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 너 없는 동안
이은정 지음 / 이정서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니, 너 없는 동안>


이은정 장편소설 | 이정서재


4월에 읽었는데, 그 뒤로 종종 떠오르는 책이다. 생각이 많아서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민스러워 완독 리뷰는 그동안 올리지 않게 되었다는 변명 같은 것도 해 볼 수 있겠다.


주전자 주둥이에서 액체 괴물 슬라임처럼 슬금슬금 나온 분홍 물체, 지니!


소재가 상당히 참신했다. 램프의 요정 지니.<지니, 너 없는 동안> 책 제목도 그 의미를 생각해보니 너무 좋다. 주인공 이름이 동안이었는데 읽으면서 제목과 전혀 연결 짓지를 못 했었다. 다 읽고 나니까 지니라는 램프의 요정, 그리고 동안이라는 지니의 주인. '지니가 없는 동안'에서 '동안'은 기간을 나타낼 수도 있고 그러니까 지니를 만나기 전 그리고 지니와 바이바이하고 난 그 후 기간인 동안을 나타낼 수도 있는 거고, 또 다른 해석으로 지니가 램프 안에 있었던 지니가 없는 그 시간을 나타내며 동안이라는 주인공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익숙하고 별거 아닌 것 같은 제목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참신한 제목이어서 좋았다.


사실 시작은 흥미로웠는데 읽으면서 조금 집중이 안 되었다. 중간과 중간 이후부터는 읽으면서 속도가 붙었고 몰입도도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불행만 들어준다는 것이 조금 걸렸지만, 어차피 누군가가 행복해지려면 누군가는 불행해져야 하지 않을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불행만 들어준다는 것은 누군가의 행복을 들어준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인 것 같다. _p.30-31_


내용도 행복이나, 좋아하는 거, 원하는 소원을 소망을 이뤄주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불행을 기원한다는 것이 참신했다. 중간중간에 아이들의 에피소드와 등장 인물의 설정 - 엄마 아빠와 연결된 첫사랑이라든지 아니면 트로트를 좋아하고 열성적으로 부르는 할머니 손에 큰 베프라든지 아니면 아주 부유한 집에 서 자라고 있지만 엄마 아빠가 서로 외도를 하고 있는 그런 가정의 철학적인 사고를 가진 아이라든지 - 이 마음에 들었고 충분히 있을 법한 그런 청소년들로 보였다.


작가님은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어른들에게도 물론 재밌겠지만 청소년 소설에 더 가까운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주인공이 청소년 일 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고 과정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그 사고 과정에 있어서는 조금 더 청소년에게 아무래도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 그럼에도 성인 소설 청소년 소설을 가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기에 읽는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타인의 불행도 기꺼이 욕망하는 인간의 잔인함을 자신에게서 보았다. 그런 욕망의 유혹을 떨치기 위해 가져야 하는 마음이 경각심이라는 건데, 그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어느순간 경각심을 잃었을 때 벌어지는 일들과 뒤늦게 찾아오는 죄책감의 고통은 끔찍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은 한 사람의 인생만 바꾸는 게 아니었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오봇이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들은 봄바람이나 안개와 비슷했다. 주변 인물에게서로 서서히 번지는. _p.183-184_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생각이 많았다. 우리 인간의 최대 관심사라고 해도 무방할 행복과 행운과 불행, 그런 거에 대한 생각 + 나의 행복이 남의 불행인가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가 이런 거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 곰곰이.



#라라의희망도서 #책을대신읽어드립니다_라라
#지니_너없는동안 #이은정 #장편소설 #이정서재 #완벽하게헤어지는방법 #소설집 #마음서재 #샘앤파커스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