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시 읽는 CEO - 나를 재창조하는 생각의 여백 읽는 CEO 3
고두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가슴을 데워야 사람을 얻는다
 
[옛시 읽는 CEO]안의 한 목차 제목이다.
사람을 단순, 구하는 것이 아닌 얻는다는 것. 그건 필시 사람을 깊이있게 울려야 사람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뜻일게다. 우리네 풍습과 문화가 자랑스러울 때가 언제냐면 이런 옛시를 접할 때이다. 마치 옛 우리네 선조들은 풍류와 멋을 알고 무척이나 지혜도운 민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동양권에서는 말이다.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도 '칠보시'를 짓게 하는 그 무서운 짖굳음도 짖굳음이지만 그 칠보안에 지어내는 시란....
정말이지 새파랗게 아름다운 새벽과도 같은 느낌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시를 짓는 힘. 시를 짓는 민족.
정말이지 난 자랑스럽다.
 
또한 시로써 상대에게 마음을 묻고, 시로써 화답하는 문화. 이것 또한 기氣차다.
살콤살콤한 느낌으로 읽게끔 만들었던 임제와 한우의 시담 詩談. 예전에 읽었던 [난설헌, 나는 시인이다]라는 책도 생각나면서 다시 읽고 싶은 생각에 젖게 했다.
그리고 과거시험을 앞두고 마음 졸이며 시를 지어 묻는 친구의 물음에 멋진 답시로써 큰 격려 해주는 장적과 주경여의 시담도 얼마나 멋스럽고 부러웠던지.... 이런 친구사이 되고 싶단 생각이 뭉클하고 들었다.
저릿저릿한 상황속에서 멋진 풍류를 읊을 수 있는 여유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크게 말하지 않아도, 길게 말하지 않아도 이렇듯 상대의 심중을 깊이 이해하고 깊게 대답하는 시들.
 
시인 고두현님의 산문과 함께 하며 읽기를 하니 더욱 즐겁게 엮여서 읽어나가다가...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있었다. 왕양명의 <산에서 보는 달> 시에 엮인 용평 숲에서 시간을 보내며 있었던 이야기를 읽다가 우연히 예전에 내가 읽었던 시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마치 시를 산문으로 풀어놓은 것과 같은 상황. 그래서 난 혼자 "어라? 시를 하도 많이 읽어서, 시를 산문으로 표절을 하신건 아닌가? 아니면 산에다 해놓은 그 아이의 낙서가 여러사람에게 글을 쓰게 만드는 구나" 하면서 똑같은 상황에서 쓴 시가 있노라며 책장에서 예전에 읽었던 시집을 마구 마구 뒤졌더랬다. 옆에서 친구가 무슨 일이냐고 한참을 내 행동을 봤다. 시를 산문으로 표절했다면서 마구 흥분을 해서는 그 시집을 찾아 떡! 펼치니, 왠걸. 푸하하하 웃음이 나왔다.
그 시인이 이 책의 저자 고두현님이셨던 것. 난 그저 그 시 <발왕산에 가보셨나요>만 기억하고 있었을 뿐. 작가인 시인의 이름은 까맣게 모르다 이제야 확실히 익히게 되었다. 고두현님 죄송합니다.^^; (그 책 또한 시와 시에 대한 감상을 모아놓은 시집으로 여러 작가의 시가 묶여있다. [마음이 예뻐지는 시],정지영엮음, 나무생각)
 
그리고  사실, 고두현님의 그 시는 우리마을 발왕산에 올라서 쓴 시이기에 더욱 잘 기억을 하고 있다. 시에서 자기네 고향을 만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귀여운 시 이기도 해서였다.
 
시는 이렇게 마음을 울리면 여러사람의 가슴속에 오래 오래 살게 하는 마력을 가진 글이다. 또한 시가 사람을 살리게도 풍요롭게도 하고 말이다. 사람을 울리는데에는 옛시처럼 비유와 응축이 절묘하게 만나 상대에게 적당한 때에 탁- 하고 던져짐에 있다. 사람이 그리울 때 [옛시 읽는 CEO]를 꺼내 들어야겠다.
 
 
 
============================== 시 몇 수 ============================
 
술잔을 들며
백거이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
부싯돌 번쩍하듯 찰나에 사는 몸
풍족하나 부족하나 그대로 즐겁거늘
하하 크게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
 
 
십 년을 경영하며
송 순
 
십 년을 경영하여
초가 세 칸 지어내니
 
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 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놓고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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