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같은 그리움으로 문학동네 시집 34
이산하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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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인 이산하 - 1960년 경북 영일 출생. 82년 이륭이란 필명으로 ‘시운동’에 등단.
시집 ‘한라산’ 필화사건 이후 11년간 절필도.

☆ 제 무늬 고운 줄 모르고, 제 빛깔 고유한 줄 모르면
차라리 피지나 말지, 차라리 붉지나 말지

누구에게나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때가 있는 법이다.
마음으로는 만리장성을 쌓으면서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현실 앞에서
우두망찰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볼 여유 또한 없이
다만 앞을 향해 흘러가므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시간 있는 법이다.
문제는 그러한 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은 달라진다.

이왕에 그리 된 것,
속속들이 아파해 보고 가슴 치며 느껴볼 일이다.
심연 속으로 풍덩,
나를 내어맡기는 수밖에 달리 도리는 없는 듯,
그게 전부인.
그러므로 그 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언어 있으면 놓치지 말 것.
내 안에서 태어나는 움직임 하나 붙잡아
시간을 거슬러 올라오는 원동력으로 만들 것.

푸른 상처, 먼지의 무늬
그것들을 꼭 바라볼 것.
근처에서 배회하다 그마저도 놓치지 말고
제 눈으로, 힘 닿는 데까지 꼭 바라볼 것.

어느 날엔가 문득
상처라든가 먼지 같은 하찮은 것들 속에서
내가 품는 이상의 언어 잉태되는 순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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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하 시인의 '열흘 붉은 꽃 없다'를 신문지 한 귀퉁이에서 만났더랬다. 

읽으면서 마음이 움직이는 걸 느꼈다.  

위에 쓴 감상은 그때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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