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약 금지 -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의 변화하는 한국을 읽는 N가지 방법
콜린 마샬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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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의 변화하는 한국을 읽는 N가지 방법 ]



< 한국 요약 금지 >



콜린 마샬 지음 | 어크로스





저자 이름을 쓰고 아무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번역자를 이어 쓰려고 표지를 들여다봤다.

순간 깨달음, '아, 맞다! 콜린 마샬 작가님은 한국어를 쓰시지!!'



이 책은 작가님이 한국어로 쓴 글과 외국인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애초에 영어로 쓰고 후에 한국어로 개고한 글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 칼럼리스트가 관찰하고 만난 한국의 이야기는 외국인에게도 한국인에게도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원어민이라고 칭하는 영어권 국가의 외국인들과 5년정도 일을 같이 했는데 이들은 보통 두 종류로 나뉘었다. 이는 한국을 사랑하고 관심이 많아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부류와 회사와 계약한 기간동안 한국이나 아시아 나라를 여행하고 즐기며 일은 적당히 혹은 대충하는 부류였다. 전자는 한국의 문화에 관심을 보이고 한국인들과 어울리며 한국어를 배우는데 열과 성을 기울였다. 후자는 영어를 쓰는 사람들과만 어울렸고 (영어권 국가의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참 많이 있다.) 영어가 잘 통하는 장소를 찾아 다니고 유명 관광지를 여행했다. 심지어 영어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말의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한국 요약 금지>를 읽으며 나의 동료이자 친구였던, 지금은 자국으로 돌아가서 한국의 친구들과 여전히 연락을 잘 하고 있거나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이들과 그저 스쳐가는 외국인에 불과했던 그들이 떠올랐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국내든 외국이든 여행하며 한국이 그래도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엉망징창인 부분이 많은데 내가 살기좋다고 하는 건 지극히 개인적이고 또 미묘한 부분이라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1부 모두가 싫어하지만 아무도 떠나지 않는 도시에서]]



한국인이기에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점들이 많았다. 알고도 그냥 넘어가던 일상적인 일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과 한국인들의 인식에 대해 콕, 쏘는 부분을 읽고 새삼 놀라기도 했다.



나는 이 문제가 한국의 좋은 점은 정확히 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면에만 집착하는 한국인들의 인식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_p.23_ 한국의 좋은 점을 가장 모르는 사람들_



어쩌면 21세기 서울은 정체성을 어디선가 찾아내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함께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만약 서울이 계속해서 영문 브랜드를 사용해야 한다면 "함께 만드는 서울, 함께 누리는 서울"이라는 오래된 한글 슬로건을 번역해 사용하는 건 어떨까? _p.36_ I.SEOUL.YOU가 정말 그렇게 별로인가요?_



1부의 마지막은 [서울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43가지 이유] 이다. 외국 여행을 할 때 놀라거나 불편했던 점은 화장실과 대중교통이 크게 차지한다. 카페에서 내 물건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울 수도 없다. 병원이나 미용실 같은 편의 시설의 이용은 외국에서 생활했던 친구들이 자주 얘기했었다. 서울에서 내가 늘 이용하고 있어서 편한 줄 몰랐던 점들이다. 작가님의 항목에도 이런 사항들이 놓여 있고 재미있는 이유도 많다. 이 부분을 읽고나서 서울의 좋은 점은 뭐가 있나, 거리를 다니며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 정류장의 화면은 항상 5분 안에 버스가 온다고 알려준다. 대개 그건 거짓말이 아니다.

  •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

  • 포장마차.

  • 와이파이나 콘센트를 제공하지 않는 커피숍은 폐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 승강장 가장자리에서 멋대로 선로로 떨어져 죽을 수 없다 (스크린 도어 때문이다)

  • 도서관의 책을 신청하면 지하철역에 있는 기계에서 수령하고 반납할 수 있다.

  • 서울 우유.


[[2부 번역기도 어려워하는 한국어의 맛]]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한국식 영어가 있다. 한국인들이 일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여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때 그 원래 발음을 해 주면 깜짝 놀라는 친구들도 많다. 의미도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단어들도 많은데 모르고 그냥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단어들을 '정확한' 한국식으로 발음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미국인 성인 언어 학습자의 뇌는 고집스럽게 그 단어들을 미국식으로 발음하고 싶어 한다. _p.126_ 한국식 영어 사용법_



'한국식 영어'들 중 대부분이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잘 사용되지 않다가 태평양을 건너와 한반도에서야 새로이 힘을 얻은 것들(p.126)이라는 게 정말 놀라웠다!!! 이 글에서는 시너지, 패러다임, 네티즌, 노하우 등의 한국식 영어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3부 이건 제가 알던 K가 아닌데요]]



3부의 글들을 읽고 지난 주말, 강원도 여행에 이 책을 기어이 가지고 갔다. [한국 기행 기본편][한국 기행 실전편][나는 한국에서 맛없는 치킨을 먹은 적이 없다][디스코를 입은 판소리]등.. 여행지에서 다시 읽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결국 판소리도 찾아서 틀어놓고, 굉장히 신이났었다. 치킨 대신 닭강정을 먹으며.



알고는 있지만 특별히 생각을 하려고 하지 않는 한국의 지역과 문화(영화, 음악, 건축, 음식, 차 등)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4부 이 나라 사람들이 쿨할 수 없는 이유]]



우리나라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볼 수있는 글들이 담겨있다. 외면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 내 일이 아니라고 스쳐지나가는 부분도 있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외국인의 시각도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알랭드 보통이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 책에 대한 유명한 유튜브 채널, <기생충>이나 <1987> 같은 영화를 통해 알아보는 한국의 현재와 과거,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한 일본과의 관계 등 생각할 거리를 다양하게 던져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니 읽으면서 바로 책의 제목이 왜 <한국 요약 금지>인지 깨닫게 된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나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 겉과 속이 다른 경우도 허다하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알기 위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것보다도 난 한국 사람들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희망도 뭣도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는 요즘에 그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내가 생각해야 할 부분도 알아야 할 부분도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덧,

- 어크로스 북클럽 A.B.C 단톡방에서 <한국 요약 금지> 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재미있다. 작가님의 글과 기사도 읽고, 외국인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한국의 문화나 여행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떡튀순을 좋아하시는 작가님덕에 우리도 모두 떡튀순을 생각하며 침을 꼴깍 삼키기도 한다. 내일 진행될 <한국 요약 금지> 온라인 독서 모임이 기대 중, 두근두근!!



사진1,

- 내가 좋아하고 애용하는 곳 : 지하철역에 있는 스마트 도서관!!!






사진2,

- 작가님의 친필 싸인에 쓰여 있는 "글라라님께 도봉 요약 금지!" 쎈쓰!! 완전완전!!!

- A.B.C. 멤버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요약 금지를 써서 보내주셨다!!






** 어크로스 북클럽 A.B.C. 멤버로 도서를 제공 받아, 재미있고 진지하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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