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즐거움 - 삶에 지친 이 시대의 지적 노동자에게 들려주는 앤솔러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현 외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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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70년전 사람의 글

 

1834-1894.

이 책의 저자 필립 길버트 해머튼의 삶의 기간이다.

1800년대....... 지금보다도 무려 170년전을 살았던 사람의 글이다.

 

사실, 상당히 흥미있게 구성된 챕터에 끌렸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이리 읽고 저리 읽고를 건너뛰며 흥미있게 읽어나가다가 끝으로 갈수록 전체적인 맥락이 잘 안잡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읽기를 하지 않아서인가 싶어서 처음부터 주욱- 다시 읽기도 시도했던 책이다. 그러다가 알게 되었다.

이 저자는 현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아니었음을....

 

그러자, 그렇다면 생각보다 많이 오늘을, 아니 현시대 그저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치고는 과거 사람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아리몽송하게 읽히는 이 책은 지루한 듯 하면서도 꽤나 여러사람에게 할배처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과거의 사람이라고 하기엔 무서운 통찰력과 미래를 이야기했다.(현시대 사람이 아니라는 콩커플만 벗겨졌을 뿐인데도 굉장히 다르게 보게 되는 내 자신도 참..;;) 현재 우리는 무언가 배우지 않으면 안되는, 자기의 연구분야나 관심분야가 너무나 넓고 시간이 없어 빠듯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늘 부족한, 자신을 깨닫곤 하는데(나만 그렇고,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만 그럴수도 있지만^^;)... 할아버지가 되어(각 챕터별 질문대상에게 맞는 사람이 되어 편지를 쓰듯 쓰인글이기에..) 많은 분야의 학문을 수련하는 사람에게 말해주는 조언은 조용한 여운을 주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만큼 많은 시간이 없다는 절박감이 할아버지에게는 없다. 매일 하고 싶은 일을 느긋하게 행하며 조용하게 자기의 학문을 쌓을 수 있었다.... 생략.... 자신의 학문이 불완전하다는 비참한 압박감도 없었다." 104쪽

 

이 구절은 특히나 내게 울렸는데, 늘 조급히 해결하려 하고 불완전함에 비참해 하는 나에게 주는 위로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최근 책을 읽다 본 구절도 생각난다. "어린이가 자기는 한계가 많고 부족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면 소년이 되는 것이고, 자기뿐 아니라 남들도 모순투성이 인간임을 알게 되면 청년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부족하단 걸 알고도 사랑할 줄 알게 되면 어른이 된 것이고, 남들뿐 아니라 한계 투성이 자신마저 사랑할 수 있으면 이미 노인이 된 것이다.!"(<사람에게 가는 길>,김병수,마음의숲) 남들뿐 아니라 한계 투성이 자신마저 사랑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노인이 된 것. 노인이 되기 이전에는 자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기란 쉽지도 않고 사랑하기가 힘들다는 의미일터.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왠지 어려운 상대를 만난듯이 쉬운 말들로만 이루어진 책이 내겐 어려웠던 책이었다. 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해나가라는 말을 하고픈지 전에 한번 읽었을 땐 보이지 않던 말들이 내게 속속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가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연구대상을 선택하여 매일 조끔씩 즐기며 꼼꼼하게 애정을 갖고 구석구석까지 연구한다. 약간 작은 땅을 가진 농부가 자기 땅을 경작하듯이. 이러한 생활이 바로 무엇인가를 연구할 경우에 가장 부러워해야 할 지적 생활이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생각해야 할 다른 측면도 있다.

우리들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최초의 장애물은 교육이다. 현대의 교육은 많은 점에서 초보는 가르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가르치지 못한다. 107쪽

 

이렇게 쓰여진, 쉽게 이루어진 교육만으로는 사람을 저절로 자라게 할 수 없다. 아마도 부단히 수련하고 수련된 자기만의 학습으로 스스로 자라날 수 있게 될 것임을 알려주려는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하나 하나를 즐김이 진정한 지적즐거움으로 즐길 수 있는 나날로 보낼 수 있음을 알려주려는게 아니었을까. 그것도 아주 아주 머언 옛날 이국땅에서 이미 해머튼 할아버지께서 남기신 말로 말이다. 아주 아주 오래전에.... 지금도 앞으로도.... 주욱- 이같은 고민을 하는 학생, 작가, 교육자... 들에게 말이다.

