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영어를 배웠던 시간이 무려 10년이다. 그런데 웃긴건 주야장천 문제집을 풀면서 생긴 노하우가, 디립다 외운 영어단어들이 수능을 치고나자, 졸업 기준에 다다르자 흔적도 없이 잊혀져버렸다. 그리고 지금? 외국인 앞에만 서면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이렇게 나처럼 책으로 영어를 배운 사람들의 한계가 있다. 바로 외국인이 앞에 있을 때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있지만 내 생각을 전달하기가 힘들다는 것. Writing은 되지만 Speaking은 힘들다는 것- 튼튼한 성대와 구강구조를 가지고도 글씨로 의사소통을 할 수 밖에 없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한 외국인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기회가 생겼는데, 이 외국인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얘길 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발음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외국인처럼 발음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사람들은 한국사람들끼리만 알아듣는 새로운 영어 장르를 갖고 있는 것 같달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처음부터 새로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글로 배우는 영어 말고 귀로 듣고 익히는 영어를 하자는 다짐! 그리고 그 외국인친구에게 추천받은 책이 바로 AAT이다.
처음에는 기초발음 세트만 구입하려 하다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문법공부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어발음책과 영문법 트레이닝책을 묶음으로 함께 구입했다. MP3파일이 아니라 CD로 오디오북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내가 본 어떤 책보다도 친절하고, 체계적이고, 또 진짜 발음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임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