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
틱낫한 지음, 오다 마유미 그림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인식의 햇살, 깨어있음

지난주 목요일. 자려고 잠든게 아니기에 스토브를 내 앞에 틀어놓은 채 책을 읽다가 그만 곤한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입벌리고 자는게 특기기에 아침에 쩍쩍 갈라지는 혀와 뻣뻣

한 목에 침마저 삼킬 수 없어 일어나게 되었다. 아뿔싸! 큰일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내 몸에 큰일이 생겨버렸다. 이슬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코와 목 전체를 화상이라도 입은 듯이 따끔거렸다. 물을 연신 들이켰지만 물만 넘겨질 뿐 코와 목은 전체적으로 촉촉해지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이리도 모르고 잠들었을까, 중간에 깨지 못했을까. 책망하며 몸을 추스르고 금요일 오후 출근을 갔다. 말도 잘 안나오고 몸엔 한기가.. 몸살까지 같이 온 것이다. 그리고 말라버린 코와 목은 수분을 머금지 않은 공기는 철저히 건조하게 삼켜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도 그 다음날이 내 생일이라며 동생과 친구들이 모였다. 그러니 또 어찌 내 집으로 방문한 사람들을 두고 잠만 잘 수가 있을까.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몸에 얇아도 한 겨울에나 입었던 가디건을 꺼내입고 밖으로 나갔다가 새벽에야 들어와 앉았는데 말그대로 앉아 있는 것도 곤욕이었다. 남들은 토일, 게다가 석가탄신일이라며 쉬는 월요일까지, 황금연휴라고 불리는 그 주를 내내 몸살과 함께 했다. 병원을 갈 수 없는 휴일이기에. 화요일은 일 때문에 그냥 출근하고 다음날이 휴무이기에 일찍부터 일어나 병원으로 향했다. 노곤하고 바닥으로 쏟아지는 온몸의 살결. 약기운과 몸살 기운이 한데 어우러져 뱅글 뱅글 돌면서 누워있어도 한없이 바닥으로 꺼져만 들어갔다. 휴무일은 면접을 본 곳에서 발표하는 날이기도 했는데 아픈 와중에도 손전화를 곁에 두고 내리 잠을 잤다. 한 번도 울리지 않는 전화덕에 포근한 잠은 잤지만, 합격 소식은 없었던 거다. 

몸살이 나 그동안 밀려있던 책읽기가 또 한 없이 밀리는 순간이었는데..
그중에 잡힌 책이 [살아있는 지금 이순간이 기적]이었다. 꼭 이 상황이 오리라는 예견이었는지 어땠는지 한 장 한 장 넘기니 위안이 된달까? 그저 부장님의 말씀대로 그런 상황에서 아주 큰 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는 말. 정말 깨어남에 감사하고 일어나서 햇살을 본다는 것도 소중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던 일상에 감사할 수 있는 게송들을 들으니 건조했던 기침과 숨이 조용히 심호흡도 할 수 있고 조금은 안정감도 찾았다.

 


연꽃위에 좌상하고 전화하는 부처의 모습^^

책이 생각보다 귀엽다. 깨달음의 깊이보다 쉽게 씌여진 글들. 그림들.
그리고 정말 정말이지 일상에서 나올법한 상황들에 대한 말들, 상황에서의 게송읊기들은 깨달음의 길이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음을. 편안함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은 하루 온종일 어느 순간에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다 덮고 나서야 이번엔 목차를 다시 봤다.
목차만 봐도 한 눈에 깨닫게 될 것이다. 아침에 눈뜨며 시작하는 일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 눈감는 순간까지. 온 하루가 망라되어 있으며 늘 한 순간도 잠들어 있지 않고 깨어있는 평상심이다. 이것이야말로 경지가 아닐까? 평범한 하루를 기적처럼 보낼 수 있는 방법. 늘 평온안에서 지낼 수 있는 방법. 그건 보통의 힘이다. 그 보통의 힘에서 감사하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것! 

음식을 먹음에도 그 음식이 어디에서 왔으며 그 음식이 내 생명을 떠받치는 온 우주의 존재를 본다는 것.
우리의 몸 속에는 지상의 모든 것들이 함께 들어 있음을 아는 것.
만물은 탈바꿈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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