스리슬쩍 방법까지 일러주는 할아버지의 말을 곰곰 씹으며 읽다보니 내가 잊고 바삐 살아갈 때 다시 한번 툭- 허니 손을 잡아 줄 것 같은 그런 책.^^ (은근, 나중엔 할아버지의 조크에도 웃게 된다.^^ 이를테면 "아는 체 하려면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다. 금도금에도 얼마만큼의 금이 꼭 필요한 것처럼."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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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헌 지음

147*210(국판 변형)

208쪽/ 값 10,000원

2009년1월30일발행

ISBN 978-89-89420-57-6  03300








유명번역가, 출판기획을 말하다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는 유명 번역가 강주헌이 저작권 에이전트로 일하며 해외 출판시장을 경험한 후에 “우리도 이렇게 책을 만들면 어떨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조금은 색다른 출판기획 이야기다.

기획은 출판의 출발점이다. 기획은 출판사의 규모와 철학에 따라 당연히 달라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기획만을 쫓고 있는 게 아닐까.  지은이는 해외 출판사들의 기획 사례를 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기획은 ‘대박은 아니지만 꾸준히 팔리는 책’을 내는 것이라 역설한다.

1부 ‘기획이란’에서는 ‘기획의 다양성’을 주제로 다룬다. 독자를 만들어내는 기획부터 시점의 다양화까지 독창적인 기획의 조건을 조목조목 짚어본다. 

2부 ‘해외 출판 기획’에서는 해외출판사 13곳의 기획사례와 출판철학을 제시하며 차별화된 출판기획의 방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3부 ‘프랑스 출판기획과 독서교육’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총서인 ‘20세기 서고’를 예로 들며 독서시장을 만드는 기획자가 되라고 강조한다.

 

지은이_강주헌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브장송 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건국대학교 등에서 언어학을 강의했으며 ‘펍헙 에이전시’ 대표로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펍헙 번역그룹’을 설립, 후진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문명의 붕괴』『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지식인의 책무』『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스펜서 존슨의 선물』『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우체부 프레드』『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

『나의 프로방스』등이 있다. 

[출처]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세상의창-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작성자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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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판기획에 관한 신간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에겐 참 소중한 책이 되겠죠? ^-^/
격주간<기획회의>를 연재하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올해 낸 첫 책이라고 하네요..^^ 책에 대한 출판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아내는 <기획회의>.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실텐데요..
관련 내용이 궁금하시거나, 읽기를 원하시는 분은 이 카페에 가입하셔도
<기획회의>에 연재되고 있는 글들을 몇 꼭지정도는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카페주소 : http://cafe.naver.com/kpm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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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꾸리찌바 - 증보판
박용남 지음 / 이후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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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을 향한 도시 리찌바

 

사람을 향한 도시 꾸리찌바, 지혜로운 아이디어가 가득한 도시 꾸리찌바.
박용남 저자의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를 읽다가 마저 읽지 못하고 반납한 적이 있는데 그 책속에 소개된 책이 이 책이다. 먼저 출판된 책으로 생태도시관련 책 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한 책이 [꿈의도시 꾸리찌바]. 그런데 읽다보니, 이런, 세상에 이런 정치가가 세상에 존재한단 말야? 할 정도로... 멋진 행정가를 만났다. 

모든 행정을 펼치는 중심에선 모든 기준이 '사람'과 '자연'에 있다. 그리하여 펼쳐지는 행정엔 놀라운 점들이 많다. 놀라운 아이디어들이 많이 탄생되는 것도, 실행되는 점도 놀랍지만, 그 모든걸 가능토록 같이 움직여주는 꾸리찌바시민들과 공무원들의 움직임 또한 무척이나 지혜롭고 놀랍다(우리나라 공무원들의 필독서로 안겨주고 싶은 마음 가득). 하나 하나 정성껏 사람을 향하여 행정을 펼치면 어떠한 결과가 이루어지는지 꾸리찌바 도시 형성 몇 가지 사례만 봐도 감탄이 나올 것이다.

