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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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향 ]

<움직임>

조경란 소설 | 작가정신


<움직임>은 조경란 작가님이 이십 칠 년전에 쓴 작품이다. [소설, 향] 시리즈로 개정판이 나왔다. 오래 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조경란 작가님의 작품들을 읽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어린 내가 떠올랐다.


나는 초판 작가의 말이 좋다.
"마지막 문장을 끝낸 얼마 후쯤 나는 홀연히 깨닫게 되었다. 흩어진 점들. 그러나 그것은 결국 하나의 선이라는 아주 사소한 사실 하나를."


소설 <움직임>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 밥상을 차려놓고 식구들을 기다린다. 상 위에는 네 벌의 수저가 놓여 있다.(p.13)" 그리고 그 다음 문장은 "나는 혼자 밥을 먹고 아침이면 혼자 어두운 방 안에 남겨진다." 이다.


새로 생긴 가족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남겨진 다는 말에 당황스러워서 첫 페이지를 반복해서 읽었다. 작중 '나'인 '신이경'은 스무 살이고 엄마가 죽은 후 혼자가 싫어 외할아버지를 따라서 이곳으로 왔다. 이모와 삼촌과도 함께 살게 되었는데 그래서 수저가 네 벌이다. 세 명의 새로운 가족이 생겼지만 아무도 신이경을 신경쓰지 않고 여전히 혼자 남겨진다.


나는 방 한쪽에 웅크리고 앉는다. 알 수 없게도 오래전부터 내가 머물던 방처럼 익숙하고 안온감마저 느껴진다. 이 방에 있을 때면 내가 낯선 소도시에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다. 방문을 열고 나가면 예전처럼 낯익은 얼굴들이 나를 반길 것만 같다. 그 꿈은 매번 죄절되게 마련이다. _p.40_


신이경의 나이인 스무 살은 이제 막 성인이라는 타이틀을 받게 되었지만 아직은 제대로 된 성인으로 진입하지 못한 시기이기도 하다. 다 컸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인데 지나고 보면 한없이 어렸다는 생각이 들어 가엽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나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좀 더 그럴듯한 일이 필요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곳에서 하루를 견디는 것은 정말 곤혹이다. _p.51_


신이경의 가족은 두 명(엄마)에서 네 명(할아버지, 이모, 삼촌)으로, 네 명에서 두 명(삼촌)으로 줄어들지만, 곧 다시 네 명으로 새로운 형태의 식구가 완성 될 듯하다. 어둡고 외롭고 희미했던 삶에 약간의 희망이 보이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를 따라 입술을 양쪽으로 벌려본다.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오랫동안 웃어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연습이 필요한 일은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대로 입술을 늘이며 방바닥을 닦는다. _p.102_


이경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갈거야.


성까지 붙여 부르는 신이경이 아닌, 이경이라는 이름을 다정히 불러주고 싶었다. 다정까지는 힘들더라도 이경의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나의 스무 살을 떠올리며 이경을 다독여주고 싶어졌다.




** 작정단 12기로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진지하게 몰입하여 읽은 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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