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 전2권
홍석중 지음 / 대훈닷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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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는 남측의 전경린과 북측의 홍석중에 의해 동시에 출간된 작품으로, 

한편 송혜교와 유지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로 흥미를 끌었다. 

2004년 만해문학상을 받을 만큼 문학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싸고 있는 표지 카피 중에 

"나는 어떤 대목을 읽다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라고 피력한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의 말에 동감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놀라웠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한번 찾아보심이 어떠할지. 

 

책은 때때로 미래를 지향한다. 과거의 인물이고 과거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다시 태어나서 현대인의 마음속에 다시 살아난다. 

그 시절보다도 더 뜨겁게 한 생을 살아간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작가의 힘에 전율할 뿐이다. 

책을 읽을 때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읽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한데,  

그것이 미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때 놀라움과 신비스러움에 젖어들게 된다. 

시공간(과거의 인물을 북한의 작가가 쓰다)을 초월해서  

한가지로 느끼는 정서가 있다는 것도 좋았다. 

읽으면서 적확한 비유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눈에 띄었고, 

작가가 황진이라도 된 듯 황진이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 글을 이끌어간 부분도 좋았다. 

이 책의 미덕 중에 하나가 바로 살아 있는 비유가 많다는 것, 

그것이 적확해서 눈앞에 저절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언어의 쓰임에 눈여겨볼 만한 것들 또한 많다. 

  

눈에 띄는 표현  

세상 인심이 고양이 눈깔 변하듯 하는 게야.  

깊은 강물을 짧은 삿대루는 재지 못하는 게라네.  

사서삼경에 무불통지하구 척 붓을 쥐구 앉으면  시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문장이라더군.  

원래 고운 꽃은 웃어두 소리가 없는 법이라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지어 보잘것없는 짚검불조차 소중하다.  

아득히 깊은 상념의 우물 룡이 가는 데 구름이 따르고 범이 가는 데 바람이 따른다.  

봄바람은 첩이 죽은 귀신  

죄는 천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  

서울 장안의 무뢰배를 터진 꽈리쯤으로나 아는 지식이란 날개와 같다. 많이 알게 될수록 날개는 더 크게 자라고 날개가 커진 만큼 더 넓은 창공을 날아다니고 싶게 만든다.  

남한테 무엇을 하도록 부추기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것을 하지 못하게 금하는 것이다.  

오, 자유여! 자유로운 귀신이 묶이운 신선보다 낫고 여윈 자유가 살진 종살이보다 낫다.  

리별의 설움을 못 이겨 다시 흘리는 눈물은 견우가 먼저일가 직녀가 먼저일가……  

고양이 손두 빌려 쓰실 만큼 바빠지시리라.  

기미를 알면 그것이 곧 신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나는 누구란 말인가?  

신비한 것이 시작되는 곳에서 진실이 끝나 버린다. 절대적인 것이 선언되는 곳에서 진리는 죽어버린다.  

꿀벌은 몸 안에 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꼬리의 침과 독도 가지고 있다.  

우물에 침 뱉지 말지어다. 그 우물 마실 때가 있으니……  

내가 죽을 때는 적어도 내 나이만한 수자의 ‘불상’이 내 손에서 하잘것없는 흙덩이로 나딩굴어야 한다.  

황소를 쥐구멍으로 몰아넣는 것만큼  

중용의 저울추  

산이 높으니 골두 깊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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