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영역 마르코폴로의 도서관
쓰시마 유코 지음, 서지은 옮김 / 마르코폴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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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영역>


쓰시마 유코 지음
서지은 옮김 | 마르코폴로


저자 쓰시마 유코는 오래전 우연히 몇몇 문장을 읽고 알게 된 소설집 <나>를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된 작가이다. 작가가 한 살 때 사망한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딸이라는 타이틀이 그녀에게 부담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나는 그 당시에 그 아버지는 이름만으로 접했던 때였다. 오래 전이어서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나>는 무언가 특이했고 노래같았다는 느낌만 가지고 있다. 몇 달 전에 <나>를 다시 읽고 싶어서 꺼내 놓았는데 <빛의 영역>을 읽기 전에는 동일작가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는 웃픈 이야기.


표지가 마음에 든다. <빛의 영역>이라는 제목도 좋다. 다 잘 어울린다.


<빛의 영역>은 빛과 꿈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평범한 일상을 담담히 서술한 에세이 같은 이야기이다.


내 바로 앞에 있는 사람, 혹은 나의 심리를 설명하며 화자가 직접 일기를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특이한 느낌을 받았다.


불현듯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살 집을 내 손으로 찾아본 일이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라며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혼자서 묵묵히 아이 어린이집 주변의 살 만한 집을 찾아 걷고 또 걷는 동안 어느샌가 달이 바뀌었다. 예산으로 잡아둔 월세가 워낙 작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남편과 함께 집을 보러 다녔을 때와는 달리 조건이 별로인 집만 소개를 받았다. 그때마다 풀이 죽었지만 어둡고 좁은 집을 여기저기 보러 다니면 다닐수록 남편의 모습은 내 뇌리에서 사라지고, 들어간 집의 어둠 속에서 동물의 눈이 내뿜는 듯한 빛을 느끼기 시작했다. 거기엔 나를 노려보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서웠다. 하지만 동시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_p.19_ 1. 빛의 영역_


4살 아이와 둘이서만 살게 된 화자, 나.
육아에 대해 미화되지 않은 그 마음이 절절했다. 물론 문화차이든지 아니든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꿈이 현실 같고 현실이 꿈 같은 모호한 경계도 여럿 있었는데, 이질감이 생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느낌이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어서 편안했다.

아이가 죽는 꿈을 꾸고 며칠 뒤, 밤에 여전히 한밤중에 일어나 우는 아이의 몸을 갓난아기 때처럼 무릎 위로 안아 올려 아이 가슴께부터 배까지 원을 그리듯 쓰다듬으며 주문을 외웠다.
나쁜 꿈 사라지고, 무서운 꿈 멀어져라. 우리 아기 착한 아기, 예쁜 꿈만 꾸도록. 나쁜 꿈 사라지고, 무서운 꿈 멀어져라. 우리 아기 착한 아기, 행복한 꿈만 꾸도록. 어여쁜 꽃 활짝 핀 꿈. 고운 옷 입고 춤추는 꿈 ......
문득 울음을 그친 아이가 얼굴에 미소를 띠고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 얼굴을 바라보며 열심히 주문을 외우고 또 외웠다. _p.108_ 6.주문_



빛에 투영되어 집착하던 밝음에서 벗어나 이제는 어둠도 바라볼 줄 알게 되는 듯한 마무리. 그녀와 딸의 미래를 가슴 깊이 응원하는 마음이다.



마침 방안으로 석양이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가득 찬 붉은빛으로 인해 집 안은 숨막힐 정도로 밝았다. 그 모습을, 몇 년이나 보지 못해 확실히 떠올릴 수 없게 된 사람이라도 된 듯 한참을 현관에 선 채 바라보았다. 움직이는 존재라곤 그 무엇도 없는 고요한 광경이었다. 빛이 사라지고 대신 방 안에 푸르스름한 어둠이 차오르자, 근처 아는 사람 집에 잠깐 맡긴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다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_p.201_ 12. 빛의 입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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