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 수집광
앤 패디먼 지음, 김예리나 옮김 / 행복한상상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아기자기 행복광

 

[세렌디피티 수집광], 이름만큼이나 도착도 특별했다.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행복한 상상' 출판사..... 에세이집을 내는 출판사이니만큼 달콤한 이름이다. 택배로 도착한 책은 책끈이 아래로 나져있고(보통, 위에서 갈피를 표시하도록 끼우게 되어 있다), ‘드림’이라는 도장을 발견하곤 읽으려고 펼치면 글씨가 거꾸로 제작된, 이른바 파본인셈! 하지만 이런 갖가지 희귀한 책을 가질 있는 운은 나만 갖게 된게 아닐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제목만큼이나 저자 패디먼은 생활속의 갖가지 행복한 우연들을 얼마나 많이 모았냐 하면, 읽는 내내 나의 어릴 놀이부터 현재 나의 이사 모습과 어수선한 틈바구니에서 책을 읽는 내내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찾는 모습까지 두루 두루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었다.

 

일상의 행복을, 사건을, 이야기를 사랑하는 저자, 패디먼.

조곤조곤 읽고 있노라면, 일상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워 진달까?

아주 뽀얗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그런 분위기의 책이다.

 

목차를 대보면 자연채집, 아이스크림, 올빼미, 우편물, 이사, 커피 등등 일상적이지만 마치 캠코더로 홈비디오를 꾸준히 촬영하고 있는 듯한 시선은 잊을 없다. 그런 아기자기한 시선, 움직임, 생각들. 조각 조각들이 소중하고 재미있는 애정어린 시선이 가득 담겨있다. 어릴 엄마와 함께 했던 ‘같은 음절로 개가 연결된 단어(이를 테면 ‘곰곰’이나 ‘가가’처럼) 누가 가장 많이 찾는가 하는 게임’ 같은 말이다. 생각해보니, 그건 취학하기 아이를 위한 한글을 떼기위한 엄마의 노력도 아닌 그저 아이와 엄마가 함께한 평범한 놀이였음을 기억하게 했다. 하지만 아주 재미있게 보냈던 시간들. 잊혀져서 생각도 안나 먼지가 가득히 쌓였던 두뇌속에서 두꺼운 먼지 손바닥으로 털어내듯 하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눈이 펑펑 내린 한겨울. 5남매가 두껍게 눈을 덧쌓아 이글루를 만들어서 굴에 들어가 놀던 기억들. 그렇게 만든 눈집은 생각보다 아주 많이 따뜻했던 기억. 까맣게 잊었던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 순간들이 아련히 기억에 떠오르게 하는 마력을 지닌 책이었다.

 

그리고 패디먼의 이사에 관한 기록과 시간처럼 그런 시간을 보낸지 얼마 안되어서 인지,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이국이라 그런지 낯선감도 있고…. 지금은 언니네로 이사를 와서 조카들의 고음과 개구진 행동들로 인해 컴퓨터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어도, 이녀석들의 괴롭힘이 마냥 괴롭지만은 않고 행복할 있는 무엇. [세렌디피티 수집광] 패디먼처럼 글을 쓰게 하는 무엇은 이런 아기자기한 행복들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옆에 와서 콜라슬러시에 꽂은 빨대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잔뜩 얼굴에 물을 튀겨대며 말한다. “콜라방귀를 끼는 슬러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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