이 도시의 자전거도로는 크게 두 개의 범주, 즉 레저용과 통근.통학용으로 나뉜다. 전자는 완만한 경사를 가진 소로를 통해 시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공원을 연결한 자전거도로로서 스포츠를 즐기는 시민을 위해 약간 경사진 언덕을 따라 형성된 생태도로에 만들어졌고, 후자는 직선인 데다 평평한 자전거도로로 집에서 일하러 가거나 학교에 가는데, 그리고 도심으로 가거나 시를 순환하는 데 이용할 수 있게 조성된 것이다. 83쪽

단순, 자전거도로의 포장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닌, 그 목적(이동을 위한 도로이용과 이용자의 건강을 위한 도로)을 정확하고도 넓게 바라보고 이행하는 시선이 놀라웠다.  
 

자동차에 대해 중요성과 우선권을 적게 주면 적게 줄수록, 도시는 자동차는 물론 사람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주게 되지요. 85-6쪽
사람, 보행자를 우선시 하는 사고는 이러한 마음을 갖고 행정을 펼치기에 가능한 결과물일터. 

그렇다면 이러한 행정을 펼치는데 반대 여론은 없었을까?
"꽃의 거리", "시민의 거리"라 하여 넓은 도로를 교통수단을 전혀 허용치 않는, 걷는 시민들만이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든 거리조성에는 시민 모두가 찬성했을까? 성난 자동차클럽 회원들이라던가, 재래시장 상주들의 여론에도 현명하게 보여주는 꾸리찌바 행정가들의 대처법은 우리네 경찰특공대를 대동.창피한 물대포식 응대가 오버랩되면서 세상엔 이러한 대처법도 있음을 알게 해주고 우리나라 행정가들도 본받았으면 싶었다. 그렇다면 무조건적인 이권손실에 대한 생각과 반감만을 떠올릴게 아니라 좀 더 먼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생길텐데 말이다. 

성난 자동차 클럽의 회원들이 보행자 광장을 도로로 복원하라는 위협에 대응한 방법은 경찰을 부르지 않고, 그 대신 시청 직원들에게 보행자 몰에 길다란 종이를 깔아놓도록 지시했다. 자동차 클럽 회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십 명의 어린이들이 그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연출되고 있었다. 이 작은 승리를 통해 꾸리찌바는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를 존중하는 문화적 혁명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86-87쪽

시민의 거리 형성은 도심으로 향하는 사람을 줄이고 주민들을 지역사회의 공공서비스에 의존토록
교외 가구들을 근린의 중심으로 모으고, 은행에 가고 장보기 위해 도심으로 가는 통행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좀더 촉진시키기 위해 시에서는 최근 들어 7개의 '시민의 거리' 중 2개에서 시민들이 개인적인 용무를 2시간 내에 보고 귀가할 경우 추가적인 요금 부담 없이도 버스를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16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내에서 모든 재화나 서비스, 교육이 이뤄지도록 행하는 행정정책도 많다.
취업로 프로그램도 그 한 예인데. 사용연한이 지난 버스(라지만 꾸리찌바의 사용연한 버스 수명은 다른 나라들보다 기간이 상당히 짧다)를 재활용해 그 안에서 직업훈련을 갖는다. 학교가 교육을 받는 자에게 가까운 지역으로 이동해 옴은 물론이요, 저소득가정이나 실업자들에게 낮은 비용으로도 근거리에서 손쉽게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교육자 또한 교육과정이 제공되는 지역사회 내에서 충원된다고 한다. 그러니 교육비에 들이는 예산의 낭비도 최대한 막을 수 있으며 오히려 이러한 프로젝트의 독창성이 지역경제와 시민들에게 비춰질 모습이 어떠할지 금방 상상이 될 것이다.(국내에도 물론 폴리텍대학이라 하여 직업전문기술을 익힐 수 있는 곳이 전국에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수요자중심의 교육시스템이 아니기에 나처럼 2시간거리를 전철과 버스를 환승하며 총 4시간을 소요해서 다녀야 했다. 물론, 이렇게 장거리로 다니는 열성이 있다면 모르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참여율과 출석률은 역시나 극심하게 저조했다.)

