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는 나의 힘 창비시선 281
황규관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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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도로록, 위안 도로록

 

치유의 시간을 갖기 위해 집어든 시집 한 권.

조금 불순했던 이유만큼이나 어둠의 힘이 강한 제목 <패배는 나의 힘>

황규관 시인의 시는 이로써 처음 접하게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역시나 선택의 결과는 탁월하다 못해 앞으로도 당연히 있을 내 앞의 어둠앞에, 패배앞에 당당히 치유제로써 1위를 군림할 듯 싶다.

새벽 두 시.

시간도 같이 어두워주고 열린 창 사이로 들리는 울렁대는 토악질 소리는

내게 멀지 않은 곳에서 늘 어둠이 되게 깔려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향기마저 방문하지는 않는 거리감에 그나마 감사해얄지 잠시 고민해본다.

 

시 한 권의 엮음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줄로 엮여있는 듯한 느낌은 왜 일까?

공통된 저변의 그 무엇의 힘일까?

짧으면서도 깊은 호흡을 주는게 시.

시인의 예민함이 무던하게 살아가며 상처받는 평인들을 치유해준다.

시인들이여....

그대들의 부지런함이.... 사색 한 장면 장면이...

분과 초를 나눠가며 일정대로 움직였던 기계들을 눈물로 녹이며 시간을 천천히 되감아 준다는 것을 잘 아시는지요..

마치 우리들은 저 마다마다의 생을 살고 있는데.... 살아내고 있는데...

시를 읽고 있자니.......

왜 쌍둥이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은 나만 드는 것일까?

 

소재 하나 하나의 선택이 마치 내가 살고 있는 방안과도 같은 모습이며,

걸어가고 있는 길 위이며, 강가이며, 그네들인가?

좁은 원룸 안의 열린 화장실(혹은 욕실이자 화장실인..) 앞에서 책 쥐고 보며 밥 먹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고,

절삭해야 할 부분 짚어주는 '자신들의 착취 때문임을 죽어도 알 수 없는 자들'에게 시급 다시 계산해가며 적게 나온 수당을 굳이 이번달 안에 추가입금(당연히 그달에 받아야 할 당연한 수당을..;;)해 달라며 구질 구질 말하던 모습하며....

그렇게 '기회를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외쳤던, 그것만 바라보며 이 지점에서 일하든, 서울에서 일하든 어디에서든 다 일할 수 있다는 말을 그렇게 했어도 된다고 했던 사람마져 취소되었어도 나만은 안되었던 소식을 전해듣던 일하며....

 

 

시 한편 한편이 흑진주처럼 알알이 꿰어 있음을 목격하는 건 비단 나뿐일까?

세상의 울음이 이렇게 찰지게 옹골차서 알알이 꿰어 있는 시 한권....

뻘밭 조개들이 품어 낸 하나 하나의 눈물의 결정은 아닐런지..

조용히 품어내온 황규관 시인의 성찰이....

삶의 길들이....

묘하도록 토해냈던 최근의 나의 좌절들을 같이 투영하게 되는 것은 지나침일까?

 

부디, 절필하지 않으시길....

부디, 예민한 시인의 길을 가주시길..,

그래서 많은 이들의 눈물을 흘리게 해주시길....

어디에서건, 누구에서건 위로를 받지 못하고

혹은 울 자리가, 울 공간이, 울 시간조차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 울음을 편안히 흘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길, 그 핑계로 인하여 깊은 공감과 위로를 얻어 힘을 얻을 수 있게 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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