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 - 조선 천재 1000명이 죽음으로 내몰린 사건의 재구성
신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치력이 필요한 요즘 딱인 책


지금은 여러 위치에서의 정치가 긴요한 시대이다.

대선도 얼마 남지 않은 시기라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많은 의미에서의 정치를 말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나온 정치는 한 마디로 그 모든 걸 아우른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예로 현재의 모습으로 치자면, 국정에서의 정치는 일반인과는 멀지만 작은 의미에서의 ‘사내 정치’나 기타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 자신을 포함하는 그 모든 영역에서의 정치’ 또한 무시 못하는 요즘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위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나를 드러내기’이면서도 어쩌면 반대로 ‘묻어가기’처럼 색을 같이 하는 그룹(?)으로 엮여 통합되는 것이다.

 

학생 때야 끼리끼리 논다고만 했지 별 큰 의미는 없었지만 사회에 나갈수록 그런 정치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말은 이런데 연유한 듯싶다. [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은 그런 정치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피를 부르는 각축전이 되는지 실감나게 보여주는 책이었다. 그동안 잘 몰랐던 역사의 뒤안길을 자근자근 잘 밟으며 되걸은 느낌이다.

 

기축옥사가 끝나고 <광해군일기>에 적힌 이항복의 말이다.

“국가를 숭상하면 진실하고 순종하는 신하가 되고 국가를 저버리면 역적의 신하가 되는 것입니다. 현격한 차이가 다만 잠깐 사이의 향배에 달려 있는데, 어찌 친하고 친하지 않는 것을 가지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실로 줄을 어떻게 서느냐에 따라 역적이 되기도 진실한 신하가 되기도 하는 것이 판가름 나는 시대인 것이다. 이런 때에 그 누가 바른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기축옥사 때 죽임을 당했던 사람들은 정여립과 몇 사람만 제외하고 무덤 속에서 용서받았다. 삶과 죽음이 새롭게 자리를 바꾸었고, 인생이란 흐르는 강물처럼 지나가는 허무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는 세월이 알려주었다. p.306

 

실로 진실이 밝혀져도 이미 무덤 속에서 용서받을 수 있을 뿐이다.

당시에 정여립은 역적이었겠지만 지금 현실에서 되짚어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확실하게 정의 내려지지 못하고 풀지 못한 설들이 많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도 보고 배울만한 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피터드러커의 [마지막통찰]에서 "종업원들에게 상사를 해고할 권한을 줘야 한다는 아이디어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당신은 21세기에 필요한 리더십 과제를 수행할 준비가 안 된 것이다." 라고 말했다. 비록 경영부분에서 한 말이지만 결코 경영부분에서만 머무는 말은 아니다. 전반적인 삶에 있어서의 태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백성에게 해되는 임금은 죽이는 것도 가하고, 행의가 모자라는 지아비는 버리는 것도 가하다.”, “하늘의 뜻, 사람의 마음이 이미 주 왕실을 떠났는데 주나라를 존중함은 무엇이며, 군중과 땅이 벌써 조조와 사마에게로 돌아갔는데 구구하게 한구석에서 정통이 다 무엇 하는 것이냐” p. 335

정여립의 말이다. 실로 현대의 피터드러커의 말과 상통하는 말이다. 임금이 아니면 죽이는 것도 가하다. 이는 당시에는 실로 역적이라 할만한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엔 정여립처럼 말할 수 있는 인물은 드물었던 것이다. 아마도 현세, 지금도 기업내에서 눈치보느라 이런 말을 잘 내뱉지도 못할 평사원들이 많을 것이다. 하물며 조선시대에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자 누가 있겠는가.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이념도 깨고, 새로운 혁명적인 자신만의 사상을, 꿈을 이루고자 노력한 인물 정여립. 이 책으로 인해 여러 인물들의 정치적인 입장과 말과 말들을 참으로 흥미롭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중고생들이 어렵게 한국사 공부를 할게 아니라 이 책으로 인해 좀 더 한 사건에 대해 밀도있게 읽어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한다면 정치를 어떻게 해 나가는 게 현명할 것인가 하는 자문도 해보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