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여 꿈을 노래하라 1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2
밀드레드 테일러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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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오랜만에 가슴을 울리는 소설책 한 권을 읽었다.

중학교 때 읽은 [세상의 모든 딸들]도 생각났다. 그보다 시대적 배경은 훨씬 후일지라도 오래된 이야기지만 원초적인 것을 담고, 또 성장이야기가 담겼다는 점에서 생각이 난 것일까?

소설을 읽으면 오래도록 기억을 못하는 편이지만, [세상의모든딸들]을 읽은 것도 십년도 훨씬 더 지난일이건만 그 책 먼저 떠오른 것은 그건, 그 만큼 잘 쓴 전개와 내용 때문이었다. 여자로 세상에 나와 딸로써 엄마에게, 자연에게 배움이 큰 여자아이의 성장드라마였다면, [대지여꿈을노래하라]는 유색인으로써 그것도 시대가 백인시대이며 엄연히 흑인, 백인의 차이가 서슬퍼렇던 당시를 지나는 남자아이의 성장드라마였다는 비교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이야기 전개면이나 글이 너무 좋았다.(살짝씩의 오타와 낯선 말투 문제만 빼면..^^;; 하지만 미묘한 말투차이에서 오는 긴장감 주기와 시대 상황 이해와 극의 전개에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세상의모든딸들]과 견주고 싶을 만큼.

 

이야기에 앞서 펼쳐놓은 주인공들의 설명은 자세히 읽지 않았다.

이런 장편이야기는 그 내용을 읽어 두면 미리 미리 이야기를 재촉하며 기다리거나 앞서 알아버려 이야기의 흥이 깨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난 아주 아주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미칠지경일때만 맨 뒷페이지를 먼저 읽는다. 아니면 보통 천천히 앞부터 읽어야 소설의 진미를 알 수 있다는 사람이기에.... 미리 알면 재미없어요~^^;;) 그래서 읽기 시작해서 바로 1권을 다 읽고 2권을 펼쳤다. 1권보다 두꺼운 2권, 주인공 폴 로건의 이야기는, 아니 폴 에드워드 로건의 삶의 파란만장함은 이때 절정에 달하며 전개된다. 리뷰이긴 하지만 소설은 읽는 재미이기에 줄거리에 대해서 말하지는 않겠다.

 

이 책의 묘미는 복잡한 복선이나 기타 잔가지의 이야기가 없이 깔끔하다는 것이다. 오로지 폴 에드워드 로건의 시선 하나만으로도 흥미진진하게 주욱 이야기가 전개되어 나간다. 하지만 결코 지루함이나 진부함도 없다. 처음엔 한참이나 시대가 지난(노예해방도 되었고 인종차별주의 부르짓지도 않는 이 시대)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가 진지하게 전해질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솔직히 들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읽을만하고 오히려 지금 더 읽혀야 하지 않나 싶은 결론까지 이르렀다. 먼 남의 나라 과거 이야기처럼만 보이는 이 소설이 말해주는 것엔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꿈을 갖고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할 청년층이 한번 읽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이라는 것. 꿈. 자신 스스로가 온전히 가진다는 소유의 개념.

이모든 걸 같이 나열만 해보면 마치 더럽고 추잡하게 이루기 위한 처절한 모험이 있을 듯 싶지만(과연 현재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땅부자들을 상상해 본다면 말이다. 백인들이 가지는 독식과 법도 원칙도 없는 평화라는 것을 모르는 그들만의 세계법칙이기에 얼핏보면 비슷하기도..;;) 그런 세상의 냉혹한 법칙을 몸소 대지에서 배우게 한 에드워드 로건가의 가슴찢기는 고통 뒤에 성장한 결과물이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의 인물됨은 하나 하나 감동이고 매력적으로 살아있다.

온전히 세상에 나가 현실에서 보고 깨치고 배움으로써, 자신의 땅을 갖고 지킴이 자신의 가족과 행복을 지킬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죽는 백인 아버지 에드워드 로건. 그 당시 백인으로써 그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의 아버지의 역할. 상상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흑인아내였던 폴 로건의 엄마. 그녀가 보인 아내로써의 역할과 엄마로써의 역할.

너무나도 그 당시 현실과 다른 삶을 살기에 어려웠을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색인 동생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함과 동시에 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마음을 지닌 형 조지와 하몬드. 그리고 실수로 인해 상처를 서로 주고 받게 되는 친구이자 동갑형제 로버트.

같은 엄마의 피를 가진 유색인 누나 캐시 로건. 그녀의 헌신적인 가족애와 신의.

그 밖의 등장인물들도 다 개성있고 이야기 흐름을 지루하지 않게 잘 이끌어 주었다.

 

가족이라는 것과 시대에 맞서 온전히 자신 스스로가 헤쳐 나가고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감동적인 소설책. 자신의 것을 지키고 소유한다는 개념이 이렇게 아름답게 보여 주는 이야기는 이 근래에 이 소설이 처음이지 않나 싶다. (너무 뉴스기사만 읽어서일까. 우리 땅내각 의원님들이 땅을 너무 사랑해서(?) 많이 소유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요즘 나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도 묻고 싶다. 처절하게 지키고 싶은 가족들이 있는지, 만약 큰 땅을 가진 부모라면 처절하게 목숨걸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돌아오게 자녀를 강인하게 기를 수 있는지. 세상에 만연한 눈총과 따가운 시선에도 가족만의 둘레와 평화로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자신만의 강한 신념이 있는지. 또 자식으로써는 부모에게 무조건적 기댐은 없지 않은지. 모든 입장에서의 물음이 읽는 동안 계속되었다.

 

오랜만에 책다운 책을 발견한 듯한 기분도 든다. 가족과 함께 가족전부 자신이 살던 동네를 떠나 다른 동네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 거라고 전한 결혼한 친구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고, 남자친구에게도, 앞으로 조카가 중학생 정도가 되면 [세상의모든딸들]과 함께 같이 권하고 싶은 책이다. 또한 부모교육서 보다도 이 책 읽기를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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