꾸리찌바의 이러한 저예산으로 펼치는 고효율 정책으론 보건정책도 있다. 시청에 의해 발견한 대안방식으로 고가의 의약품을 상자없이 10% 저렴한 비용으로 약품을 구입함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 193-4쪽

참신한 보건복지 프로그램(분리수거가 어려운 빈민의 구석구석 지역은 재활용 물건들을 직접 모아오면 녹색차량이 와서 수거해가며 야채로 바꿔주는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재활용하여 사회로 내보내는 시스템 등)이 다양하고 그런 대안을 내놓는 시청직원이며, 실행에 즉각 옮길 수 있는 정치를 펼치는 꾸리찌바를 보면 참으로 부럽고 건강한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고비용이 드는 교통정책 중 지하철노선 설립문제를 두고 저예산 고효율을 낼 수 있는 교통정책을 생각하다 이루어진 '땅 위의 지하철'처럼 생각하고 이뤄낸 교통정책이 꾸리찌바가 거둔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전세계에서 많이들 모델로 삼고 배우러 오고 우리나라 서울시 버스체계의 변화도 여기에서 따온 것이 지금 우리도 어느정도 시행되고 있다. 경기권과 서울권내의 급행과 지선노선들이 생겨나고 환승되어 운행되는 점 말이다. 교통문제를 해결할 때에도 시장 레르네르는 이렇게 말했다.

"교통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을 전문가에 맡겨 둘 수 없다. 그들은 교통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지만, 교통의 문제를 도시의 문제와 연결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도시들은 교통공학자들에 죽임을 당하고 있다."238

"많은 도시에는 일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전문가와 함께 일한다." 그리고 예산 타령만 늘어놓고 있는 전문가와 공직자들으르 매우 싫어한다. 많은 도시의 시장들이 풍족한 예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창조적인 시책 사업을 개발하지 못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마나 보더라도 그것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239쪽 

 부정적인 생각보다 가능성을 보고 실행하는 행정가. 때문에  높은 비용이 드는 도서관같은 공공시설 건립도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토록 시행했다. '지혜의 증대'라 하여 크지 않게 소형 도서관으로 지역 구석구석에 설립하여 보다 많은 빈민이나 어려운 교육환경의 시민들의 접근이 쉽도록 하였고 기존의 탄약창을 재활용하여 연극관을 짓는 등 공공사업의 추진력에도 저예산으로도 빠른 속도와 높은 효율로 대처했다.  
 
공공주택지 문제에서 보인 답변 또한 우리 정부의 대처법과 판연히 다르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파는 노점상의 문제를 해결할 때에도 행정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상인들에게는 물론이고 거리에도 문제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 우리는 이것이 그들의 직업인데 '떠나라'고 말할 수 없었다. 만약 도시가 그들에게 직업을 제공할 수 없다면, 우리들은 그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계획가 리아나 벨리쉘리
그리하여 노점상이 판매에 흥미를 갖고 있는 지점인 사업하기에 좋은 광장이나 특정한 버스 터미널을 선택하여 관민합작으로 만든 위원회가 매주 혹은 2주마다 이 지점들을 돌아가며 가로시장이 열릴 수 있도록 일정을 확정했다. 영구적인 가로시장으로 정착시키지 않은 것도 기존 상인들의 저항을 완화, 노점상의 생존권 보장, 나아가 거리가 황폐화 됨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발상. 이전시킨 노점상에게도 기존 상인들도 생각한 정책. 역시 하나부터 열까지를 생각하는 행정 결과다.

