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마이크로 트렌드
서일윤 지음 / 토네이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종족만들고 설명하기

 

2007년에 해냄출판사에서 나온 번역서 [마이크로트렌드]의 목차보다도 우리나라 한국의 작은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발견한 소수종족 이야기(?) 책인  [대한민국 마이크로트렌드]의 목차는 95%가 우리말로 만들어진 종족이 아니다. 그렇다고 100%도 영어도 아니면서 국적불명의 다국어가 섞인 종족명이다. 대한민국을 심층적이고 세밀한 부분까지 파헤친 책이길 기대하며  책을 펼쳐든 나에게 목차부터 거부감이 일게 하였다. 목차만으로는 무슨 족이라 이름붙여진 종족들은 역시 읽어봐야 알게끔 되어 있다. 오히려 [마이크로트렌드] 번역서가 제목만 보아도 확연히 어떤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지 알기 쉽게 되어 있다.

 

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우리말을 잘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으로 써내는 작가나 출판자나 방송인이나 언론인들이 우리말을 되도록 많이 사용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사람이다. 그런 나는 대한민국의 또다른 소수종족일까? 우리정부의 지향대로 이 책은 세계화(?)의 바람을 너무 탄 것일까? (세계화란 무엇인가 하는 회의가 들게 만들기도... 너무 돌아가는 나의 감정이다.;;) 도대체가 우리말로 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여 섭섭한 책이었다. 이 부분을 크게 언급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마이크로트렌드"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장 36쪽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스타일을 9가지로 크게 나눠놓은 부분을 제외하곤 나머지 본격적인 소수종족이야기인 제2장부터 10장까지의 50가지 종족이야기는 그렇게 나눠진 9가지 중에서도 또 세분화 시켜 이야기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예가 한국인에서 발견된 현상으로 쓰여진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그러한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예는 외국에서 차용한 것이나 따온 말들로 차 있다. 그래서 읽어나가다가도 어떨 땐,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부분이 많았다.

 

작지만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할 만큼의 행동양식을 보이는 사람이 포착되면 그 현상을 어떻게든 예전에 만들어진 말이나 외국에서의 경향 등에서 조금씩만 변형시켜 만든 종족이름은 매 종족 소개할 때마다 그 이름을 설명하기 위해 페이지를 상당 부분 할애하고 있다. 현상에 대한 더 세부적이고 다양하게 적용, 발전시켜 나갈 대안을 더 던져줬으면 싶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사람은 의미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어하며 자신의 행동양식이나 사고에 정당성을 부여받고 싶어한다. 그런 행동양식을 잘 가려내 소비성향이나 업무에 있어서나 광고, 영업함에 그들을 규명해주고 특별하게 대우해 준다면 더 말할 것 없이 존재감있는 사회인으로 부상하며 자신이 트렌드를 앞질러 간다고 느낄 것이다. 물론 그러함을 굳이 느끼려 하지 않는 사람도 소수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응당 존재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 또한 그런 소수종족이 갖는 경향을 잘 포착하여 비즈니스에 이용한다면 발빠른 선두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책일 것이다.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하지만 독일에 가서 창피함을 느꼈다고 말하던 저자는 어디간데 없고 그러면서도 목차는 온통 국적불명 언어다. 왜 내가 서평의 전부를 이름짓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느냐면 그게 이 책의 가장 주된 부분인데 그 부분이 독자인 나 한 사람에겐 정말이지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그런 불편함을 느꼈는지 퍼로튜어peroteur족 부분을 읽으면서 명확해 졌다. 우리말 '퍼오다' '퍼'를 영어발음으로 표기한 'per'와 프로페셔널professional, 아마추어amateur라는 세 단어로 만들어보았다는 단락에서는 물론 아니다. '펌'을 이용한 이들의 커뮤니케이션, 즉 '퍼뮤니케이션permunication에 꺼리낌이 없다'는 말을 할 때였다. 순간 대한민국의 소수종족이 세계나 비즈니스상에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를 때, 그 말을 설명하고자 한다면 외국인이나 다른 사람이 우리말의 '퍼오다', '펌'이라는 단어를 정의내리며 알게 되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 더 찾아보고 우리네 말을 세계에 더 알릴 기회라는 말이다.

 

해외출판 기획에 대한 책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에서 강주헌 저자는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책을 기획하면서 그 책이 해외까지 수출, 기획해 볼 생각을 잘 안하는 것 같다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절실히 느꼈다. '아, 이런 부분에서 그렇게 느낀게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러면서 이 책이 만약 일본인 저자라면 각 목차 제목은 전부 가타카나(일본은 외래어는 전부 가타카나로 쓴다)로 쓰여져 있었겠다 싶은 상상까지 했었다. 우리도 그렇게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우리말을 나 또한 잘 사용하지 못하고 생각나는대로 외래어를 섞어쓰는 편이다. 하지만 글을 쓸 때, 말을 할 때 되도록이면 우리말을 지키고 싶단 생각을 하고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런 종족이 대한민국엔 소수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상상더하기' 프로그램을 봐도 그렇다. 얼마나 참신하게 우리말로 바꿔내는지 노력만 하면 우리말로 정화를 꾸준히 해 나갈 수 있겠다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일명 '종족 전도사'라 불린다는 데(물론 그러한 일을 직업으로도 갖고 있고 말이다.) 우리말로 '이름짓기'를 조금 더 생각해줬으면 싶은 바람이 든다. 너무 주제넘은 서평이 되버렸지만, 독자 중 한 명으로써만 그렇게 느낀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 책을 사실, 기대를 너무 많이 하고 읽기 시작해서인지,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알겠지만 전달하는 과정에선 조금 많이 아쉽다. 소수 사람들의 정체성을 갖게 하고 의미를 찾는데 있다 생각되는 결론이기에 더욱 이 부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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