딪히는 관계들. 그 디테일한 면면은 마치 출판계의 ‘미생’을 보는 듯했다.


석주의 이야기는 스무 살부터 시작된다. 뒤로 갈수록, 특히 석주가 40대에 접어들고부터는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나이가 들수록 그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었을까.


낮은 곳에서부터 높은 곳까지. 그 묵묵한 시간을 건너오는 동안 필요한 건 오직 사랑뿐이다. 오직 그녀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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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키는 사람
류츠신 지음, 곽수진 그림,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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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츠신 <불을 지키는 사람>


서평단 신청이 아닌, 처음으로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을 주셨다. <삼체>로 유명한 류츠신 작가님의 SF 판타지 동화라는 말에 혹해서 넙죽 받았는데, 너무 아름다운 책이었다. 


그림이 따뜻하고 포근한데 구도라고 해야 할까, 연출이라고 해야 할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쪽면, 양 쪽면을 가득 채운 강렬함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림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어서 하나의 일러스트 작품집처럼 느껴질 정도.


판타지 동화답게 달까지 향하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과 여러가지 설정들이 디테일하고, 신선했다. 이야기를 눈으로 따라가며 머릿속으로 상상하다가 페이지를 넘기면 펼쳐지는 그림이 그 세계를 상상하는데 더욱 도움이 됐다. 아름다운 동화와 환상적인 그림이 만나면 상상 속 세계는 얼마나 다채롭고 선명해지는지.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해가 뜨는 아침을, 달이 뜨고 별이 빛나는 밤을 더욱 사랑하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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