시민들 위에 군림하는 우리네 자치단체장과 정책이 아닌 시민, 특히 빈민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공생하기 위한 정책을 편다는 기본목적을 충분히 숙지한 정책임을알 수 있다. 

"지방정부만이 재빠르게 지역의 현안문제에 대응할 수 있고, 그것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국가보다 시 정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대답을 얻을 수 있고, 기술이 우리에게 이것을 제공한다. 신용카드가 우리에게 신속하게 재화를제공하고, 팩스 또한 우리에게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해 주고 있다. 석기시대에 머무르고 있는 유일한 곳은 중앙정부뿐이다." 레르네르 273쪽

마치 꼭 우리나라 행정을 두고 하는 말 같아 가슴 따끔한 문구였다. 멋있다.
이런 정치가를 품고 사는 시민들은 얼마나 존경받고 사는지, 다른 도시로의 유입희망자가 거의 없는 통계치를 이해할만 하다. 너무나 배울 점이 많은 도시이야기인지라 서평이 길어져도 나의 공부를 위해 나중을 위해 감상만을 위주로 쓴게 아니라 기억하고픈 것들을 많이 정리해 나가게 되었다. 꾸리찌바 취업로 프로그램 교재에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고 하는데 그 프로그램이 탄생되기까지 어느만큼의 시선으로 사람에게 향해있는지 절실히 알 수 있고 또 사람을 울리게 한다.

당신이 울고 싶을 때 나를 불러라.
그러면 나는 당신과 함께 울어줄 수 있다.
당신이 웃고 싶다고 느낄 때 나에게 말하라.
그러면 우리는 함께 웃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나를 필요치 않을 때도 역시 나에게 말하라.
그러면 나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다.  257쪽


창조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자본집약적인 기술을 대체할 수 있다(291-292쪽)는 것.
나는 꾸리찌바 도시를 통해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그러한 행정은 시민, 인류에게도 자연에게도 지구에게도 얼마나 유쾌하고 건강한 걸음인지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았다. 불가능하지 않음도 확실히 알았다. 두고 두고 발상이 난항을 겪을 때 읽어도 좋을듯한 사고방식이 가득한 책. 별 다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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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상인 - 나눔과 공존 속에서 찾는 진정한 부의 법칙
이누카이 티보 지음, 홍성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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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성공을 그린 동화 경영이야기

 

별의 상인, 단어부터 포근하며 신비스럽게 빛난다.
[별의 상인]이란 책은 '서로를 이해하고 성공을 돕는 이들 상인을 "별의 상인"이라 부른다' 는 다소 신비스러운 문구 때문에 끌려 메모해 둔게 계기가 되어 찾아 읽게 되었다.  마치 '별의 상인'이라는게 이 세상에 실제 존재하는 나만 모르는 성공의 비밀같기도 한 신비스러운 느낌 가득이었기 때문이다. 경쟁보단 나눔을 공존을 지향하기에 '나눔과 공존에서 찾는 진정한 부의 법칙'이라는 부제 또한 마음에 들었다. 
 
대상인으로 성공하기 위하여 두 청년이 배우는 과정을 그린 동화형식의 경영일반서인 [별의 상인].
그런 상황에서 두 청년은 똑같은 해답 양피지 하나를 받게 된다. 그 성공으로 가기 위한 해답은 어렵다면 무척이나 실행하기 어렵고, 간단하기로는 한 줄뿐인 답으로 퍽이나 단순하다. 여백이 넓은 해답지에 적힌 글귀는 '타인의 성공은 곧 나의 성공'이라는 말뿐.

요즘같은 경쟁가도에 팽팽히 맞서 있는 세계에서 타인을 돕는 것이 곧 나의 성공이라는 문구만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연필스케치의 포근한 일러스트가 많지 않은 텍스트 사이 사이에 쉼을 주며 동화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편한 마음을 가지게 하며 우리를 인도한다. 마치 서로 착하게 타인의 성공을 진심으로 돕고 그 성공자의 성공인 꿈을 물어 그 꿈이 실현되도록 돕는 길에 부와 성공의 답이 있다는 것이다.

