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들
아이셰귤 사바쉬 지음, 노진선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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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이해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 ] #광고



<인류학자들>



아이셰귤 사바쉬 지음

노진선 옮김 | 더퀘스트



제목을 보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읽으면서도, 소설이라는 인식을 특별히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소설이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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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나는 인류학자의 눈으로 일상을 관찰하곤 했다. 사소한 상호작용도 이야기로 풀어내기 위해 인류학자의 관점을 되새겼다. 복잡하게 얽힌 논쟁의 층을 분석하려고 할 때, 영상을 편집할 때, 특별한 행사에 가려고 옷을 차려입을 때마다 나는 인류학자의 관점을 떠올려 여기저기로 이동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살펴보았다. 어디에서도 우린 현지인이 아니었다. _p.39_ 인류학_


이 문장들이, 이 흐름이, 이 장면들이, 이 인물들이, 하나하나씩 그냥 좋다.

조금 특이한 기분이다.


내가 쓴 일기 같기도 하고,

내가 말하고 있는 일상 같기도 하고,

내가 앞으로 만나고 싶은 [미래의 우리들]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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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벨벳 재킷은 여전히 내 의자에 걸려 있었다. 아직 입고 나간 적은 없지만 그걸 볼 때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떠올라 용기가 났다. 내가 원하는 모습을 곱씹을 때마다 답이 바뀌기는 했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분명했다. 난 유쾌하면서 자기 의견을 당당히 표현하고 약간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싶었다. _p.103_ 내가 꿈꾸는 미래_


무엇보다도 [다양한 삶의 방식]과 [유대의 원칙]에 따라 나와 타인의 [관점]과 [경계]를 [공원에서] [현장조사]하고 싶어진다. 나와 타인, 인간 각자의 [모국어]를 기억하며, [삶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가 함께하는 삶이 아무리 넓어 보여도 사실은 작고 고립되어 있었다. _p.202_ 유대의 원칙_


일종의 [구애]이자 [시작과 끝]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당신 혹은 당신들과 나누고 싶다. 당신 혹은 당신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결국에는 나를 이해하고 제자리걸음일지라도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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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들>을 읽고 떠오른 생각들은 위와 같은데, 이걸 읽은 당신은 혼란스러울 것 같다. 조금만 다정히 설명하자면, [대괄호]는 책 속 내용 중에 내가 관심 갖고 살펴보았던 이야기의 소제목에서 따왔다. 같은 소제목이 여러 번 나오기도 해서 내용을 따라가고 비교하고 이해하는 부분에 있어 더 흥미로웠다.


세상 반대편에서 자란 '나'와 '마누'는 외국인 유학생으로 만나 대학을 졸업한 후 소도시를 전전하다 대도시에 터를 잡고 몇 년째 살아가고 있다. '갑자기 조바심이 나서 우리는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는 말로 소설은 시작한다. 하지만 소제목은 [시작과 끝]이다. '나'의 시선과 속이야기로 전개되고 소소해 보이는 일상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방인으로서의 삶. '나'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데 '아시아, 요점을 흐리지 마라. 우린 너한테 대륙의 이름을 지어줬는데 넌 고작 공원이나 찍고 있구나._p.21_' 하는 소리를 할머니께 듣기도 하지만 공원에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장면을 촬영하며 차근히 영상을 완성해 간다. 그리고 집까지.


대륙의 이름이 내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아시아'이기에 이렇게 인류학자의 관점으로 인간을 바라볼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대륙의 이름을 가진 인간다운 생각과 행동을 소설 곳곳에서 발견하고 감탄하곤 했다. <인류학자들>이라는 책 제목이 아름답게 느껴졌던 이유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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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고 극적인 전계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고, 다양한 생각을 하며 메모할 수 있었다. 200여 페이지의 책인데도 중간중간 멈췄다. 소설은 중간에 잘 끊지 않고 메모도 급하게 하면서 넘어가는 편인데 <인류학자들>은 그러지 않았다. 오래 머물렀고, 길게 메모했다. 아시아에게 매료되는 동시에 공감하며 나를 바라봤다.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조금더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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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삶이 송두리째 바뀔만한 중대한 소식을. 이젠 진짜 삶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하며 놀이는 끝났다는 소식을. 우리는 삶이 곧 바뀌리라는 막연한 느낌 속에서 살았다. 그 느낌은 변화가 이미 도래했다고 알려주는 듯했다. 우린 변화의 충격을 상상하며 살았다. 어쩌면 안도감이 들지도 모르겠다고 난 생각했다. 이제야 왔구나. 드디어 삶이 시작된 거야. _p.204_ 삶과 죽음_



* 좋은 책 보내주신 더퀘스트 출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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