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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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첼 조이스 장편소설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언제부터인가 음악을 듣지 않았다. 길거리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냥 배경 음악에 불과했고, 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도 사랑했던 사람을 홀로 먼 곳으로 떠나보내고 나서부터인 것 같다. 그 뒤로는 들리는 음악이 모두 내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궁상맞아 보여서 점점 더 듣고 싶지 않아졌다. 슬픔만이 차 오를 뿐이었다. 



✍ 시간이 한참 흘렀고 조용히, 고요히, 아무런 소리 없이 그냥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 가사가 많이 있거나 큰 소리가 들리거나 음악이 끊임없이 들려오면 머리가 아파온다. 그래도 간간히 클레식을 듣는다. 그러다가 가끔은 영화음악을 듣는다. 어쩌다가는 재즈를 듣는다. 



🎸 음악을 듣지 않는다고 음악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타를 치며 마음대로 노래를 부르고, 음표를 보며 그 아름다운 곡선에 감동한다. 음악과 관련된 미술 작품이나 책은 더 내 눈에 들어오고 나의 마음속에 울림을 준다. 아마도 귀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을 다른 감각들이 (눈이나 가슴의 두근거림, 혹은 피부의 미세한 떨림) 받아들이고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는 것 같다. 



<뮤직숍>은 표지의 그림으로, 악보의 곡선으로, 분홍과 초록의 어울림으로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

"프랭크는 말을 속 시원하게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법이었다. 프랭크의 인내심 하나는 정말 대단했다." _p.18_



프랭크는 바닷가의 하얀 집에서 어린 시절부터 매일 엘피판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어머니 페그에게 그 음악에 관한 설명을 끊임없이 들었다. 음악이 곧 삶이 었던 그 시절. 평범하지 않았던 어머니. 엄마를 엄마라고도 부르지 못하고 음악 하나만을 물려받으며 자랐던 프랭크. 



페그가 말했다. "음악도 그래. 연주가 모두 끝나도 마음속에 영원히 남게 되지." _p.124_



"재즈는 음표 사이의 공백이 중요한 음악이다.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음악이다. 재즈는 간극과 틈이 포인트다.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만이 진정한 삶이 펼쳐지듯이." _p.148_



"음악은 고통을 어루만져주고, 즐거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있게 해주지. 우리의 생이 힘겹게 느껴질 때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을 들으면 용기를 얻을 수 있어." _p.223_ 



프랭크는 엘피판만을 판매하는 음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에게 "필요한 음악"을 기가막히게 찾아준다. 같이 들으면 좋은 음악들까지 함께. 



엘피판만을 고집하는 프랭크의 음반 가게는 시디를 취급하는 세상의 변화에 압박을 받고, 프랭크의 가족과 다름없는 사람들과 그들의 샵들이 있는 유니티스트리트도 점점 노후화되고 있다.



"유니티스트리트의 가게 주인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데 익숙해있었다. 다들 하나의 공동체처럼 서로 어우러져 살아왔지만 과연 언제까지 그런 축복을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날이 갈수록 손님들이 줄어들고 있었고,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었다." _p.102_



이때 음반 가게 앞에서 갑자기 기절하면서 등장한 녹색 코트의 여인 일사.  



일사는 오랫동안 음악을 듣지 않았다고하며 프랭크에게 일주일에 한 번 씩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



🎶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음악을 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엘피판에 들어있는 음악들처럼 인물들의 이야기가 음악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나도 아레사 프랭클린의 1970년대 곡 "Oh No Not my Baby"를 시작으로 비발디의 "사계", 마일스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 음반에 수록되어 있는 음악들까지 차례로 들으면서 책속 과거의 프랭크와 페그, 현재의 프랭크와 일사, 그리고 유니티스트리트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그들과 함께 흘러갔다. 정말로 사랑과 우정과 음악의 조화가 특별했다 ☺



✍ 음악을 소개해 주는 책이 아닌 소설이지만, 음악과 함께 함으로써 모든 감각을 더 예민하게 일깨워주는 소설이다. 그래서 음악을 연결해 주는 QR 코드가 각 장에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자주 듣지는 않지만 '영화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영화의 그 분위기를 차분히 다시 느낄 수 있어서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책 <뮤직숍>은 '책 음악'이 필요하다. 이 책 속에 나와 있는 음악을 하나의 음반으로 엮어서 소설과 음악이 함께 하며 오감을 만족시키고 사람들 각자에게 필요한 평화로 이끌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 하지만, 천천히 엘피판이 돌아가며 음악을 들려주듯이 원하는 음악을 하나씩 생각하면서 찾아보고 또 그 음악을 들으면서 천천히 여유롭게 책을 읽는 것을 프랭크는 더 원할지도 모르겠다. 프랭크에게 맞춰야지!    



🍀 오랜만에 음악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잔잔한 음악만이 아닌 쿵쿵거리거나 높은 소리가 나거나 유쾌한 음악도 많이 있었는데 전혀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프랭크의 제안대로 하면서 들으니까 모든 것이 치유가 되는 것 같더라. 



😊 고마워요 프랭크! 프랭크에게 모든 것을 알려준 페그도 고마워요! 무엇보다도 그런 모든 것을 끌어낼 수 있도록 프랭크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일사가 제일 고마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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