자, 어떤가? 너무나 뻔한 동화같은가? 치, 현실은 그렇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가?
정말 경쟁을 해야 성공과 부를 손에 넣을 수만 있을 것 같은가?
내게 가장 울렸던 문장은 이것이었다.

'이 세상의 부는 한정된 것이 아니라 무한하다.' 160쪽

그렇다. 부를 한정된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경쟁해야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며 그때부터의 사고방식은 그렇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부란, 한정된 것이 아닌 무한한 것으로 인식하면 누구와도 나눌 수 있고 공존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사고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다음 세상을 향해 바라보는 시선과 행동은 천지차이로 변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 책의 가장 숨겨진 보물은 난 이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생각하고 세상을 향해 자신의 성공과 부를 향해 사람들과 경쟁할 것인가, 무한하다고 생각하고 나누고 공존할 것인가.

 물론, 그 선택은 각자에게 달렸다.
당연히 나눔이다.. 라고 속으로 답하며 읽는 나와 주인공에게 대상인은 답한다. 

 "자신이 살 세계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야. 그는 경쟁의 세계를 선택했어.
인생의 책임은 본인만이 질 수 있는 것. 타인의 인생까지 책임지려 하는 것은 오만이네." 167쪽


지금 카페에서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내 옆 테이블엔 세 남자가 앉아 있다.
호주로 이민을 가서 생활하는 한 남자와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두 남자. 그리고 그 한 남자는 두 남자에게 해외생활의 이점과 이러저러한 삶의 이야기들과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고, 두 남자는 경청하며 조언을 구하고 있다. 저 두 사람도 대상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두 청년과도 같을 것이다. 조언을 듣고 둘의 인생의 종점은 각기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 달라진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조언을 듣고, 그 조언이 주는 길이 무엇일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어떤 길을 가고자 할지 선택하고 살아가는 건 역시 온전히 자신의 몫. 저 세 사람의 30년 후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언제나, 어디를 가든, 쉽게 혹은 너무나 저렴한 값에 그 해답을 손에 넣고 있을지 모른다. 그걸 제대로 해석하면 다음의 해답이 저절로 씌여지는 양피지를 우리는 무심결에 첫 문구만 읽고 버리는 사람일지 모른다.

나의 양피지에는 무슨 문구가 씌여있나?
오늘 내가 발견한 문구는 과연 내가 언제까지 기억할 것이며,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인가?
얼마나 실천하며 살아갈 것인가? 다음 해답이 슬며시 종이에 씌여질 때까지 열심히 실행해 볼까나?
믿는 자에게 해답은 씌여지나니.^^

별의 상인, 또 하나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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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문학동네 시집 80
이병률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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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2009년 올해 읽은 첫, 첫 시집 이병률의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첫' 이라는 詩도 있기에, 나도 한번 시적여보고 싶어서 제목을 이렇게 달아봤다.
물론, 그러한 질투느낌의 시로 이 시집을 읽은 건 아닌,
 

시집 읽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무언가의 공허함에서,
무언가의 결핍에서, 위로를 받고자 읽거나 자신의 고요함을 읽고 싶거나 할 때.
그런데 시집을 읽다보면 시를 쓰는 것도 그렇게 시작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냥 내 느낌.

 
사실, 이 시집은 모 시인의 다른 시집을 도서관에서 빌리러 갔다가 그 시집이 없어서 단순, 제목과 시인의 인지도에 끌려 들게 된 시집이었다.
한 마디로 첫,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시집. 그런데 다행이다.
만약 모 시인의 시집을 빌리러 갔다가 빌리려 했던 그 시집이 있었더라면 나의 2009년 읽은 첫 시집의 제목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될 뻔 했으니. 풋! 그냥 우습다.
제목 하나에 이렇게 갈릴 운명이 있단 말인가, 시집이란 것이?

별거 아닌 서점간의 프로모션으로? 새해를 열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손이 닿게 할 것인가에 내가 걸려들 뻔 한건 또 아닐까? 대형 서점을 빙빙 돌며 신간도 아닌 시집이 다시 판매대열에 올려진 최영미시집을 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대를 거론했다거나, 새해가 되면서 무언가 목표의식을 느끼게 해준다거나 하는 장르의 책들이 모두 선전할 때, 시집도 예외가 없었던 모양이다.

