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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튀어봐야 지구 안이죠" 지난 겨울 한비야씨 강연회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 한비야씨가 했던 말 중가장 인상깊었던 말. 세상에! 바다 밖으로 나가본 적 한 번 없는 내겐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세계 곳곳을 누벼본 사람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그 강연회에서 한비야씨로부터 '몇 개월 후 책을 낼 거'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긴급구호 세계에서 겪은 것들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놓겠다'면서 그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비야는 그때의 약속을 지켰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제목도 근사한 책을 들고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 체력 등 모든 것을 다 쏟아붓고 가겠다는 한비야. 그는 역시 언행일치 활동가였다. 당장에라도 폭탄이 떨어질 것 같은 위험한 분쟁지역. 하지만 한비야에게 '위험'이라는 단어는 '도움'이라는 단어의 동의어일 뿐이다. 어디든 지 달려간다.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아군, 적군도 없다. 편 갈라 피터지게 싸우는 우리지만 어차피 다 똑같은 인간일 뿐이니까.
'말아톤'의 조승우가 '백만불짜리 다리'를 가졌다구? 그렇다면 한비야는 '백만불짜리 미소'를 가진 셈이다. 본인의 말처럼 40도를 넘는 폭염과 답답한 방탄조끼를 입고서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도 그 미소만은 변함없다. 왜?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이 대목에서 왜 이리 눈물이 나오던 지. '나는 진정 내가 하고싶은 일을 있는가' 갑자기 가슴이 얼얼해지면서 감정이 복받쳤다. '길어봤자 100년도 안 되는 한평생을 헛되이 흘려보낼 것인가, 아니면 정말 가슴 뛰는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 것인가'. 혼자 고민도 하고, 반성도 했다.
그렇다고 모두 한비야씨처럼 긴급구호의 세계로 뛰어들 필요는 없겠지. 다만 한비야씨처럼 활기차게, 즐겁게 생을 가꿔나가고 싶다.
오늘은 꼭 세계지도를 사야겠다. 책상 위에 반듯하게 부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쳐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