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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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백신애와 최진영 | 작가정신





'백신애와 최진영' 이 두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이 책을 선택하기에는 충분히 차고 넘친다.


몇 해 전, 우연히 '백신애 중단편선'을 읽게 되었다. 상당히 인상깊었다. 여성으로서의 삶이 그 안에 담겨 있었고, 가슴아픔이 절절했다. 내가 여성의 서사와 한국문학의 힘을 그동안 소홀히 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뒤로 한국 문학에 조금 더 발을 담그게 된 것 같다.


'광인수기'의 마지막 장면은 여전히 눈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너무나 마음 아프다.


정옥아! 석주야! 정희야 ..... 아무리 사람들이 네 어미 까닭에 너희들이 불행해졌다고 하더라도 그 말을 믿지 마라. 너희 아버지가 이 어미에게 수수께끼 문제를 내놓은 까닭이다. 흑흑.....

아이고, 보고 싶어.....

너희들이 보고 싶다.

정욱이 너는 장조림을 잘 먹고

석주는 생선을 잘 먹고

정희는 시루떡을 잘 먹고.....

에라, 집으로 가야겠다.....

누가 너희들을 보호할꼬.....

비는 왜 이리도 많이 오노.....

비를 노다지 맞고 가면 모두 나를 미쳤다고 하지 않을까.... _p.52-53_ 광인수기_


올해에는 유독 여성 작가님들의 작품을 많이 만났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관심이 생겨서 거의 대부분의 책을 이어서 읽은 작가님도 몇 되는데, 최진영 작가님이 그 중의 한 분이다.


이런 두 분의 만남, 그 조화로 인해서 태어난 책이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나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있다. 물론 이건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고, 이 책이 나오기까지 [소설, 잇다]의 의미는 또 다름을 가지고 있다.


[소설, 잇다]는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이 데뷔한 지 한 세기가 지난 지금,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또 함께’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한시리즈입니다. _편집부_


첫 시작으로 '백신애와 최진영'이기에 나의 흥미를 끌었지만, 앞으로도 관심을 기울이고 계속 주목하고 있을 것 같다. '강경애, 나혜석, 지하련, 이선희 등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갔으나 충분히 회자되지 못한 대표 근대 여성 작가즐의 주요 작품을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현대 작가들을 통해 새롭게 바라본다'는 것에 주목을 했기 때문이다.


아주 흔해빠져서 다 아는 이야기 같은데도 막상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

다 알아서 다 모른다는 순희 씨의 말이 떠올랐다. 뭐라고 대꾸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서, 하지만 나의 마음만은 꼭 전하고 싶어서, 나는 순희 씨를 가만히 안았다. 순희 씨도 나를 마주 안으며 말했다.

괜찮아. 십 년 전 일이에요. 나는 승리했어. _p.226_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_


백신애 작가님의 [광인수기] [혼명에서] [아름다운 노을] 세 편의 소설과 최진영 작가님의 소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에세이 [절반의 가능성, 절반의 희망] 그리고 이지은 문학평론가님의 해설 [미친 여자들의 사랑 실험]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너무 알차다.


이 이름 붙일 수 없는 사랑을 구명하는 일은 언제나 실패로 돌아갈 (돌아가야 할) 테지만, 이 실패의 조각들이 사랑의 의미를 더욱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들 것만은 분명하다. _p.259_ 미친 여자들의 사랑 실험_


에세이를 읽어보면 백신애 작가님의 '순희와 정규'를 통해서 최진영 작가님의 '순희와 정규'가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잘 알 수있다. 우리의 삶과 지금의 여성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내가 여성이기에 더 절실히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책은 남성이 더 많이 읽어야한다. 여성 남성 구분하는 것도 문제가 될 지도 모르겠다만.


여기 이런 삶이 있어, 너희가 지우고 없애려는 우리가 있어, 우리는 더 나아질거야, 그러니 우리를 똑똑히 봐, 우리는 여기 분명히 있어. _p.240_ 절반의 가능성, 절반의 희망_


몇 해전에 <백신애 중단편선>이 나의 베스트였듯이,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도 나의 베스트로 마음 속에 자리잡는다. 많은 이들이 읽어서 그 마음을 삶으로 함께 나누고 그 모아진 마음을 세상으로 보냈으면 좋겠다. 변하는 건 없겠지만 변하리라는 희망을 가지며.



* 작가정신 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진지하게 읽은 뒤에 작성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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