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출판기획 시리즈 2
강주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재밌는 출판기획 이야기

 


“해외출판기획”이라는 부제가 달리긴 했지만, 비단 해외출판 기획으로 한정해서 볼 것 없이 현재 우리나라 출판기획에도, 또 출판에 관한 기획뿐 아니라 ‘기획’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모든 기업과 개인 기획에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저자와 같이 불문과를 졸업했다. 다들 나에게 한 마디씩 던지는 말이 그거다. “전공 살려서 일하고 있니? 인문대, 특히 문과출신들은 전공 살려 밥 벌어 먹고 살기 힘들어.” 인문학이, 어디 문학이 딱히 문학이라는 글을 써야, 번역을 꼭 하고 살아야, 항공사에 취직해서 그 나라 말을 사용해야 전공을 살리는 것이란 말인가. 그때마다 나의 화려한 언변이 뒷받침되지 않기에 그저 웃고 넘기고 만다. 한 두 마디 섞어봐야 결국 상대가 가진 사고와 내가 갖고 있는 사고의 교점을 찾으려면 한참 들어가야 하고, 또 교차점에 왔다 해도 상대가 내리는 결론에는 적잖이 실망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결국 일찌감치 웃고 만다.

 


이 책은 참 재미있게 읽힌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러저러한 역사들도 보이니 읽을 때 호기심 충족도 되고 나름 재미있을 것이다.(어디선가, 출판하는 사람 외엔 읽을 필요없다는 댓글을 본 적이 있기에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왠 오지랖;;) 아직, 출판계에 입문하지도 못한 나지만, 출판인으로 살아갈 나에게(비비디바비디부^^ㅋ)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책일 듯싶다. 워낙 세상이 속도와 경제논리로 일관되기에 단박에 눈에 띄는 효과 없는 기획물은 사장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뚜렷한 자기검열과 기획력을 가지고 덤비면 하나하나 엮이고 엮여서 세상에 필요한 생산물들로 거듭나지 않겠나 싶은 거다. 그리고 진득하니 기다려보자는 말도 하고 싶은 거다. 한시적인 시류만 보고 기획하지 말자는 저자의 말에 위안을 받는 건 어떨까? 마냥 저자의 젊은 출판인들에게 던져주는 무한 격려는 괜히 내게 던져주는 말처럼 들려서 으쌰으쌰 하기도 했다. 출판인들에겐 응원과 격려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자신이 걸어가고 있고 기획하고 있는 출판물에 대한 응원과 좀 더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기획력. 그리고 좀 더 모험을 하고 많이 찾고, 공부하고 교육계를 책임진다는 무거운 사명감을 갖고 임해도 좋도록 말이다.

 


프랑스에서 펼쳐진 빅토르 위고에 대한,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교육계의 노력은 자주 자주 들춰보고 싶은 단락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지혜와 기획력을 가진 사람이 교육계에 없단 말인가. 출판계에 있는 사람만 이 책을 읽는다면 이런 정보와 기획력(출판뿐 아닌 교육 기획력에도)을 접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 아닌가. 잡다하게 다독할 것을 권하는 강력한 이유가 이렇게 산재한데 말이다.(출판인이 단 그 댓글 하나가 자꾸 맘에 걸리나 보다..^^;;) 불문학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빅토르 위고가 남긴 저작을 창작하는 시간(이건 원천 측정불가함)을 제하고 [레 미제라블]이나 [노트르담 드 파리]등을 시간을 갖고 똑같이 필사하는 데만도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루에 몇 시간 자고 몇 시간 동안 일을 한다는 가정 아래 그 모든 걸 계산해 보았던 것이다.(사실, 그걸 계산해 본 선생님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 어려움^^;) 일단, 내용을 읽었기에 그 문학이 갖는 대단함도 대단함이지만 그렇게 계산된 날들로 따져봄이 위대한 저작이 나오기 위한 그 한 작가의 위대함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수업이었다.

 


화려한 글재주가 없기에 이 책이 가지는 묘미를 정갈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서평이 되었지만

해외 출판물에 대한 기획관련 정보를 지혜와 통찰이 필요함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사명감이 중요한 것 같다. 읽는 내내 젊은 출판 후배에게 남기는 글처럼도 읽혔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에 이런 사고를 갖은 출판인이 있음에 안심했다고 할까. 다 읽고 났으니 반대로 독자 한 사람으로서 응원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 출판계에 다양하고 재미있고 깊은 사고를 통해 태어난 책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다고. 앞으로도 꾸준히 힘써 달라고.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 책이 가진 영향 때문이다. 시종, 인문이 죽었네 마네 하는 세상이지만 시종일관 희망을 말하고 있고, 미래를 향하고 있다. 그러니, 출판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책을 좋아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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