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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의 약속, 마르티니의 영신 수련 ㅣ 꼭 읽어야 할 마르티니 추기경 시리즈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지음, 이건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12월
평점 :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40일 뒤에 승천하셨다. 그리고 그 승천 10일 뒤 성령께서 강림하셨다. 성령 강림으로 인류 구원 사명이 완성됐고, 구원의 신비는 성령께서 활동하시는 교회와 함께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는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이며, 이번 주는 성체성혈대축일이다. 교회 전례 안에서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을 깊이 묵상할 수 있다. 이 시간들 안에서 결코 우리가 아무렇게나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 창조부터 구원 계획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그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가슴 벅찰 정도로 감격스럽다.
성령 강림 대축일에 흔히 교회에서는 성령의 선물 7가지 중 한 가지를 뽑는 이벤트를 한다. 모든 선물이 이미 세례 때 주어졌지만, 특별히 하나의 선물을 깊이 묵상해보라는 배려일 것이다. 나는 뽑은 은사가 어떤 내용인지 찾아보며, 한 해를 어떤 마음으로 보내야 할 지 준비하기도 했다.
<성령의 약속, 마르티니의 영신 수련>은 마르티니 추기경님께서 밀라노 대성당에서 신자와 사제를 대상으로 한 영신 수련 강론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덕분에 이 책을 읽다 보면,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나 역시 밀라노 대성당 한 자리에 초대되어 함께 영신 수련을 하는 기분이 든다.
"나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나는 영적 생활 안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나는 주님께 무엇을 청하는가?" (7쪽)
신앙의 강화와 희망, 증거의 심화를 향해 더욱 민첩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이 영신 수련의 목표이다.
그러면서 추기경님은 영신 수련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위의 질문을 던지신다.
영의 훈련인 영신 수련을 통해 우리는 주님께 기도로 간구함으로써 얻는 도움에 힘입어 정확한 목적을 향해 나아갈 길을 얻는다.
성령은 우리가 하느님의 품속으로, 영원한 충만을 향해 다가가도록 선물을 안겨 줍니다. 그리스도인의 참삶이 시냇물과 강물처럼
우리에게 흘러 들어오기 시작하는 때는 우리가 이 같은 사실을 자각하게 될 때입니다. (15쪽)
그렇다, 우리에게는 이미 성령의 선물이 주어졌다. 적당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넘치도록 충만히 주어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 나는 그 선물 안에서 참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추기경님은 공경, 지혜, 하느님에 대한 경외, 의견과 지식, 통찰, 용기 순서대로 각 선물이 어떤 것인지 친절하게(쉽게) 설명하신다.
공경의 선물은 자녀로서 다정하게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하느님께 흠승을 드릴 줄 아는 것입니다.
공경은 하느님에 대한 애정이고, 그분을 열렬히 사랑하고 모든 일에서 그분께 영광을 드리려는 마음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공경의
선물에 힘입어 하느님의 위로만을 찾지 않고, 그분의 기쁨과 세상의 죄로 말미암은 그분의 고통에 동참하기를 갈망합니다. (23-24쪽)
공경에 반대되는 태도,
불경은 하느님과 거룩한 모든 것을 경시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완고함은 다른 사람들을 하느님의 자녀로 느끼지 못하고,
선하신 아버지를 믿지 못하는 외적 태도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과 형제들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29쪽)
그리스도인의 지혜는 예수님의 지혜에서 나오며, 따라서 예수님의 지혜에 참여하는 지혜입니다. 이 지혜는 매사를 예수님께서 보시는 것처럼 바라보고, 매사를 주님께서 하늘에서 주의 깊게 내려다보시는 것처럼 살피는 선물입니다. 그리고 만물의 관계를 삼위일체의 신비로 바라보는 선물입니다. (45쪽)
지혜에 반하는 것은 하느님의 일에 대한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하느님의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신비의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하느님의 섭리의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54쪽)
하느님에 대한 경외의 선물은 자신의 나약함을 자각하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입니다. (80쪽)
하느님에 대한 경외와 상반되는 태도로는 천박함, 경솔함, 그리고 기도와 삶의 소홀함을 들고 싶습니다. (85쪽)
"하느님의 자녀들은 의견의 선물을 갖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이성은 완수해야 할 행동에 관해 성령으로부터 교육을 받기 때문입니다." (99쪽)
성령의 선물인 지식은 하느님에 대해 알고,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창조된 만물을 아는 것입니다. (106쪽)
영적 통찰의 선물은 우리 행동에 명쾌함과 굳센 힘과 평온함을 주고,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현존을 일상샐활의 질곡 안에서 발견하게 해 주며,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우리의 십자가 안에서 관상하게 해 주는 근본적인 선물입니다. (128쪽)
예수님의 용기는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선 승리입니다. 모든 악을 쳐부순 승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결코 버리실 리 없는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시리라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용기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영혼의 힘을 실어주는 선물입니다. (130쪽)
이미 이 성령의 선물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성령의 선물을 청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선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그 깨달음대로 그리스도인의 삶은 성령의 움직임과 초대에 민감하게 집중하며, 이 선물에 의탁하며 살아가야 한다.
기품 있고 풍요롭고 즐겁고 자유롭고 언제나 새롭고 신선하며,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타인을 잊지 않은 채 하느님께 집중하는 삶(143쪽)
이 책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