시인 이병률이 지었던, [끌림]을 작년에 읽었던 터라 도서관에서 이 시집에 '끌렸'던가 보다. 그 책 읽음이 이렇게 사소한데서 발휘될 줄이야. 그 시인도 독자인 나도 몰랐을 터. 그런데 자꾸 상관없는 서평쓰기에 거론되는 '사건'이 되는 순간.

 
자꾸 어딘가로 가려고 하는 나의 뭉근한 속바람을 읽었던 것일까? 본능이..
하지만 읽다보면 외로워지고 외로워지는 깊숙한 무언감.
 

<전갈傳喝>을 읽다가는 수업을 머얼리 인천까지 다니면서 들었던 올 겨울 마지막 전철 타던 그때가 떠오르게 했다. 오산에서 인천까지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2시간의 걸쳐 다녔던 수업. 난, 천안행 마지막 열차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반대편 인천라인에서 거나하게 취한 승객이 비틀거리며 일이 늦게 끝나고 머얼리까지 가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전철이 일찍 끊겨버리면 어려운 사람들은 어떻게 돌아가라고 이러는 거냐고 고래 고래 텅빈 전철레일에 대고 소리치셨다. 주변에 서 있던 몇 몇 분들은 살짜쿵 거리를 넓혀주시고 반대편에 섰던 우리쪽 사람들도 전부 그 아저씨를 바라봤다. 그래도 거칠게 푸념하는 아저씨를 보니 미소가 지어졌다. 왠지 푸념거리라도 소리칠 수 있는, 세상에 분풀이를 해도 들어줄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왠지 그렇게 푸념을 하면 들어줄 세상이 될까 싶어서.

 
비록 노조파업으로 지하철운행간격이 엉켜있을 당시였지만, 늦게까지 있는 그 전철시간에 감사하며 다닐 때였다. 모두가 이른 귀가를 서두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늦게 일을 해야 하는 사회도 아니요, 멀리까지 무언갈 배우러 다녀야 함도, 머얼리까지 일자리를 향해 다녀야 하는 사회도 아닌 사회말이다. 이른 귀가에 모두가 함께 모여 함께 저녁을 할 수 있는 사회. 그건 꿈같은 천국일테지.

 
하지만, 시 <전갈> 의 전문보다 <좋은 사람들>의 시 전문을 올리고 서평을 마치려 한다.

 

<좋은 사람들> 
 

우리가 살아가는 땅은 비좁다 해서 이루어지는 일이 적다 하지만 햇빛은 좁은 골목에서 가루가 될 줄 안다 궂은 날이 걷히면 은종이 위에다 빨래를 펴 널고 햇빛이 들이비치는 마당에 나가 반듯하게 누워도 좋으리라 담장 밖으론 밤낮없는 시선들이 오는지 가는지 모르게 바쁘고 나는 개미들의 행렬을 따라 내 몇 평의 땅에 골자기가 생기도록 뒤척인다 남의 이사에 관심을 가진 건 페허를 돌보는 일처럼 고마운 희망일까 사람의 집에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일이 목메게 아름답다 적과 내가 한데 엉기어 층계가 되고 창문을 마주 낼 수 없듯이 좋은 사람을 만나 한 시절을 바라보는 일이란 따뜻한 숲에 갇혀 황홀하게 눈발을 지켜보는 일 (지금은 적잖이 열망을 식히면서 살줄도 알지만 예전의 나는 사람들 안에 갇혀 지내기를 희망했다) 먼 훗날, 기억한다 우리가 머문 곳은 사물이 박혀 지낸 자리가 아니라 한때 그들과 마주 잡았던 손자국 같은 것이라고 내가 물이고 싶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노을이 향기로운 기척을 데려오고 있다 날마다 세상 위로 땅이 내려앉듯 녹말기 짙은 바람이 불 것이다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중 마지막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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