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 도종환의 산에서 보내는 편지
도종환 지음 / 좋은생각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알알이 좋은 말

 사람에겐 다 개개인마다 주어진 소명이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어떤 진귀한 소명이 주어졌을지 아직도 고민중이긴 하지만,
도종환 시인의 소명은, 지금 막 다 읽은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확실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글, 시,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사람을 치유하고 자연을 치유하고 세상을 맑게 하는 사람.
저도 책 속에 등장하는 한 마리의 동물처럼, 그냥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 도종환 시인의 조용한 관심과 쓰다듬을 받은 기분으로 책 전체를 읽고 덮었습니다.

“참 좋다.”
김용택 시인의 싯구처럼, 짧게 ‘참 좋다’ 라는 말로 청아하게 맑게 끝내고 싶지만,
이 긴 여운이 남는 이 글을 좀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쓰겄습니다.
그게 그나마 저의 작은 소명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대가 이곳에 올 때는 바쁜 걸음으로 산을 넘어오겠지만 돌아갈 때는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분주한 마음으로 제 문학의 숲에 오셨다가 고요해진 마음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라며 조용하지만 당당히 밝힌 서문.
정말 꼭 맞습니다.
치유제 한 알 시원한 찬물에 마신 느낌, 그 치유제가 알알이 내 몸속에 스며드는 느낌.

청안
다사로운 햇살
채우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소생
사람도 저마다 별입니다.
가진 것을 베푸는 보시는 재물로만 하는 게 아닙니다... 웃는 눈빛도 보시인 것입니다.
단잠, 쪽잠, 노루잠, 가을 햇살을 덮고 자는 잠, 풋잠
몇 해에 한 번씩은 그냥 밭을 빈 밭으로 놓아두어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나도 나를 그냥 빈 밭으로 놓아두고 있습니다.
윤회하며 되살아 나는 길
단풍든 나뭇잎이 바람에 몸을 씻으며 내는 소리.
고구마가 멧돼지 일가족에게 자신을 허락한 걸.
고구마의 계산된 행동
내가 심은 걸 다 먹었다고 고라니를 죽여야 한다는 건 지나친 생각입니다.
우리는 있는데 나는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답답해집니다.
내 소리를 알아듣고 내가 지금 어떤 마음 상태인지를 아는 사람..... 지음(知音)
옹송거리고
화선지

어쩌면 이리도 알알이 이쁜 말들이 많을까요?
깨끗하고 기분까지 맑게 하는 말, 단어, 마음씀. 잊혀졌던 단어들..
무엇보다 잠을 표현하는 말에도 여러 말이 튀어나올 때는 재미있어 밑줄을 그어봤더니 이렇게도 많이 나오더군요.
정말 한 권을 다 읽고 덮을 때에는 마음이 다 푸근해지고 배불러 옵니다.
“각자가 지닌 음색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자기 소리가 다른 소리와 어울리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259쪽
라는 말씀. 도종환 시인의 말은 도입에 밝힌 경쟁의 중심, 사막과도 같은 곳에 있으면 얼른 이제 이 숲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말씀이 처음 내가 생각했던 마냥 산 속의 숲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이 구절을 통해서야 또 다시 전달되어 옴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하며 서로 살아내고 살아가게 하는 것은 아닐는지...
이렇게 가만히...
조용히 내 방안에 앉아
몇 해의 봄을 보내며 깨달은 진리를, 아름다운 자연을,
그냥 꿀꺽 삼켜도 되는지요?
모쪼록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제 하루 하루 그리고 매번 맞이할 봄과 계절들.
모두를 새로운 마음으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쁠수록 잊지 않도록 이 책을 뒤척이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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