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상황을 시로 바꾸어 주는 힘을 줍니다
 
이 책을 실제로 읽은 것은 2006년 발행되었을 때 였다.
그런데 서평을 쓰기는 올해, 2008년...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안도현 시인이 골라놓은 이 시를 갓 졸업하고 설프게 일을 하고,
사람들과 이별도 하고 그런 사이, 그 때 읽었을 때의 느낌과 사뭇 달라졌다는데 있다.
그때는 이 시를 이렇게 이해했던가?
그때는 이 시가 이렇게 깊었던가?
그때는 이 구절이 하는 말을 그저 말로만 들었었지. 싶었던 거다.
그 사이 나는 무슨 일이 있었고...
그 사이 나는 얼마나 달라지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는가?
아마도 이 시집을 또 3년 뒤에 읽어봐야 하겠다.
그러면 그때 읽을 이 시집은 요번에 내가 읽은 시와 또 다르겠지.
 
게으름을 옴팡 부리다가, 이른 아침 7시부터 고향집에서 전화가 왔다.
딱 일주일전 쉬는 날에 컴퓨터 때문에 전화를 하셨던 아빠,
오늘 다시 묻는 거다. 바로 다음 쉬는 날 집에 가기로 했기 때문에...
하지만 난 게으름에 갈 맘 안갈 맘 반반이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온 전화가 나의 게으른 잠을 시원히 깨워주었다. 하지만 바로 출발하기엔 너무 일러서, 이불속으로 쏘옥- 다시 들어가다가 정신이 말똥 말똥하니, 이 기분이 오랫만이어서 주변에 잡히는 시집 한 권을 펼쳐보았다.
그랬더니, 기분이 그때와 다른 것이다.
한장, 한장 흑백사진과 함께 얽힌 시들과, 안도현 시인이 풀어놓은 말들은..
나를 다시 한번 깨웠다.
 
감꽃  - 김준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당신, 그리고 나는 먼 훗날에 과연 무엇을 세면서 살아온 날을 되돌아볼 것인가? 하고 질문을 던진다.
질문을 던지니, 잠이 안온다. 잠이 깼다.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게으름을 일주일전에 쉽게 해버린 나의 약속을 지키라고
부모님은 이른 아침 나를 깨운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고 계시다가 내가 뱉어버린 그 날에 맞춰 꼭 나를 깨운 것이다.
그게 갑자기 그렇게 고마웠다.
그리고 옆에 마침 이 시집이 있었던 것이 고마웠다.
 
요소 요소 흑백의 천진함과 가난과 희망과 즐거움, 귀여움이 넘쳐나는 사진들.
촉촉하고 깊고 울림이 큰 시들이 한데 어울어져 나를 쳐다본다.
아이고, 귀여워라.
나도 내게 인상을 깊었던 시들을 베끼며 살아야 겠다. 
  


 

 

 

 

 

 

 

 

 

 

 

 

 


<아이와 함께 장을 보러 나왔는데, 비가 내렸겠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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