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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ㅣ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평점 :
[일상과 그 사이에서 빛나는 이야기들 : 에세이&]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백수린 에세에 | 창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그렇듯 나도 다양한 책에 관심을 보인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주로 소설을 편애한다. 좋아하는 한국 여성 작가님들이 몇몇 있는데, 그중에서 백수린 작가님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우연히 <참담한 빛>을 알고 눈여겨보고 있었다. 작가님 이름 참 예쁘다, 참담한 이라는 단어와 빛이라는 단어가 묘하게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이 책을 읽고 내 생각이 났다면서 선물해 주었다. 그게 백수린 작가님과의 (나 혼자만의 짝사랑) 시작이었다. <참담한 빛>을 읽으면서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고, 소설 그 어딘가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책을 덮으면서,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조용히 중얼거렸던 것 같다.
한 작가님을 좋아할 때, 그 작가님의 모든 글에 관심이 가지만 소설을 좋아하는 작가님이 쓰신 에세이를 읽을 때에는 왠지 망설여진다. 에세이는 조금 더 내밀해서 그럴까.
<참담한 빛> 이후로 작가님의 거의 모든 책을 읽었다. 수상작품집과 앤솔러지 소설집도 찾아서 읽게 되었고 그 문체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에세이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 에세이가 나온다고 했을 때, 작가님 소설 읽고 싶다,며 아쉬워했었는데 제목을 보고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이 전 에세이도 제목이 너무 좋다. 처음이어서 내 손이 정지, 되었을 뿐)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나도 요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고 싶거든요!!!
비도, 천둥도 곧 그치고 어둠은 새벽의 빛으로 허물어질 거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아침이 늦게 찾아오더라도 괜찮다고 나는 생각했다. 강아지가 좀 더 내 몸 가까이 파고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_사랑의 날들_ p.104-105_
제목이 너무 좋지 않냐며 호들갑을 떠는 나에게 한 지인이 말했다. '아주 오랜만에' 말고 '늘' 행복을 느끼며 지내면 좋겠다고. 늘 행복하면 행복의 강도가 줄어들 것 같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속으로만 생각했다.
한 손에 딱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의 초록 초록한 책이 왔다. 행복 수집가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행복 수집가'는 창비에서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출간 기념으로 준비한 서평단 활동이다.)

작가님의 마음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에세이를 읽고 있는데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장소와 산책과 반려견과 인간관계 등에 대한 다양한 생각도 머릿속을 오갔다. 무엇보다도 천천히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곳을 읽곤 했는데 그게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빨리 읽는 책이 아니다.
미래 쪽으로만 흐르는 시간은 어떤 기억들을 희미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하지만, 장소는 어김없이 우리의 기억을 붙들고 느닷없이 곁을 떠난 사랑하는 것들을 우리 앞에 번번이 데려다 놓는다. _장소의 기억, 기억의 장소_ p.21_
책을 읽고 나면 산책이 하고 싶어 진다. 봄이 곧 다가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또 작가님의 반려견 봉봉을 생각하며 우리 핑키를 생각한다. 두 아이는 하늘에서 신나게 놀고 있겠지? 보고 싶다.
어느 계절이든 어느 때 곤 누구든 천천히 편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요즘에 천천히 오래오래 두고두고 읽을 책이 많아서 행복하다고 쓴 적이 있는데, 맞다, 난 원래 느린 사람이고,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으니까 이렇게 다시 또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뭔가 저 앞에 빛이 보인다.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행복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_마흔 즈음_ p.224-225_
* 행복 수집가로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마음 따뜻하게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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