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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 하 - 우리나라 최고의 종교시인 최민순 신부 번역 원문 ㅣ 꼭 읽어야 할 그리스도교 고전 4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최민순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 연옥에서 천국으로
말하니라. "아들아, 순간과 영원의
불을 너는 다 보았고 이제 나로서도
더는 알지 못할 데로 온 것이로다. <연옥, 제27곡 127>
1) 순간, 한정이 있는 불은 연옥 정죄의 불이며 때가 되면 그친다. 영원의 불은 지옥의 불로 영원히 그치지 않는다. P.172
지옥과 연옥의 차이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다. 천국을 바랄 수 있는 연옥과 영원히 캄캄한 숲과 같은 지옥의 차이이다.
2)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던 단테는 이제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아 천국을 향한다.
천국은 사랑을 찬미하는 곳이니 인지나 지식, 이성이 아닌 사랑, 믿음을 통해 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2. 삼위일체 하느님
1) 한 분과 또 한분이 영원하게 기운을 불어 주는
그 사랑과 함께 당신 아드님 안에 보시면서
처음이시요 이를 데 없으신 힘이 <천국편, 제10곡 1>
2) 항시 살아 계시옵는 하나 둘 셋,
모든 것을 감싸 줏되 감싸이심이 없으사
셋 둘 하나 안에 항시 다스리시는 그이를 <천국편, 제14곡 28>
3) 나로서 처음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을 받으소서, 내 겨레에게 이토록 너그러우신
삼위이시요, 하나이신 당신이여."하는 것이었도다. <천국편, 제15곡 46>
지옥에서는 찾을 수 없는 하느님을 천국에서는 마음껏 찬미하게 된다.
특별히 천국편의 삼위일체 하느님을 표현한 구절이 마음에 남는다.
성령을 기운을 성부와 성자께서 영원하게 기운을 불어 주는 사랑이라 표현한다.
또한 셋 둘 하나라는 표현은 세 분이시지만 각 위격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
신곡이 시로 쓰였기에, 이런 간결하면서도 풍성한 표현이 가능하다.
3. 순교, 진리를 위한 싸움
거기서 나는 그 착실한 백성에 의해
그의 사랑이 숱한 영혼을 더럽혀 주는
거짓된 세상에서 풀려나와
순교에서 이 평화 속으로 온 것이로다 <천국편 제 15곡, 145-148>
천국의 다섯 번째 하늘은 화성천이다. 이곳은 진리를 위하여 싸우다 죽은 이들의 영혼들이
삽자가 형태를 이루고 있다.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여, 진리 앞에 자신을 바친 모든 성인을 생각해본다.
순교자는 연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천국(평화)로 오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p. 455
4. 신, 망, 애
예수님께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실 때, 특별히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마태 17,1)
단테는 바로 이 예수님의 애제자 셋의 앞에서 향주삼덕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마치 천국 입국심사처럼 느껴진다.
믿음은 희망한 사상들의 실체요
나타나지 않는 것들의 증명이니
이것이 그 본질같이 내게는 보여지나이다 <천국편, 제24곡 64>
"망덕은"하고 내 말했노라. "미래의 영광의
꿋꿋한 기다림으로서 이를 낳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앞서 가는 공덕입니다." <천국편, 제25곡 67>
그러기에 나는 다시 시작했노라. "마음을
하느님께로 돌릴 수 있는 온갖 물어뜯음이
내 사랑에 함께 일어났사오니,
우주의 존재와 나의 존재며
내가 살기 위하여 그이 당하신 죽음과
나와 같이 모든 신자가 희망하는 그것이
위에 말씀한 싱싱한 의식과 더불어
나를 비뚤어진 사랑의 바다에서 건져 냈고
바른 사랑의 물가에다 나를 두었나이다.
영원하신 꽃밭지기의 꽃밭을 온통
무성케 하는 잎사귀들을 나는 이들에게 베풀어진
그이의 은혜로 인해 그만큼 사랑하나이다." <천국편, 제26곡 55-66>
5. 정리
신앙이 없기에 희망이 없어, 캄캄한 숲에 갇혀 절망의 상태에 놓인 지옥의 비참함과
참회의 눈물로 정죄되어 구원을 희망하는 연옥의 고되지만 분명한 기대감과
믿음과 희망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누리는 천국의 기쁨을 이 책은 잘 담고 있다.
단테는 42세에 신곡을 집필하기 시작하여, 56세에 완성했다. 그리고 책을 완성한 후 선종하였다.
평생을 걸쳐 구상하고, 14년동안 집필한 이 책을 결코 단 한 번의 독서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욕심이 오히려 이 책을 읽는데 큰 방해물이었다.
결국 지금 이해되는 만큼,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읽어야한다.
남은 이해는 살면서 찬찬히 쌓아가야 할 것이다.
* 지옥과 연옥, 천국이라는 공간은 결국 그 공간에 어떤 사람이 있는가로 드러난다.
절망하는 사람, 희망하는 사람, 사랑(하느님)과 만나, 그 사랑을 누리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향한 하느님.
단테의 신곡을 읽으며 죽음 이후의 순례 여정을 하다보면,
지금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삶과 죽음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단히 이루어져 있다.
삶이 죽음을 맞이할 때, 우리도 지옥과 연옥, 천국 중 한 곳에 있게 될 것이다.
단테의 신곡에서조차 천국은 어떤 멈추어진 상태가 아니다. 늘 하느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기 위한 단계가 있다.
바로 지금 나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순간순간, 걸음걸음 사랑이신 그분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그분께 받은 사랑을 그분과 더 많은 이에게 나누며 믿음과 소망 안에서
기쁘게 살아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