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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러브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스트 인 러브>
마르크 레비 장편소설 |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나서 생전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어 달라고 아들에게 부탁을 한다는 설정만으로도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했다. 제목도 <고스트 인 러브>, 사랑에 빠져있는 유령이라니. 유령 아버지의 이루지 못한 연인에 대한 러브일 수도 있지만, 책을 다 읽고나면 그 '러브=사랑'이 꼭 아버지의 그녀에 대한 사랑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피아니스트인 토마와 외과의사였던 아버지 레몽은 40년이라는 나이차이때문인지 서로 그리 가까워 지지 못했다. 토마에게 아버지가 필요할 때 아버지는 늘 바빴고, 모든 여자들에게 친절했지만 엄마와는 그리 오랫동안 함께 지내지 못했던, 그런 아쉬움이 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5년만에 유령으로 나타났다.
믿기지는 않았지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아버지가 사랑하는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참석해서 유골을 훔쳐서 아버지의 유골과 섞어서 바다에 뿌려주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떠난다. 굉장히 소중한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서 둘다 툴툴대기만 한다.
"어깨가 짓눌릴 정도로 네 비난의 무게를 느끼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함께할 이 작은 모험이 너에게도 꿈을 실현할 기회가 될 수도 있어." _p.95_
"오늘 저녁은 아버지를 저버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세상에서 누가 이런 기회를 얻는단 말인가? 대체 왜 아버지가 나타난 뒤로 진정한 대화를 하지 못하는 걸까? 아버지와의 암묵적 대화의 침묵을 그토록 후회하던 그였는데." _p.97_
비행기에서 아버지의 도움으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혼자서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토마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기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한다.
"너는 왜 내가 생전에 한 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내가 죽은 뒤에 일어난 일에만 질문이 많은 거니? 흘러가는 시간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가 대화없이 보내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야 빙빙 돌리지 말고 물어보렴. 네 아버지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뭐니?" _p.152_
아버지의 그녀는 마농이라는 딸이 있다. 토마와 마농은 어린시절 휴가지에서 종종 마주치곤 했지만 너무나도 오래전의 기억이라 둘다 명확하지는 않다. 어머니를 잃은 마농의 슬픔을 토마는 이해할 수 있고, 유골을 훔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마침내 우리 둘만 있게 됐어요, 엄마. 이상하게도 엄마가 아직 여기 있는 느낌이 들어요. 지난 몇 달 엄마는 오늘보다도 더 말이 없었어요. 내가 그토록 엄마에게 알려주고 싶던 자유, 엄마는 이제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 있어요. 어쩌면 훨씬 더 멀리 떠날 수도 있고요. 이따금 나를 보러 돌아온다는 조건이라면요. 엄마가 내 말을 들을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도 내어줄 수 있어요." _p.211_
유골을 훔치려는 작전은 수포로 돌아간다. 토마는 아버지에게도 미안하다. 아버지는 토마를 위로하고 둘은 한층 가까워짐을 느낀다. 그리고 토마는 아버지를 이제 진짜로 떠나보내야한다.
"언젠가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심포니 홀 무대에서 연주할 것. 그리고 연주회가 끝나고 청중이 갈채를 보내면 네 아버지를 생각할 것."
"나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아빠를 생각해요." _p.218_
"슬퍼하지 마, 아들아. 함께 노력했잖아. 이 여행은 우리에게 주어진 덤의 시간이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지. 나 때문에 불행해하는 너를 보고 싶지 않아. 나는 멋진 인생을 보냈고, 네 인생은 훨씬 근사할 거야. 너를 기다리는 모든 걸 생각해. 너의 연주회, 사랑, 아름다운 아침, 살아 있는 기쁨, 네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모든 것들을. 살아볼 만한 멋진 인생이잖아. 네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알아? 내 운명에 대해 탄식하는 것으로 이 귀한 시간을 단 한순간도 날려버리면 안 돼. 내 선택이었고,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 나는 열심히 일했어. 그리고 너를 키웠고, 너를 사랑했고, 네가 성장하는 걸, 어엿한 남자가 되는 걸 봤어. 이렇게 멋진 남자가 되는 너를! 그러니까 내 말을 믿으렴. 나는 미련 없이 다시 떠나는 거야. ..." _p.249-250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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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상당히 오랜만에 만나는 "마르크 레비"의 책이었다. 그의 신작 <고스트 인 러브> 주인공들의 재기넘치는 대화가 재미있어서 큭큭 거리며 많이 웃기도 했지만, 그 안에 가슴이 따뜻해져오는 감동이 있어서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하는가,
만약 내일 죽는다면 오늘 무엇이 하고싶을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
많은 생각들이 마음속에 남았다. 그리고 하나씩 그에 대한 답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삶에 대해서, 소중한 이들에 대해서 상기하고 싶을 때,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이들이 생각날 때, 그리고 마음껏 웃고 싶을 때, 이 책을 꺼내서 다시 읽어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재미있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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