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의 선물
미첼 슈피츠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오늘 내게 온 선물, [루빈의 선물]

 

얼마 전 책이 가지는 용도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서, 장난스레 수학여행가서도 공통수학을 가져가서 판치기(?)를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과 여러 가지를 답장으로 보낸 적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용도로 '치유, 치료'가 있지 않을까?

배움에 있어 필요한 것을 책을 통해 얻으려는 치료가 있을 것이고, 심리적으로 산란한 가운데 해소하거나 치유받고 평안을 찾을 때 또 책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그런 책이다.

 

책이 좋아 서점에서 일하면 책을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지 오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엄청 화가 난 일이 있었다. 기존 거래가 있던 병원에 나가던 잡지납품이 있는데 그 위의 사무실에서도 잡지납품 거래를 하고자 한다며 전화가 왔다. 잡지마다의 성격을 두루 두루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단 달마다 2권씩 배달받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그 결과를 상부직원에게 전달했더니 내게 돌아오는 대답은 “직책에 맞게 일하라.”는 것이다. 어찌나 황당하던지 순간 몸이 굳어지고 할 말을 잃었다. 기존 거래하던 사무실 위층에서도 똑같은 잡지 두 권을 배달시켜 본다는 것뿐이었는데도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었다. 무엇보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리곤 퇴근하니 방문 앞에 숨겨놓아 달랬던 택배물이 잘 숨겨져 있었다.

얇은 책 한 권의 이름은 [루빈의 선물]. 아홉편의 이야기가 담긴 그 중에서도 가장 내게 해답을 주듯 읽은 이야기는 <현자가 화난 이유>부분이었다. ‘현자는 언젠가 화가 났던 일이 문득 생각났다.’하면서 이야기를 여는 이 부분. 하지만 현자는 자신이 무슨일로 화가 났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것에 화가 나기에 이른다. 화가나 지혜가 사라질 정도로. 그리곤 결국 현자는 평범한 남자가 되어버리고, 나무가 되고, 먼지가 되어 우주의 심연으로 떠다니다 다시 자갈이 되고 나무가 되고 사람이 되고 현자가 되기에 이른다.

 

너무나 화가 크게 나 지혜마저 사라지고 나서 인물이 변화되는 과정에서, 내가 사람들에게 화가 나서 털어놓은 부분과 그리고 흥분해서 말을 하다 울었던 장면들도 같이 떠올랐다. ‘내 행동이 과연.............’ 하면서 되짚어 봤다.

 

“이제 현자는 비로소 자신과 주변 사람들, 동물들, 넝쿨과 식물들, 바위와 자갈들, 그리고 먼지와 먼지보다 작은 무無와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현자는 언젠가 화가 났던 것이 다시 생각났다. 그런데 왜 자신이 화가 났었는지는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39쪽

 

마지막 구절이 또한 인상적이다. 그리고는 줄줄이 엮인 이야기들은 그날 하루의 내 행동이나 결과들에 대해서 엮어보며 읽게 되었다. 하나같이 평안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천천히 치유와 위로를 받은 듯 한 권을 다 읽게 하였다.

 

때로는 이야기 한 토막이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고 표제에 적힌 문구는 ‘책’이라는 위치에 있어서 가장 큰, 최고봉의 경지이자 역할이 아닐까 싶다. 그 책이 인문서이건 문학서이건, 경제경영서이건 그 모습은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다. 값진 책 한권을 또 선물 받은 나는 미소를 머금고 ‘하루의 책점’을 보는 책으로 선정했다. 화가 나거나 복잡한 일이 있을 때 가끔 펼쳐보는 책이 있는데 그럴 때면 그 책이 펼친 그 부분은 바로 그날의 해결점으로 읽히는 책들이 몇 권 있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작은책이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또 [연금술사] 작은책도 그렇고....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하거나, 혹은 작은 이야기로 큰 깨달음을 얻고 싶을 때 두고 두고 꺼내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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