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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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Offing ] #광고


<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최리외 옮김 | 다산북스



삶은 어디로 간 걸까?

매일 거울을 보며 똑같은 질문을 건네보지만 답은 언제나 손아귀를 스르르 빠져나간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나를 응시하는 낯선 이의 얼굴뿐. _p.15_



올해 나의 관심사이자 주제인 '죽음'에 관한 책을 계속 (일부러든 본의 아니게든) 읽어서인지 위에 적은 <수평선 너머>의 첫 문장 첫 문단을 읽으며 같은 결의 소설일 거라고 예상했다. 생각했던 흐름과는 달랐지만 결국 죽음은 곧 삶과 연결되어 있어서, 이 소설을 읽는 매 순간이 모두 소중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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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유


모든 순수가 사라진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자유, 그리고 자유를 추구하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언제나 노력해야 할 목표야. 미래가 불확실할지라도 그 미래를 거며쥐는 건 온전히 네 몫이야. 이 모든 무의미한 폭력 속에서 반드시 좋은 것이 탄생해야만 해. 시와 음악과 와인과 낭만이 길을 안내하게 하자꾸나. 자유가 승리하게 하자꾸나. _p.144_



위의 문장에 사로잡혀 버렸다. 읽고 또 읽었다. 위의 문장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무의미한 폭력이 난무하는 이 세상 속에서, 이 모든 무의미한 폭력 속에서 반드시 좋은 것이 탄생해야만 한다는 그 말을 우리가 마음속에 새겨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 시와 음악과 와인과 낭만보다 나에게는, 우리에게는 문학이 있지만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시를 만나고 음악을 만나고 와인을 만나고 낭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자유가 승리하리란 믿음을 갖게 된다. 자유는 승리해야 하고 모든 무의미한 폭력은 사라져야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이 느껴졌다.


이 소설은 전쟁 후 아직 일상으로 돌아오기에는 마음에 너무나 큰 아픔이 있는 시기의 봄날에 최소한의 필수품만 넣은 배낭을 메고 남쪽을 향해 길을 나선 로버트의 여름까지의 경험과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한 생각을 주로 다루고 있다. 풍경의 서술이 아름다워 자주 멈추게 되고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우연히 마주친 독일셰퍼트 버틀러와 키가 크고 당당한 모습의 덜시는 로버트가 알고 있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서서히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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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


시는 세상의 것이야. 누구든 읽거나 읽지 않을 자유가 있지. 시는 한 사람보다 훨씬 커. _p.190_

이 소설을 읽으면 시가 읽고 싶어 진다. 덜시의 말을 듣다 보면 시가 더욱더 읽고 싶어진다. 그리고 어느새 시를 소리내어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웃음으로 무장하고,

사랑으로 소생하여,

나는 영원히

당신의 분자들 속에 있어. _p.297_



로버트는 덜시의 얘기와 덜시가 건네준 책을 통해 시를 접하게 되고, 별채를 수리하다 발견한 로미의 시를 통해 마음이 움직이는 걸 느낀다. 삶을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확장의 순간이 있기 마련인데, 로버트에게는 이때 그의 변화가 시작된 게 아닐까싶다.


확장을 경험하고 이를 인식하는 순간이 있었음을 우리는, 나는 자주 잊고 반복되는 삶에 잠식되곤 한다. 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 지금 삶이 무기력하다고 느낄 때.



* 소설 뒤에 있는 옮긴이의 말을 읽고 알게 되었는데, 이를 알고 소설을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소설 속에 나오는 시인 로미 란다우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실존 인물로 '1940년 4월의 어느 날 영국 노스요크셔 로빈 후드 베이 앞바다에서 수영하다가 사라진 시인이다.(...) 로버트가 읽는 로미의 시들은 벤자민 마이어스의 서문과 함께 <앞바다의 시들 The offing Poems>이라는 제목으로 엮어 출간되기도 했다.'(p.337-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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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 자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덜시가 나를 아무런 편견 없이, 연고나 역사나 예상 없이 바라봐 주었다는 확고한 생각. 그러니까 덜시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더 나아가 신경 써줄 가치가 있는 누군가로 대해주었다. 대등한 관계는 아니었다. 덜시는 지혜롭고 세상 물정에도 밝으며 개성 넘치는 사람이었고 내게는 그 모든 특성이 없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하며 나는 스스로가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살아왔던 대로가 아니라 진정한 나 자신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덜시는 나를 온전히 봐주었고, 그러면서도 지루해하지도, 무관심하지도 않았다. _p.157-158_



누군가의 자식이나 손주가 아닌, 한 집안의 자손이 아닌, 늘 머물던 마을의 주민이 아닌, 나 자신을 찾고 나를 알아가고 내가 되어가는 게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순간이 소설속 여러 장면에서 찾아왔다. 머무는 것과 떠나는 것, 무엇이 옳고 다른 건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먼 훗날의 내가 지금을 회상할 때 그래도 이 시기를 잘 지나왔구나, 생각하면 좋겠다.


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삶의 갈림길에 있는 나,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의 나, 무엇이든 언제든 늦지 않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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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혜


"그래서 나 같은 사람한테 너 같은 다음 세대에게 좋은 믿음을 전할 책임이 있는 거란다. (...) 너와 나 같은 사람들은 세상을 더 살기 좋고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곳으로 만들 기 위해 싸워야 해. 그런 마음가짐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필요하다는 건 신도 아실 거다. 마음이 풍요로운 이들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지. 그건 확실해. _p.143_


그러니까 내 말은, 네가 너 자신으로 자라났다는 거야. _p.319_



덜시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혜롭고 싶다. 가르치려 드는 말이 아니라 좋은 말과 현명한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했다. 울컥 하는 부분도 많았다.

삶이고 사랑이고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 삶과 나를 생각하는 좋은 책, 감사합니다 #다산북스 #이키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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